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4 - [headphone music/잡담] - ソリッドで浮気なYMOが韓国へきます。
2010/11/25 - [headphone music/리뷰] - 荒井由実 - [ひこうき雲] (1973)
[Solid State Survivor] (1979, Alfa)를 이야기하면서 크라프트베르크를 얘기하지 않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조르지오 모르더도 이야기해야 되겠지만 불행히도 그의 작업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다.) 그만큼 YMO는 크라프트베르크를 듣고 깨달음을 얻은 많은 뮤지션 중 하나였고, 이 앨범은 크라프트베르크에서 뻗어나간 피조물들 중 가장 훌륭타 할만한 앨범이다.
1978년에 발표된 크라프트베르크의 [The Man Machine]의 '덜 실험적이고 좀 더 팝적인' 일렉트로닉의 영향력이 느껴지지만, 이 지독할 정도로 강한 오리엔탈리즘은-종종 '경박'하게 들리는-YMO만의 것이라 할 만하다. <Absolute Ego Dance>은 인도, 류큐, 일본 전통 음악의 음률이 만들어내는 오리엔탈리즘과 '뽕끼'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Insomnia> 역시 교태넘치는 샤미센 연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그들은 <Day Tripper> 커버 같은 곡으로 그들이 오리엔탈의 감수성을 뽑아내면서도 인터내셔널한 감각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런 그들의 코스모폴리탄적인 센스는 서구권 청중에게도 먹혀 들어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일렉트로닉 장르의 틀에서 봤을때도 이 앨범은 뛰어난 일렉트로닉을 들려준다. 핫피 엔도와 솔로로 이미 전설이었던 호소노 하루오미, 사디스틱 미카 밴드에서 인상적인 드러밍을 선보였던 타카하시 유키히로, 당시 신인이지만 세션 활동으로 재능을 인정받았던 사카모토 류이치. 이 재능있는 세 뮤지션이 힘을 합친 결과는 인상적이다. 호소노의 그루비한 베이스, 타카하시의 리드미컬하면서도 정확하게 박자를 맞추는 드러밍, 그리고 사카모토가 뽑아내는 독특한 신시사이저 음과 그것을 쌓아올리는 손길. 거기다가 탄탄한 작곡 실력이 곁들어져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 이게 바로 YMO의 [Solid State Survivor]다. 단적으로 에릭 클랩튼이 커버하고 마이클 잭슨와 퀸시 잭슨마저 칭송한, 유려하게 미끌어져 들어가는 <Behind The Mask>와 모두가 사랑하는 <RYDEEN>을 들어보라.
이전 핫피 엔도로 '일본적인 록 하기'라는 화두에 답을 내놓았던 호소노 하루오미는 이 앨범에서 '과연 동양에서 만든 음악이 전세계에 먹힐까?'라는 화두에 이렇게 대답한다. 불가능은 없다. 호소노와 그의 동료들은 보란듯이 자신들의 문화적인 정체성을 신문물 (일렉트로닉)의 포용력 속에 당당히 녹여냈으며, 당시 일본 붐이 불고 있던 영미권에 그 결과물, [Solid State Survivor]을 내놓으면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흑인도 백인도 아닌 황인이 만들어낸 이 독특한 에토스가 담긴 이 앨범은 일본이 자랑할만한 결과물이다.
첨언하자면, 이 앨범은 게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꼭 들어야 하는 음반이다. 호소노 하루오미는 아래 [浮気なぼくら] 발표한 다음, 세계 최초의 게임 음악 사운드트랙인 [ビデオ・ゲーム・ミュージック] (1984, Alfa Records)의 프로듀싱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의 시작엔 이 앨범 [Solid State Survivor]가 있었다.
[浮気なぼくら] (1983, Alfa)는 위의 [Solid State Survivor]과는 방향이 다른 앨범이다. 물론 YMO다운 무국적이면서도 (<君に、胸キュン。(浮気なヴァカンス)>에선 이탈리아 영화를 언급한다.) 동양적인 감수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곡을 꾸려 가는 방식이 달라졌다. 1982년 잠시 밴드가 멈추는 동안 밴드의 축이였던 호소노 하루오미와 사카모토 류이치가 주류 가수들(마츠다 세이코, 고 히로미, 이이지마 마리 등등...)에게 곡을 주면서 그들은 음향 실험보다 곡이라는 부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크라프트베르크보다는 뉴 로맨틱스에 가까운 앨범이다. 사운드 축조보다는 유려한 곡 전개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전자음들도 주류 팝스에 가까운 멜로디들을 달콤하게 감싸는데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보컬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카네보 화장품 CM 타이업으로 유명세를 타고, 후일 마리아 홀릭으로 일부 한정으로 다시 유명해지는 <君に、胸キュン。(浮気なヴァカンス)>는 그 점에서 좋은 인트로라 할 만하다. 이 곡에서 그들은 편안하게 주류 J-POP 멜로디를 뽑아내고 있다. 이어지는 <希望の路>나 <音楽>, <以心電信 (予告編)>, <希望の河> 같은 곡들도 그 노선을 따르고 있다. 빨강, 초록, 검은 색조로 다소 칙칙했던 전작 앨범 커버와 달리, 파스텔 톤 색조의 앨범 커버도 그걸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런 편안한 태도는 아마 이미 해산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걸지도 모르겠다. 해설지를 읽어보면 멤버들 모두 [テクノデリック]으로 음악적으로 이미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했다고 하며 '놀이'의 감각으로 이 앨범을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YMO는 이 앨범을 홍보할때 근엄한 태도를 버리고 귀여운 저씨돌(...지금 시점에서는 아무리 봐도 후로게이 저씨돌이지만 당시 뉴 로맨틱스가 그랬으니 이해하자.)을 연기해냈으며, 그게 대중들에게 먹혀들어가 오리콘 앨범 차트 1위를 달성해내고 만다. 이 앨범을 받아들인 대중들은 테크노라는 장르에 대해 좀 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으며 이는 2000년대 퍼퓸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물론 편안하다고 해서 YMO가 그동안 쌓아왔던 소리의 결기가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테크놀러지의 발달은 그들에게 견고한 소리의 틀을 만들 수 있게 해줬으며, 실제로도 그것을 백배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곡은 바로 <FOCUS> 일 것인데, 이 곡에선 빌 넬슨이 연주하는 이-보우를 이용해 모스 부호 같은 독특한 음향을 만들어내고 있다. <LOTUS LOVE> 역시 일그러진 음향 속에서 비틀린 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소리의 축조 기술은 팝스라는 가치관에 귀결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YMO은 간단하게 그것을 해내고 있다.
무협의 세계에서 고수는 내공이 극에 달하면 오히려 초보의 품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浮気なぼくら]는 신천지를 개척한 세 고수들이 해산하기 전 내놓은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가장 고도의 내공을 담고 있는 앨범일 것이다.
P.S. 이 리뷰는 해설지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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