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37

Nick Drake - [Bryter Layter] (1970) & [Pink Moon] (1972)

닉 드레이크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뮤지션입니다. 첫 앨범 [Five Leaves Left]는 암울했던 고3 시절을 동거동락했던 앨범들 중 하나이며, 들으면서 매번 '어떻게 기타를 이런 식으로 연주할 수 있을까!' '이런 현악 연주는 어떻게 뽑아냈을까', '가사는 또 어떤지...' 라고 매일매일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정작 나머지 앨범을 구한 건 최근입니다 (...) BACK TO CLASSIC ERA을 선언을 하고 나서 이빨 빠진 앨범들을 채워넣기 시작했는데, 싸게싸게 한국반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리마스터링에 대해 말이 좀 많은 편인데 (특히 [Bryter Layter]는 CD 리마스터링 실패 사례로 꼽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뭐 다시 리마스터링 나와도 충분히 구매할 의사가 있습니다. ..

Nine Inch Nails - [The Downward Sprial] (1994)

돌이켜보면, 1990년대 초중반은 절망적인 감수성이 사랑받았던 시절인 것 같습니다. 너바나나 앨리스 인 체인스, 펄 잼, 스매싱 펌킨스 등 그런지 카테고리는 말할것도 없고 심지어 그 흐름에서 느지막히 떨어져 있었던 페이브먼트에게도 자조적인 정서가 뿌리 박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런 감수성이 사랑받은 건 1960년대 말 더 후, 롤링 스톤즈, MC5, 더 도어즈 같은 헤비하고 반사회적인 음악이 사랑 받은 것과 비슷한 선상일지도 모릅니다. 저 두 시절엔 세상에 대한 안티 테제적인 생각이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고 할까요. (1960년대에 추앙받았던 윌리엄 버로우즈와 잭 케루악이 1990년대에 다시 재발굴-특히 버로우즈-됬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다만 1960년대 말과 달리 1..

Paul McCartney & Wings - [Band on the Run] (1973)

여사님를 통해 아방가르드와 공명하면서 과거의 영광 더 나아가 전통적인 록/팝을 탈주하려고 기를 쓰던 존 레논과 달리, 폴 매카트니의 솔로 행보는 작곡에 재미들린 한 천재가 미친듯이 멜로디를 뽑아내고 그것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 경지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가 아마 이 앨범 [Band on the Run] 아닐까 싶습니다. 이 앨범은 나름 위기라면 위기인 상황에서 (밴드 멤버 탈퇴, 강도 사건) 아내와 대니 레인 정도로 간출하게 꾸린 라인업으로 만든 앨범입니다. 실질적으로 폴 매카트니 원맨 체제에 가깝지만, 그래도 이 앨범은 여전히 밴드라는 기본 명제에 충실한 연주와 멜로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한 솔로보다는 매카트니와 멤버, 나아가 세션 간의 조화를 중시하고 있다고 할까요. 돈지랄..

게임발전국 [ゲーム発展国++/Game Dev Story] (2010)

*Game Dev Story로 알려져 있지만, 원본인 일본판의 제목이 게임발전국이기 때문에 게임발전국으로 적습니다. 막장제조국 게임발전국은 일본 카이로소프트가 만든 스마트 폰 용 게임 회사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8MB 정도 하는 그리 크지 않은 게임이지만, 이 게임은 좋은 시뮬레이션 게임이 가져야 할 미덕을 모조리 갖추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게임 회사 사장이 되어 좋은 게임을 만들어 성공을 하는 겁니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의 장르와 소재, 플랫폼 그리고 제작비용을 정하고 게임의 방향을 결정한 뒤, 사내 직원이나 사외 인사를 기용해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목표를 위해 카이로소프트가 준비한 내용들은 상당히 풍부합니다. 우선 직원 훈련에서 얻을..

Fight Test/리뷰 2011.01.12

Marvin Gaye - [What's Going On] (1971)

옛날 이야기를 해보자면, 제가 들은 최초의 흑인 음악은 아버지가 사오신 모타운의 보이즈 II 멘이였습니다. 이들은 (어린 저에게) 굉장한 하모니와 깊은 소울과 가스펠을 선보였고, 그 앨범을 들으면서 흑인 음악에 대한 귀가 스리슬쩍 틔였던 것 같습니다. 정작 제가 초기에 사모았던 흑인 음악들은 보이즈 II 멘과 달리 뭔가 주류에서 벗어난 것들이였습니다. 소울 앨범도 오티스 레딩이나 샤론 존슨 같이 좀 더 거친 박력을 강조하는 쪽을 먼저 샀고, 심지어 제가 최초로 산 모타운 제 앨범은 에리카 바두의 2010년 앨범이였습니다. (...) 이러다보니 마빈 게이는 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순위가 미뤄지다가 드디어 2011년 첫 앨범으로 사게 됬습니다. (딜럭스 에디션입니다.) 오티스 레딩와 아이작 헤이스로 대..

비주얼드 3 [Bejeweled 3] (2010)

매치 3 종결자 강림 [비주얼드 3]는 연수로 따지자면 6년만에 나온 신작입니다. 페이스북 연동으로 다시 한번 파란을 일으킨 비주얼드 블릿츠까지 포함하면 1년 차지만... 그래도 넘버링으로 따지면 정말 오래간만의 신작입니다. 이 게임의 법칙에 대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설명하자면 비주얼드 3는 매치-3라는 퍼즐 게임의 하위 장르에 속해 있는 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세 개 이상의 조각(게임에 따라 다릅니다)을 맞춰 점수를 따내는 것으로 진행되는 게임이죠. 비주얼드 시리즈는 2000년에 등장하면서 이 장르를 완전히 꽉 잡았으며, 이후 비주얼드 2, 비주얼드 블리츠, 비즈얼드 트위스트를 통해 룰과 네트워크 대전 기능을 도입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잡았습니다. 수많은 매치-3 장르들..

Fight Test/리뷰 2010.12.17

Kanye West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2010)

Darksweet Symphony 카녜 웨스트의 새 앨범.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피치포크 10.0점의 걸작? 30분짜리 영화를 위한 사운드트랙?, 프로그레시브 힙합 앨범? 오토튠 진화 과정을 담은 앨범? 빌보트 차트 1위의 반상업적 앨범? 아님 이해할 수 없는 앨범? 뭐라 불러도 상관없다. 그 말들은 모두 중심을 빗겨나갔기 때문이다.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모든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카녜 웨스트 새 앨범이 그렇다. 따라서 이 리뷰 역시 중심을 비껴나간 리뷰가 될 수 밖에 없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난 이게 힙합판 (아케이드 파이어의) [Neon Bible]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네그리튀드적 관점이 추가되면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나온다고 하면 어떨까?..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비드 핀처 (2010 / 미국)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앤드류 가필드,저스틴 팀버레이크 상세보기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갔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는 남녀의 데이트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던 그 데이트는 그러나 어딘가 삐긋거리기 시작한다. 남자 쪽에서 대화를 맞춰주지 못하고 자꾸 엉뚱한 쪽으로 신경을 긁어대며 여자는 참다가 결국 화를 낸다. 남자는 마크 주커버그, 그러니까 영화의 주 소재인 페이스북의 창립자다. 그리고 이 사람이 주인공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시작은 너무나 아이러니하기 그지 없으며, 그 아이러니는 영화 전반의 주제를 담당하고 있다. 영화 속 마크 주커버그는 한마디로 인간 관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사람에게 어떻게 대할지도 ..

荒井由実 - [ひこうき雲] (1973)

2010/11/18 - [headphone music/리뷰] - Yellow Magic Orchestra - [ソリッド・ステイト・サヴァイヴァー], [浮気なぼくら] (1979, 1983) 비행기 구름 거리의 낭만 아라이 유미 (혹은 마츠토야 유미)는 토드 런그렌과 비슷한 시기에 알았던 이름인데 아버지의 일본 오디오 잡지에서 유밍의 [FROZEN ROSES] SACD 버전을 극찬하는 글을 읽고, '누구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게 그 시작이였다. 당시 나는 10살이였고, 한국에서 일본 음악은 라르크나 차게 앤 아스카, 엑스 재팬 같은거만 찔끔찔끔 나오던 때였다. 당연히 유밍의 작업들을 접할 기회는 없었고, 그녀가 일본에서 뭘로 얼마나 유명한지, 그녀 뒤에 누가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내가 머리가 굵고 이 ..

Yellow Magic Orchestra - [ソリッド・ステイト・サヴァイヴァー], [浮気なぼくら] (1979, 1983)

2010/10/04 - [headphone music/잡담] - ソリッドで浮気なYMOが韓国へきます。 2010/11/25 - [headphone music/리뷰] - 荒井由実 - [ひこうき雲] (1973) [Solid State Survivor] (1979, Alfa)를 이야기하면서 크라프트베르크를 얘기하지 않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조르지오 모르더도 이야기해야 되겠지만 불행히도 그의 작업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다.) 그만큼 YMO는 크라프트베르크를 듣고 깨달음을 얻은 많은 뮤지션 중 하나였고, 이 앨범은 크라프트베르크에서 뻗어나간 피조물들 중 가장 훌륭타 할만한 앨범이다. 1978년에 발표된 크라프트베르크의 [The Man Machine]의 '덜 실험적이고 좀 더 팝적인' 일렉트로닉의 영향력이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