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42

디트로이트의 여름, 미성년의 에로스와 타나토스: [아메리칸 슬립오버] (2010), [팔로우] (2014)에 드러나는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영화 세계

2015/08/06 - [Deeper Into Movie/리뷰] - 팔로우 [It Follows] (2014) 2014년 공개된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팔로우]는 칸 영화제 화제작 중 하나였다. 심지어 4년 후 발표된 미첼의 신작 [언더 더 실버 레이크]는 곧바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개될 정도였으니, 얼마나 주목받았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들을 읽어보면 공포 영화라는 장르를 새롭게 만들었다는 평들이 대다수다. 재미있는 점은,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이라는 감독의 커리어에서 보면 [팔로우]는 전작과 다른 이질적인 영화라는 점이다. 미첼의 데뷔작인 2010년작 [아메리칸 슬립오버]는 코미디 드라마에 가까웠던 영화다. 하지만 [아메리칸 슬립오버]를 보면 의외로 이 영화가 [팔로우]랑 공..

서부극에서 총이 발사되기까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블리자드제 FPS 게임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맥크리라는 캐릭터가 있다. 대놓고 서부극 무법자를 가져온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궁극기는 '황야의 무법자Deadeye'다. 무방비가 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화면에 있는 대상을 오랫동안 조준하고 있으면 한 방으로 처치하는 이 궁극기와 "석양이 진다.... It's High Noon."이라는 대사는 곧 인터넷 상에서 유행어가 되었다. 이 대사는 왜 유행어가 되었는가? 그것은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빠른 스피드의 하이 테크놀로지를 배경으로 한 하이퍼 FPS의 흐름과 반대로 대상을 처치하기 위해 다소간의 뜸을 들어야 하는, 느긋한 호흡 때문이였다.'황야의 무법자'가 보여주는 이 느긋한 호흡이야말로, 서부극의 리듬을 이해할수 있는 중요한 단서 아..

미국 영화에서 일본 무사도 문화는 어떤 식으로 접목되는가?

서구권에서 일본의 무사도 정신이 본격적으로 수입되어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니토베 이나조의 [무사도]라는 저서였다.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의 대표적인 리버럴리스트였던 니토베 이나조는 독실한 기독교도로 미국으로 넘어가 1899년 “무사도: 일본의 정신” 이라는 책을 내면서 일약 유명해지게 된다. 니토베는 이 책에서 일본정신의 정수가 무사도라 보면서 무사계급의 도덕적 존재 양상인 의, 용, 감위견인의 정신, 인, 예, 성, 명예, 충의로 구분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서양의 일본 인식을 바로잡자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니토베는 이를 통해 일본이 나름 높은 도덕적 원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군사적으로도 강대한 근대 국가라고 보여주려고 했다. 이 [무사도]가 저술된 배경에는 청일전쟁의 승리로 일본의 국제적 지..

폴 리쾨르의 미메시스 이론의 비판적 재구성: 비행 모델

일관성 있는 이야기란 무질서하게 지나가는 시간에 일련의 질서를 부여하려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하기가 뇌의 운동이 곧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라고 한다면, 이러한 이해 방식은 이야기는 어떻게 될 수 있는가? 이야기란 흘러가버리는 시간을 주시하면서 그에 일련의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폴 리쾨르는 시간과 이야기 3부작을 통해 서술성과 시간성의 순환이 악순환이 아니라, 그 양쪽이 서로를 보강하는 건실한 순환성임을 입증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시간성과 서술성의 상호 보강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양자가 선순환을 이루기 보다는 통상 두 가지 상반된 형태로 나뉘어져 고찰되기 때문이다. 리쾨르는 이 대립을 심리적 시간과 우주적 시간으로 보며 이 둘의 측면만을 바라봤기 때문에 아포리아에..

정신 기호와 가독 기호: 이미지와 사유, 보기와 소리

시간 기호는 또한 정신 기호와 가독 기호인데 사유의 이미지와 독해되어야만 하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정신 기호의 개념을 통해 일련의 질문들을 제기하는데 이 질문엔 시네마와 사유 간의 관계라던가 이미지가 어떻게 정신을 감화하는가, 정신은 무엇이고 사유는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담겨 있다. 들뢰즈는 이런 질문들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시간-이미지를 읽고, 보고, 들어야 하는가를 위시한 몇가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고 보그는 보고 있다.고전적 사유의 이미지예술사가인 엘리 포르의 시네마 예찬은 진화하는 사회의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시네마는 운동과 지속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카메라의 비인간적인 눈을 통해 지각되지 않은 세계의 특징들을 우리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포르의 시네마에 ..

[들뢰즈와 시네마]: 3장 열여덞 개의 기호들

들뢰즈는 이미지와 기호의 분류법에 대한 시도라고 보았다. 실제로 [시네마 1]의 많은 부분이 운동-이미지와 관련된 기호들이 등장한다. 보그느는 지각-이미지, 행동이미지, 감정-이미지로 나눠지는 운동-이미지들은 들뢰즈의 시네마에서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하고자 한다.퍼스와 기호들뢰즈가 지목한 학자는 베르그송과 찰스 샌더슨 퍼스다. 퍼스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이미지들의 체계적인 분류를 가장 철저히 시도한 기호론의 창시자”라고 말한다. 보그는 들뢰즈가 정확히는 기호의 비언어적 이론에 대한 헌신을 높게 산다고 보고 있다. 소쉬르와 퍼스는 각자가 독립적으로 기호들에 대한 일반 이론의 개념을 개발했는데, 프랑스 시네마 이론가들은 기의와 기표 사이의 언어적 대립에 그것의 기초를 두는 소쉬르적인 접근 방..

이와부치 고이치의 [전지구적 프리즘: 트랜스아시아 미디어 연구를 위해서]

이와부치 고이치의 [전지구적 프리즘: 트랜스아시아 미디어 연구를 위해서]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내 문화 교류를 다루고 있는 글이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내의 문화 교류의 폭발적인 증진이 일어나면서 일본의 대중 문화는 동아시아권 국가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런 열풍들 속에 일본의 미디어들의 반응과 달리 이와부치는 역사적인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것이 ‘국수적인 시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화를 촉진하는 대중 문화의 잠재력을 쉽게 무시하면 안되지만 동시에 그 대중문화가 그와 관련된 문제들을 주의깊게 고려하지 않고 단순화되어서 수용되서도 안 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문화 수출은 전지구화가 가속되었던 시기에서 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데, 이는 단순히 미국화를 넘어서 전지구화와 ..

문화와 문명의 전통: 초기 문화연구에 대한 고찰

(이 글은 존 스토리의 [대중문화와 문화이론]를 읽고 정리한 글입니다.)다수의 대중문화는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소수 권력층의 정치적 관심거리였지만 그 이후로는 신호나 징후로서가 아니라 문화 자체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다. 이런 변화는 산업화와 도시화에서 비롯되었는데 맨체스터에서 일어난 산업자본주의의 새로운 노동관계로 인해 일어난 주거분리하고 연관관계가 있다. 이 때 피지배층만이 갖는 문화가 등장했고 문화의 융합과 회 안정이라는 개념은 도전받기 시작했다. 매튜 아놀드는 근대 대중문화의 연구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데 재미있게도 그는 직접적으로 대중 문화를 언급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일반적인 문화 영역 안에 대중문화의 위치를 규정했던 점 때문이였다. 아놀드에게 문화는 두 가지..

영화적 사건에 대해

(션 큐빗의 'The Cinematic Effect' 일부분을 발췌 번역한 것입니다.) The Cinematic Event 영화적 사건의 시간은 분산된다. ‘리옹의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의 구성의 분열은 시간의 분산을 생산하고 있으며, 빛에 민감한 은염의 난반사되어 흩뿌려짐과 단속적 시선에 모두 걸릴 수 없다는 것은 한 번에 하나씩 참석하지만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움직임을 경고하고 있다. 영화의 첫 순간에는, 분석적인 눈이 빛의 작은 구멍과 작은 구멍, 절반정도 보이는 움직임을 주변부처럼 주변 인식을 흐리게 하며, 그 세부는 탈출하지만 순수한 운동처럼 존속을 도약하게 한다. 영화적 이미지는 의미에서 동일하지 않은 프레임 속의 각각의 사건이 시간에 완성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지각 표상으로 단편적..

제임스 그레이의 [리틀 오데사]와 [투 러버스]에 나타나고 있는 민족적 특정성과 '멜로적 감수성'에 대해

2013/08/08 - [Deeper Into Movie/리뷰] - 리틀 오데사 [Little Odessa] (1994) 2014/02/23 - [Deeper Into Movie/리뷰] - 투 러버스 [Two Lovers] (2008) 이 글은 제임스 그레이 영화 중 [리틀 오데사]와 [투 러버스]에 나타나고 있는 멜로적 감수성이 정확히 어디에서 유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민족적 특정성과 연관이 되는지를 분석할 예정이다. 분석의 틀로는 프레데릭 제임스의 [정치적 무의식]와 폴 윌레만의 국가 개념을 사용할 것이다. 먼저 제임스 그레이에 대한 간단한 약력을 적어야 이 글을 이해하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임스 그레이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라이튼 비치 출신으로,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