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단상 11

전후 현대 영화 속 소외자/소수자의 “질주하는” 신체에 대하여:『네 멋대로 해라』, 『400번의 구타』, 『장거리 주자의 고독』, 『황해』, 『밤의 다이아몬드』, 『이센셜 킬링』을 중심으로

1872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설립자 릴랜드 스탠퍼드는 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스탠퍼드는 달리는 말이 네 발이 지면에서 모두 떨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직접 확인하기로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스탠퍼드가 선택한 방식은 사진이었다. 풍경 사진가 에드워드 J. 머이브리지에게 말이 달리는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해달라고 요구했고 머이브리지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1878년 스탠퍼드가 소유한 경주 트랙에 카메라를 여러 개 설치하고, 셔터에 실을 달아 말이 달리는 순간마다 끊게 만들어 사진을 찍게 했다. 이 사진은 곧 『움직이는 말 The Horse in Motion』이라 불리게 되었고. 머이브리지는 이 실험을 종합해 1879년 주프락시스코프라는 말이 달리는 이미지를 연속으로 보여주는, 초창기 영사기를 발명..

디트로이트의 여름, 미성년의 에로스와 타나토스: [아메리칸 슬립오버] (2010), [팔로우] (2014)에 드러나는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영화 세계

2015/08/06 - [Deeper Into Movie/리뷰] - 팔로우 [It Follows] (2014) 2014년 공개된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팔로우]는 칸 영화제 화제작 중 하나였다. 심지어 4년 후 발표된 미첼의 신작 [언더 더 실버 레이크]는 곧바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개될 정도였으니, 얼마나 주목받았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들을 읽어보면 공포 영화라는 장르를 새롭게 만들었다는 평들이 대다수다. 재미있는 점은,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이라는 감독의 커리어에서 보면 [팔로우]는 전작과 다른 이질적인 영화라는 점이다. 미첼의 데뷔작인 2010년작 [아메리칸 슬립오버]는 코미디 드라마에 가까웠던 영화다. 하지만 [아메리칸 슬립오버]를 보면 의외로 이 영화가 [팔로우]랑 공..

불안은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딥 엔드], [외침], [문라이팅]을 통해 본 예지 스콜리모프스키의 결핍과 히스테리

2012/10/24 - [Deeper Into Movie/리뷰] - 딥 엔드 [Deep End] (1970) 2012/11/06 - [Deeper Into Movie/리뷰] - 외침 [The Shout] (1978) 2013/06/28 - [Deeper Into Movie/리뷰] - 에센셜 킬링 [Essenstial Killing] (2010) 2014/01/16 - [Deeper Into Movie/리뷰] - 문라이팅 [Moonlighting] (1982) 예지 스콜리모프스키는 로만 폴란스키의 동료로 시작했지만, 폴란드 영화사에서도 잊힌 감독에 가깝다. 그가 만든 영화 중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영화는 1982년에 공개한 [문라이팅]이었으며, 대부분의 영화는 제대로 개봉하지 못했거나 아직도 먼지에 슬어..

서부극에서 총이 발사되기까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블리자드제 FPS 게임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맥크리라는 캐릭터가 있다. 대놓고 서부극 무법자를 가져온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궁극기는 '황야의 무법자Deadeye'다. 무방비가 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화면에 있는 대상을 오랫동안 조준하고 있으면 한 방으로 처치하는 이 궁극기와 "석양이 진다.... It's High Noon."이라는 대사는 곧 인터넷 상에서 유행어가 되었다. 이 대사는 왜 유행어가 되었는가? 그것은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빠른 스피드의 하이 테크놀로지를 배경으로 한 하이퍼 FPS의 흐름과 반대로 대상을 처치하기 위해 다소간의 뜸을 들어야 하는, 느긋한 호흡 때문이였다.'황야의 무법자'가 보여주는 이 느긋한 호흡이야말로, 서부극의 리듬을 이해할수 있는 중요한 단서 아..

미국 영화에서 일본 무사도 문화는 어떤 식으로 접목되는가?

서구권에서 일본의 무사도 정신이 본격적으로 수입되어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니토베 이나조의 [무사도]라는 저서였다.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의 대표적인 리버럴리스트였던 니토베 이나조는 독실한 기독교도로 미국으로 넘어가 1899년 “무사도: 일본의 정신” 이라는 책을 내면서 일약 유명해지게 된다. 니토베는 이 책에서 일본정신의 정수가 무사도라 보면서 무사계급의 도덕적 존재 양상인 의, 용, 감위견인의 정신, 인, 예, 성, 명예, 충의로 구분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서양의 일본 인식을 바로잡자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니토베는 이를 통해 일본이 나름 높은 도덕적 원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군사적으로도 강대한 근대 국가라고 보여주려고 했다. 이 [무사도]가 저술된 배경에는 청일전쟁의 승리로 일본의 국제적 지..

제임스 그레이의 [리틀 오데사]와 [투 러버스]에 나타나고 있는 민족적 특정성과 '멜로적 감수성'에 대해

2013/08/08 - [Deeper Into Movie/리뷰] - 리틀 오데사 [Little Odessa] (1994) 2014/02/23 - [Deeper Into Movie/리뷰] - 투 러버스 [Two Lovers] (2008) 이 글은 제임스 그레이 영화 중 [리틀 오데사]와 [투 러버스]에 나타나고 있는 멜로적 감수성이 정확히 어디에서 유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민족적 특정성과 연관이 되는지를 분석할 예정이다. 분석의 틀로는 프레데릭 제임스의 [정치적 무의식]와 폴 윌레만의 국가 개념을 사용할 것이다. 먼저 제임스 그레이에 대한 간단한 약력을 적어야 이 글을 이해하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임스 그레이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라이튼 비치 출신으로,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정..

[용문객잔]과 [안녕, 용문객잔]의 결말에서 드러나는 장르적 구조과 감정

(과제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호금전의 [용문객잔]과 이를 인용한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은 동일한 결말의 구조와 샷을 공유하고 있다. 바로 사라짐이라는 샷이다. 그리고 이 사라짐이라는 샷에는 공통적으로 애잔함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애잔함의 대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게 흥미롭다. [용문객잔]의 결말에선 영화 내내 조소겸으로부터 충신 우겸의 자식들을 지키던 협객들이 동료의 희생을 겪으면서까지 조소겸을 물리치는 컷이 나온 직후 살아남은 협객들이 떠나가는 뒷모습이 나온다. 여기엔 어떤 내러티브적인 설명이나 이별의 대사도 없다. 심지어 그전까지 중요한 인물들이였던 우겸의 자식들을 비롯한 생존자들도 제대로 된 대사 없이 떠나는 사람들을 보고 있을 뿐이다. 살아남은 협객들은 왼쪽으로 향해 걸어가 ..

살아남은 아버지, 다시 살아나는 아들: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과 윤종빈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비교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Nameless Gangster : Rules of Time 8.2감독윤종빈출연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마동석, 곽도원정보범죄, 드라마 | 한국 | 133 분 | 2012-02-02 복수는 나의 것 (0000)Vengeance Is Mine 8.3감독이마무라 쇼헤이출연미야코 초초, 바이쇼 미츠코, 오가타 켄, 오가와 마유미, 키요카와 니지코정보드라마, 스릴러 | 일본 | 139 분 | 0000-00-00 *과제용으로 제출한 글을 조금 다듬어서 낸 글이라 오류가 있을수 있습니다.*두 영화의 결말에 대한 누설이 있습니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과 윤종빈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이하 [범죄와의 전쟁])은 내용 자체로 보면 다른 ..

'루이 뤼미에르: 영화 최초의 버추얼리스트?' 정리

이 글은 [디지털 시대의 영화] (1995, 한나래)에 실린 토마스 앨새서의 '루이 뤼미에르: 영화 최초의 버추얼리스트'를 과제를 위해 읽고 정리한 글입니다. 번역투에 어색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토마스 앨새서의 '루이 뤼미에르: 영화 최초의 버추얼리스트?'는 1995년 장 두셰가 조르주 멜리에스와 루이 뤼미에르 간의 논쟁을 지적하면서 시작한다. 두셰는 ‘가상 현실로의 변화란 한 종류의 사유에서 다른 종류의 사유로의 변화이고, 인간이 실제적인 것과 맺는 관계를 바꾸고, 교란하고 심지어는 국해하려는 목적을 갖는 변화’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는 바쟁이 옹호했던 뤼미에르주의자이 실천했던 영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앨새서는 두셰의 이런 주장과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끌어온 뤼미에르..

그들은 왜 돌아와서 왜 떠나가는가?

[수색자]가 [라스트 오브 어스], [스플린터 셀: 컨빅션], [인간 합격], [유레카]에 드리운 트라우마와 재생의 그림자존 포드의 [수색자] (1958)는 서부극 영화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영화다. 시대착오적 영웅인 에단 에드워즈가 기나긴 시간에 걸려 코만치 부족에게 납치당한 조카딸을 찾느라 5년동안 수색을 벌인다는 내용의 영화다. 존 포드는 이 영화는 끔찍한 시간과 사건을 넘기 위한 한 영웅의 내외적 투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투쟁으로 인해 그가 얼마나 망가져가고 그가 증오하는 대상과 닮아가는지 보여준다.[수색자]에서 매력적인 부분이라면 엔딩일 것이다. 트라우마의 시간을 넘어서 가족들과 공동체는 다시 한 곳으로 모인다. 허나 그 트라우마의 시간을 넘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인 영웅은 뒤돌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