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72

Supercar - [Answer] (2004)

2007/12/08 - [Headphone Music/리뷰] - Supercar - [HIGHVISION] (2002) 만약 당신이 전작 [Highvision]의 몽환적인 세계를 기대하고 [Answer]를 집어들었다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첫 트랙 'Free Hand'의 짧지 않은 앰비언트 드론 사운드 위에 먼저 등장하는 것은 철컥거리는 퍼커션 소리와 강한 베이스이기 때문이다. 뒤이어 베이스가 이끄는 두번째 트랙 'Justice Black'을 지나 'Sunshine Fairyland'에 이르면 기타는 1960년대풍 사이키델릭 록 특유의 기타 리프를 삑삑거리는 펜더 로드 사운드와 함께 얹여놓는다. 이 곡에서 그들은 마리화나를 피우며 꽃을 꽃은채 라디오로 베트남전 소식을 듣는 일본 히피 같아 보인다. 너는..

くるり - [図鑑] (2000)

쿠루리의 데뷔작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은 약간 울적하면서도 솔직한 에너지로 가득찬 로큰롤 앨범이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앨범의 프로듀서인 사쿠마 마사히데는 요닌바야시라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출신 뮤지션이다. 프로듀서를 제외하더라도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에 실린 'ブルース'나 'ハワイ・サーティーン'은 로큰롤적 상궤에서 많이 벗어난 작곡 패턴을 보면 쿠루리는 좀 더 큰 야심이 있었던게 분명하다. 2집 [図鑑]은 그런 야심이 본격화된 앨범이라 할 수 있다.2집 [図鑑]의 도입곡인 'イントロ'는 그 점에서 의도가 명백하다. 1집에 실린 '虹'을 인용하다가 볼륨을 확 죽여버린다. 그리고 불길하고 쓸쓸한 무드를 강조하는 오케스트라와 멜로트론 간주로 이어진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The Beach Boys - [Sunflower] (1970)

[Pet Sounds]와 [Smile] 이후 비치 보이스 커리어는 생각보다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시기적으로는 독립 레이블인 브라더 레코드를 만들고 두번째로 나온 앨범인데, 전성기 비치 보이스 최후 걸작이라 가끔 언급되는 [Surf's Up]와 달리 [Sunflower]은 이상할 정도로 한국에서는 많이 언급되지 않는 편이고요. 'Forever'라는 유명한 곡을 수록하고 있음에도 묘하게 건너뛰게 되는 인상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Sunflower]는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고 긍정적인 하모니와 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멜로디를 담고 있는 걸작입니다.사실 [Sunflower]는 [Pet Sounds]와 [Smile]처럼 음향의 벽이라고 할 부분은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하긴 저 두 앨범을 만들면서 ..

Daniel Kwon - [Layin' in the Cut] (2009)

다니엘 권의 미니 앨범 [Layin' in the Cut]의 첫 트랙을 틀면 나오는 곡은 'A Tiger's Meal'은 데벤드라 반핫을 연상시키는 애시드 포크 트랙이다. 목소리들은 중층적으로 더해지고 버트 얀시나 시드 바렛을 연상케하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다양한 코드를 연주하면서 주술적인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애시드 포크 앨범인가 하고 다음 트랙 'Against the Grain'은 을 들어보게 되면 피아노의 캐치한 멜로디에 다소 놀랄지도 모른다. 이 곡에서 그는 빌리 조엘이나 캐롤 킹, 랜디 뉴먼을 연상케하는 틴 팬 앨리 스타일 팝과 묘하게 꼬인 코러스와 편곡을 들려준다. 전 트랙이 'A Tiger's Meal'과는 완전히 다르다.이런 식의 구성은 계속 이어진다. 대략 한 곡이 애시드 포크 팝이라면..

The Left Banke - [Walk Away Renée/Pretty Ballerina] (1967)

잊혀졌던 바로크 팝의 경전 미국 뉴욕 출신의 레프트 뱅크는 버즈와 러빙 스푼풀이 한창 일궈놓고 있었던 포크 록과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영감을 받아 등장한 밴드다. 실질적인 리더였던 마이클 브라운과 톰 핀이 중심이 된 이 밴드는 'Walk Away Renée'라는 데뷔 싱글이 히트치면서 일약 히트를 쳤다. 러빙 스푼풀의 멜로디를 비치 보이스의 하모니와 풍성한 소리들의 담은 뒤 클래식한 하프시코드와 플룻으로 (이 플룻 솔로는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채색하면서 르네라는 여성을 향한 브라운의 절절한 짝사랑을 담고 있는 이 곡은 곧 짝사랑을 다룬 고전의 반열에 들어서게 된다. 심지어 당시 인기 그룹이였던 포 탑스도 가져가 히트를 쳤을 정도다. 그렇게 ..

中村一義 - [ERA] (2000)

1990년대 일본 컬리지 록, 사이키델릭 팝으로 진화하다. 나카무라 카즈요시의 [ERA]는 100s 체제로 들어가기 전에 만든 솔로 앨범이다. 데뷔때부터 일본의 토드 런그렌이라 불렸던 그는 첫 두 앨범인 [金字塔]과 [太陽]에서 앨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오만하지만 당당하게 6-70년대 영미권 선샤인 팝, 핫피 엔도와 아라이 유미, 야마시타 타츠로를 비롯한 197-80년대 뉴 뮤직, 컬리지 록, 쟁글 팝 등을 가져와 마구 가지고 놀았다. 그 점에서 나카무라 카즈요시는 1990년대에 등장한 일본 분카이 (컬리지) 록 뮤지션들 중에서도 가장 유희적이다. 첫 앨범 [金字塔]이 집에서 혼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처럼, 나카무라 카즈요시는 그동안 축적된 음악적 전통을 지독하게 파고들고 재구성해 궁극적인 팝을 노렸다는..

Nick Lowe - [Jesus of Cool] (1978)

영국 출신 뮤지션 닉 로우는 펍 록의 간판스타 엘비스 코스텔로의 전설적인 초기 다섯 앨범 프로듀서하고 펑크 밴드 댐드 첫 앨범 프로듀서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브린슬리 슐츠라는 걸출한 펍 록 밴드를 이끌었던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프로듀싱해준 엘비스 코스텔로가 여러모로 너무 뜨는 바람에 다소 묻힌 감도 없잖아 있지만 본인 솔로 커리어도 괜찮게 나간 편입니다. 아주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국 내에서 중박급을 기록한 싱글과 앨범을 보유하고 있으니깐요. 첫 앨범 [Jesus of Cool]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This Year's Model] 나오고 난 뒤에 나온 앨범인데 브린슬리 슐츠가 1975년 해체된걸 보면 좀 뜸을 들였다가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앨범은 미국에서는 그저 그랬지만 영국에서는 ..

My Morning Jacket - [At Dawn] (2001)

마이 모닝 자켓은 확실히 등장 당시엔 유행을 그리 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998년 [The Tennessee Fire]로 세상에 나선 후 2-3년 간격으로 꾸준히 앨범을 내온 이들은 어떤 유행의 선두에 서려고 생각한 것 같지도 않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죠.) 음악 자체도 패셔너블라고 하기엔 많이 '아메리칸'스럽죠. 하지만 이들의 커리어를 단단 [At Dawn]을 들어보면 이들에겐 어떤 비밀스러운 마법이 있노라고 주장하고 싶어집니다. '아메리칸'스럽다는 말을 썼는데 이 '아메리칸'스럽다는게 마이 모닝 자켓의 음악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이들의 기본적인 뼈대는 1960년대 버즈와 더 밴드에서 시작한 컨트리 록이니깐요. 물론 더 깊숙히 들어가 그레이엄 내쉬, 스티븐 스틸스, 데이빗 크로스비, 닐..

Sagittarius - [Present Tense] (1968)

게리 어셔는 전성기 시절 버즈Byrds의 프로듀서로 팝 음악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Younger Than Yesterday]라던가 [The Notorious Byrd Brothers]로 유명하죠. 이외 초기 비치 보이즈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다소 일찍 세상을 떠난데다 프로듀싱 작품이 생각외로 적다는 점 (14개도 안 됩니다. 버즈 이후 프로듀싱 작품들은 다소 마이너한 감이 있고요.)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 다소 인지도가 처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버즈 프로듀싱 작품이라던가 이번에 소개한 게리 어셔 솔로 프로젝트 사지타리우스의 첫 앨범 [Present Tense]를 들어보면 무시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Present Tense]는 60년대 바..

初恋の嵐 - [初恋に捧ぐ] (2002)

빛나는 첫사랑이 남긴 백조의 노래를 너에게 바친다 일본 시모키타자와 밴드 하츠코이노 아라시 (첫사랑의 폭풍)의 [첫사랑에게 바친다]는 아련한 제목과 달리 아련함만 있는 앨범은 아니다. 앨범을 걸자마자 나오는 곳은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첫사랑에게 바친다'다. 제법 경쾌한 베이스 라인과 로킹한 모던 록 기타, 반짝반짝거리는 실로폰이 인도하는 이 곡은 하지만 어딘가 짠한 가사를 가지고 있다. ("그대의 눈물이 잊혀지지 않아/첫사랑에게 바치는 넘버") 그 곡이 끝나자마자 나오는 곡은 바로 그 유명한 '真夏の夜の事 한여름밤의 일'이다. 피아노 한 대로 차분하지만 쓸쓸히 분위기를 만들어가다가 현악 연주와 사이키델릭한 맛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퍼즈 기타가 합세해 거대한 감정적인 파고를 불러일으키는게 제법인 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