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90

매그놀리아 [Magnolia] (1999)

우연의 음악 오늘은 평소처럼 딱딱하게 쓰지 않고, 가볍게 쓸까 합니다. 마치 일기처럼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감독을 뽑으라고 하면 다소 고민되긴 하지만, 그 리스트에 폴 토마스 앤더슨라는 이름은 꼭 들어갈 겁니다. 제가 이 사람 영화를 처음 본 것은 [펀치 드렁크 러브]라는 영화였죠. 그리고 나서 본 게 [데어 윌 비 블러드]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 이 감독 대단하다!라고 생각하게 됬습니다.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나 테크닉이나 당대 최고라 할 만 합니다. 동년배 중에 이만한 감독이 있을까 싶네요. 오늘 드디어 펀치 드렁크 러브 이전에 발표한 [매그놀리아]를 보았습니다. 보고 난 뒤, '음... 역시 앤더슨 감독은 날 실망시키지 않아'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의 압박이 심했긴 했지..

레퀴엠 [Requiem for a Dream] (2000)

달콤씁쓸한 교향곡 중독이라는 것은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실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일상에서 중독이라는 것은 꽤 자주 있는 상태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뇌는 의외로 이성으로 좌우되지 않고 감성으로 좌우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꼭 그것만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무언가에 깊게 몰입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상태 역시 일종의 중독이다.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레퀴엠]은 4명의 인물에서 시작한다. 마약상 타이론과 그의 친구 해리, 해리의 어머니 사라 그리고 해리의 연인 마리온은 모두 한 줄기의 희망을 위해 약물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각기 이유는 달랐지만 약을 먹으며 도취감에 빠지는 그들. 하지만, 점점 일은 꼬여가며 그들은 파멸의..

만약... [If...] (1968)

세대의 테러리스트들 현재의 교육 체제는 근소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머리에다 쑤셔 박는 주입식 교육이며, 학생들을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 당연히 전 세계의 학생들은 학교를 싫어하며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물론 자라나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진정한 교육은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과, 그런 진정한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경외심 마저 있다.) 하지만 현 시대의 교육이 사회에 맞는 인간을 찍어내기 위해 있다는 사실을 '아니다'라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 확신 할 수 있냐면, 우리 모두 그 교육 체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영국의 기독교 계열 기숙학교, 엄격한 규율과 감시로 가득한 그 곳에서 트래비스..

체인질링 [Changeling] (2008)

(딱히 주절주절 제 생각을 늘어놓기에는 좀 그래서 그냥 간단리뷰 형식으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1. 오늘 보고 왔습니다. 사실 보러 가면서 다소 '이거 실망하고 나오는 거 아니야?'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14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군소리 없이 화면에 집중해버렸습니다. 2. [밀양]처럼 아이를 유괴로 잃은 어머니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체인질링]은 그러나, [밀양]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밀양]이 구원과 믿음이라는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면, [체인질링]이 건드리는 주제는 폭 넓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사회의 모순을 통렬하게 고발하기도 하고, 원죄를 범한 인간의 비통함을 조용히 다독이기도 하고, 절망 속에서도 끝없이 포기하지 않는 자의 눈물겨운 투쟁에서 의미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비중을 따지자면 ..

비디오드롬 [Videodrome] (1983)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어렸을때, TV에서 영화를 소개시켜주는 프로그램를 열심히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소개해 준 영화 중 가장 충격적이였던게 무엇이였냐 물으면, [비디오드롬]을 들 수 있다. 뭣도 모르는 초등학교 꼬마 남자애에게 살아 숨쉬는 비디오나 얼굴에 TV를 갖다대는 장면은 쇼킹했다. 그 후 영화에 눈 뜨면서 이 영화와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일종의 금기 및 신비로운 존재로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감상한 바로는 그런 금기와 신비로움이 절대로 허투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느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맥스는 평범하지만 자신만만한 인물이다. 그는 자극을 팔아 장사를 하고 그것에 대해 자기합리화한다. 그 합리화에는 나름대로 자기 논리가 서있는데, 그가 운영하는 유선 방송은 자극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