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37

<간단리뷰> Hurts - [Happniess] (2010)

-마치 MGMT의 [Congratulations]을 보는듯한 느낌의 앨범입니다. 괜찮겠다, 하고 건져올렸는데 좋긴 한데 뭔가 기대 방향과 어긋나서 당황스러운 느낌. 공교롭게도 둘 다 소니 뮤직 소속이네요. -기본적으로 신스 팝이라는 장르에 단단히 고착된 앨범입니다. 물론 이 장르도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이들은 OMD, 디페치 모드, 티어즈 포 피어즈, 뉴 오더 같은 우울하면서도 쉬크한 감수성을 다루는 스펙트럼에 속해 있습니다. (개인사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디페치 모드보다는 OMD나 뉴 오더에 가깝겠군요.) 앨범 제목은 그 점에서 참 반어적인데, 자살을 생각하는 남자와 그를 말리는 여자 ('Wonderful Life'), 이별 ('Blood, Tears & Gold'), 사랑의 고통 같은 오히려 Sadn..

[Something/Anything?] / [Odessey & Oracle]

Todd Rundgren - [Something/Anything?] (1977, Bearsvill) 토드 런그렌이라는 이름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대략 2000년부터였던가? 아버지가 가지고 계신 일본 하이파이 잡지 번역본에서 24bit 리마스터링된 음반들을 찬양하는 코너에서 말이죠. 물론 베어스빌이라는 레이블도 그 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왠지 무의식 깊숙한 곳에서 '이 앨범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앨범을 구한 것도 일본이군요. 정말 이 앨범은 유달리 일본과 연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24bit 리마스터, 일본 잡지에서 소개, 일본에서 구매.) 아마 서구권 평론가들에게 토드 런그렌의 걸작을 꼽으라고 물으면 [A Wizard, A Tr..

Teenage Fanclub - [Shadows] (2010)

Secret Sunshine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 밴드 틴에이지 팬클럽의 새 앨범의 제목 [Shadows]은 아이러니하기 그지 없다. 이 제목 아래 담겨있는 곡들은 그림자라기 보다 차라리 햇살에 가까운 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앨범을 조금만 들어보면 이 앨범 제목이 나름대로 시적인 은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강렬한 햇살이라기 보다 어느 정도 음영 (멜랑콜리)을 포함한 햇살이라고 할까. 이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틴에이지 팬클럽은 처음부터 멜랑콜리를 노래했기 때문이다. 초기 대표작 [Bandwegonesque]도 고전적이면서도 쟁글쟁글한 팝 멜로디를 그런지의 역동적인 힘과 노이즈 피드백으로 담아낸, (듣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사랑과 청춘에 관한 슬픈 송가였다. 그리고 이런 ..

Yeasayer - [Odd Blood] (2010)

플라스틱 니케 동상 예세이어는 최근 방귀 꽤나 뀐다는 뉴욕 힙스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밴드다. 첫 앨범은 인디 레이블에서 발표했지만,그 인기 때문인지 2집은 전통의 명가인 뮤트 레이블과 최근 뜨고 있는 시크릿 캐네디언에서 발표했다. 발매 전부터 상당히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이 앨범은 어떤가? 예세이어가 주조하는 사이키델릭 팝 사운드는 무척이나 키치하다. 자중을 모르는 멜로디, 순간의 쾌락을 즐기자고 청자를 유혹하는 댄스 풍 리듬, 밑이 없이 붕붕 떠다니는 전자음들, 잔뜩 뭉그러져 소리 위를 뒤덮는 다양한 효과음들... 하지만 그 사운드를 통해 예세이어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웅장하다. 글리치 비트에서 시작해 무거운 드러밍으로 장중함을 만드는 'The Children'로 시작해 ‘Ambling Alp’는 ..

Arcade Fire - [The Suburb] (2010)

Present Day, Present Time. 아케이드 파이어의 세번째 앨범 제목은 '교외'다. 이 제목은 정말 간결하게 그동안 아케이드 파이어가 걸어왔던 커리어와 새 앨범의 방향을 정하고 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을 신화적인 장중함으로 잡아냈던 1집 [Funeral], 불신과 폭력, 부정으로 얼룩진 세상에 대한 묵시록적인 예언서였던 2집 [Neon Bible]를 떠올려보라. 교외는 현실의 장소다. '장례식'처럼 산 자와 죽은 자가 어우르는 신화적인 장소도 아니며, '네온 성경'이 낭독되는 어두운 교회처럼 묵시록의 장소도 아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주하며 일상을 누리는 곳이다. 동시에 교외는 과거의 장소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필연적으로 교외를 떠나 도시로 가야 하기 때문..

XTC - [Skylarking] (1986)

계절로 가는 문 폴라곰: 폴라곰과 큰뿌리: 큰뿌리의 찬양질~시간 폴: 뭡니까 이 오덕돋는 인트로는. 큰: 상관 없잖아요? 우리 둘 다 오덕인데. 어쨌든 폴라곰 씨, 4개월 만에 휴가에서 돌아오니 어떻습니까? 폴: 플라스틱 비치요? 좋았죠. 너무 좋아서 학점 펑크 날 뻔 했지만. 큰: 하하. 폴: 그래서 오늘의 리뷰는 XTC의 [Skylarking]이라고요... 큰: 사실 리뷰를 날려먹어서 우리들의 컴백이 갑자기 이뤄졌다는건 비밀입니다. 폴: 말해버리면 비밀이 아니잖아요. 큰: 넘어가고. 마이클 잭슨이 킹 오브 팝이였던 1980년대, 언더에서는 컬리지 록이라는 움직임라는게 있었죠. XTC도 그 흐름에 속하는 밴드입니다. 폴: 그런데 컬리지 록라는 말에 따르면 너무 모호하지 않나요? 올무식에 따르면 컨트리 ..

어새신 크리드 1,2 [Assasin's Creed / Assasin's Creed II] (2007; 2009)

어새신 크리드 시리즈는 [페르시아의 왕자]와 [스플린터 셀]로 양자 구조로 나눠져 있었던 비FPS계열 UBI 액션 게임에 새로 등장한 무서운 신예다.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의 대립, 음모론과 SF 소재를 도입한 이 시리즈는 2007년 첫 편이 공개된 뒤, 무시무시하게 자기만의 세계와 팬들을 확장해왔다. 판매고도 상당히 괜찮아서 순식간에 UBI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도약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GTA 시리즈가 일군 샌드박스 장르에 속해있다. 한마디로 자유로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게 목적인 게임이다. 다만 이 시리즈는 GTA 시리즈가 미쳐 이루지 못했던 '군중'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제시해 GTA 시리즈와는 독자적인 세계를 일궈냈다. 이 리뷰는 가장 큰 줄기인 1편과 2편을..

Fight Test/리뷰 2010.08.20

Roxy Music - [Roxy Music] (1972)

퇴폐의 시대 록시 뮤직과 그들이 1972년에 발표한 이 동명의 첫 앨범은 50년대 클래식 할리우드가 뽐냈던 퇴폐의 복권입니다.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이 안정된 경제와 컬러 필름이라는 신 기술 등장으로 과도한 화려함이라는 미학으로 폭발한 시기였죠. (이 미학은 더글라스 서크의 멜로 영화에서 아이러니컬하게 드러납니다.) 이는 이들이 입고 다녔던 패션부터 시작해, 가사, 창법부터 시작해 당 앨범의 수록곡인 2 H.B.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이 곡의 HB는 연필심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험프리 보가트를 지칭하는 약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들은 50년대와 70년대 사이에 있는 간극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그 스타일을 소비하는 방식은 50년대처럼 내숭 떨지 않고, 오히려..

엔터 더 보이드 [Enter The Void] (2009)

엔터 더 보이드 감독 가스파 노에 (2009 / 이탈리아,독일,프랑스) 출연 나다니엘 브라운,파즈 데 라 후에르타 상세보기 THIS IS GOING TO MAKE YOU FREAK. BUT... (본 리뷰는 영화의 성격에 맞게 다소 막장스럽게 작성됬습니다 (...)) 가스파 노에의 7년만의 신작, [엔터 더 보이드]는 도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판타지 영화다. 도쿄에 살고 있는 마약 딜러 오스카와 스트리퍼 여동생 린다는 서로 끔찍히 아끼는 사이다. 그러나 영화 시작 10분 뒤 오스카는 경찰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나고 린다만 세상에 남게 된다. 그러나 린다와의 약속을 잊지 못한 오스카는 허공에 부유하면서 린다의 주변을 떠돌며 도쿄를 관망하게 된다. [엔터 더 보이드]는 여러모로 용감한 영화다. 우선 영상 언..

LCD Soundsystem - [This is Happening] (2010)

This is Not Happening 미국 뉴욕 출신 댄스 펑크 그룹 LCD 사운드시스템은 두 앨범을 통해 21세기의 대중음악을 재정의했다. 그들은 맨체스터에서 쩔어버린 인더스트리얼 휭크와 가차없이 밀어붙이는 (더 폴의 영향이 느껴지는) 포스트 펑크 풍 베이스 리듬, 디스코/하우스 뮤직과 1980년대 빈티지 신스 언어로 풀어낸 사이키델릭, 개러지 로큰롤의 에너지를 가지고 쩌는 뒤끝이 남는 놀자판을 만들었다. 무심함과 광희가 교차되는 그들의 음악은 정말 21세기만이 할 수 있는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최근 리더 제임스 머피는 LCD 활동을 정지한다고 밝혔고, 큰 변동이 없는 한 2010년 5월 발표된 [This is Happening]은 어쩌면 이들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앨범이다. 우선 그동안 L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