영화 290

슬럼독 밀리어네어

정리하자면... "기왕이면 난 A를 선택하겠어!" "헐 님 좀 짱인듯ㅋ 모든 것 들어주겠삼" 네. 딱 이 내용입니다. 스포일러 할 것도 없어요. 영화에 대한 정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누설 당하는 겁니다. 하지만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신어지님의 분노에 찬 리뷰를 보고 기대치를 확 낮추고 가서 봤더니 재미있더군요. 단순한 내용이였지만, 소원 성취 판타지도 오래간만에 보니 재미있더군요. 연출도 완급 조절과 적절한 복선(우연과 운명으로 넘어가는 스토리는 제외)로 긴장감을 잘 살려줬습니다. M.I.A.하고 A.R.라만이 함께 작업한 영화 음악은 개인적으로 M.I.A. 팬인지라 참 즐겁게 들었습니다. 다만 이게 아카데미를 싹쓸이할 영화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러기엔 지나치게 달콤하달까요? 좋은 영화이긴 하지만..

도쿄 소나타 [トウキョウソナタ / Tokyo Sonata] (2008)

피아노 소나타 4번 "가족" 전주 구로사와 키요시의 [도쿄 소나타]는 일단은 드라마 키요시 계열 작품이다. 드라마 키요시 작품들은 항상 가족을 소재로 삼고 있었으며, 이번 영화의 소재 역시 가족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전작들처럼 무너진 가족을 다시 만드려고 발버둥 치거나 ([인간 합격]), 타인들이 우연한 기회로 만나서 대안 가족을 맺지 ([밝은 미래]) 않는다. 오히려 있던 가족이 무너져간다. 일본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인 사사키 가. 하지만 그런 평온한 모습은 영화 시작 5분만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아버지가 잘린 것이다. 게다가 두 아들들은 저마다 폭탄을 들고 있고, 어머니도 텅 비어있는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결국 큰아들이 집을 떠나고, 이를 기점으로 가족은 걷잡을수 없는 카..

칠드런 오브 멘 블루레이 미국에서 발매.

칠드런 오브 멘 블루레이 발매 정보 (by 아마존 US) 하지만 척박한블루레이대지 한국에서는 발매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결정타로... 집에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없습니다. 엉엉 ;ㅁ; 한국에 나오면 살 겁니다. 플레이어가 없어서도 살겁니다. 선물용으로도 사서 나눠줄 겁니다. (돈은... 있어야 되겠죠.) 영화는... 리뷰에서도 열심히 찬양했지만, 영혼을 맑게 울리는 감동적인 에쑤에프 영화입니다. 안 보신 분들 꼭 보세요.

데드 링거 [Dead Ringers] (1988)

마음과 영혼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데드 링거] 엘리엇와 베벌리 두 쌍둥이 형제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성공적인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가던 그들에게 클레어라는 여성이 나타나게 되고, 그들은 점점 자신의 삶이 균열되어가는 걸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파멸로 향한다. 엘리엇과 베벌리는 우리의 이성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든 사생활과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는데 익숙해져 있으며, 그러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 사생활은 개인의 영역이노라고 사회에서 학습한 보통 관객들에게는 도무지 친숙해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화 끝에 도달하면, 적어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왜 그런 것일까? 왜냐하면,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그 원인이 무척이나 진실하고 처절하기 때문이..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라니

빅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개봉 관련 기사 유레카 픽쳐스: [빅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제목이 영 좋지 않은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ㄹ... 관객: ....뭐라고 했소? 지금 내가 볼 영화가 저런 제목으로 바뀌였다 이 말이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로 제목이 바뀌었다 그 말인가?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라니! 아니 [빅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가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로 되다니! 이게 무슨 "2주후에 뵙시다" 풍이란 말이오! 말도 안 돼! 으헝헝헝헝헝헝헝헝 (음 급조해서 좀 재미가 업ㅅ으려나) 아 유레카 픽쳐스... 잊을때 마다 한 껀 씩 터트리다니... 잊지 않겠다. '천년을 흐르는 사랑' (원제: The Fountain)이 개념 제목으로 보이는 괴현상이 일어나고 있..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사랑, 사랑, 사랑. 그것은 인간이란 존재를 빛나게 하는 것이기도 하며, 인간이 얼마나 쪼잔해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비록 남녀간의 애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관계는 대부분 사랑과 신뢰로 이어져 있기 마련이다. (직업적 관계나 악연은 제외하자. 하긴 그것도 일종의 사랑이긴 하지만...) 여튼 사랑이 무엇이든, 그것은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데는 선수다. 참 로맨틱하게 적어놓긴 하지만 (쓰면서 토가 올라올...뻔 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은 로맨틱함에 푹 절여져 있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지성미와 낭만, 기발함을 갖추고, 사랑과 관계를 성찰하는 영화이다. 영화의 시작은, ..

벌집의 정령 [El Espíritu de la Colmena / The Spirit of the Beehive] (1973)

벌집이 내게 들려준 시 영화가 가장 닮은 문학 장르는 의외로 시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인과관계로 진행되긴 하지만, 영상이 우리 머릿속에 틀어박히는 방법은 추상적이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굴비 엮듯 엮여서 하나의 뜻으로 만들어낸다. 이런 방식은 시 읽는 방식과 비슷하다.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벌집의 정령]은 그런 영상의 추상성과 시적 감흥을 극대화시킨 영화이다. [벌집의 정령]은 한 편의 영화에서 시작한다. 1940년 스페인의 카스티야 고원 시골 마을에 [프랑켄슈타인]이 상영된다. 두 자매인 아나와 이사벨은 그 영화에 흠뻑 빠지고, 아나는 언니인 이사벨에게 프랑켄슈타인은 진짜 죽었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이사벨은 "프랑켄슈타인은 안 죽었어. 난 그를 봤지"라고 대답해준다. 이후 아나는 그 말을 믿고 이곳..

더 레슬러 [The Wrestler] (2008)

나는 레슬러입니다 격투 종목 자체를 좋아해본 적이 없다. 사실 누군가의 패배로 끝나게 되는 스포츠라는 것에 그렇게 많이 열광해 본 적이 없다. 좀 불편하다고 할까? 아무튼 그랬다. 대런 아르노프스키의 [더 레슬러]는 속된 말로, 구닥다리스럽다. 그의 대표작 [레퀴엠]에서 보여줬던 세련되고 음울한 편집 및 촬영술도, 정교하게 구성된 시나리오도 없다. 1980년대 프로 레슬링 대스타였던 랜디 램은, 이제 한물간 스타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는 링 위에서는 스타지만, 링 밖에서는 그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망가진 사내일 뿐이다. 잘 풀리지 않던 그에게 마지막으로 경기할 기회가 찾아온다. 솔직히 보기 전만 해도, 이 영화가 허세로 밀고 갈까 걱정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뒤에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랜..

모드의 집에서 하룻밤 [Ma Nuit Chez Maud / My Night At Maud's] (1969)

솔직함의 중요성 에릭 로메르의 [모드의 집에서 하룻밤]은 평범한 프랑스인의 삶을 쫓아간다. 평범한 지식인 주인공 장은 오랜 옛 친구를 만나고, 그를 통해 모드라는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주변을 얼쩡거리기만 할 뿐 솔직하지 못하게 굴다가, 그녀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5년 뒤 어느 해안가에서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난다. 이 영화에는 단순한 스토리에 비해 대사가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그 대사도 상당히 지적인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얼핏 들으면 굉장히 현기증 나게 재미없을것 같지만, 의외로 전혀 그렇지 않다. 보다보면 굉장히 유려하면서도 쿡쿡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다. 이는 에릭 로메르가 현학적인 대사을 어떻게 이야기 및 연기자의 흐름에 집어넣을 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