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37

스플린터 셀: 컨빅션 [Tom Clancy's Splinter Cell: Conviction] (2010)

다소 아쉬운 절충적 잠입 액션 게임 스플린터 셀은 전통적으로 잠입으로 유명한 게임이다. 컨빅션 이전의 스플린터 셀은 빡빡한 난이도, 오로지 잠입 위주, 무쌍 금지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모 리뷰의 말을 빌리자면, 이 시리즈는 "세계에 얼마 안 되는 잠입액션 프랜차이즈"로 톰 클랜시라는 네임과 더불어 코어한 팬층을 모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스플린터 셀 시리즈는 초심자가 손대기 힘든 작품으로 손꼽혀왔다. (나 역시 이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어떤 게임인지는 알고 있다.) [스플린터 셀: 컨빅션]은 다르다. 거의 다 완성했다가 밥상 뒤집기를 시전했다는 소식처럼 이번 작품은 변화를 골몰한 작품이다. 컨빅션의 특징은 '선택의 다양함'이다. 게임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잠입만 고집하고 않고, 다양한 가..

Fight Test/리뷰 2010.07.18

머시너리움 [Machinarium] (2009)

21세기에 등장한, 20세기의 유산들로 빚어진 정파 어드벤처. 사후적으로 보면 [미스트], [가브리엘 나이트 3]와 [그림 판당고], [오미크론] (1990년대 중후반을 전후로) 이후 이야기와 퍼즐로 승부하는 순수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는 주류 게임계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화려한 그래픽과 자극적인 게임 디자인을 선보이는가로 승부를 거는, 3D-HD 게임 시대에 이야기와 순수한 두뇌싸움으로 일관하는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를 주류 게임 시장에 내놓는다면, 그건 개그로 오해받기 쉽다. [헤비 레인]과 [앨런 웨이크], [하프 라이프 2]가 웅변하듯이 어드벤처도 급속도로 하이브리드화 되가고 있다. 하지만 [헤비 레인]처럼 헤비한 모션 캡처를 할 수 없는 창조적인 제작자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이 ..

Fight Test/리뷰 2010.07.14

하얀 리본 [Das Weisse Band - Eine Deutsche Kindergeschichte / The White Ribbon] (2009)

하얀 리본 감독 미카엘 하네케 (2009 / 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 출연 마리사 그로왈트,야니아 파우츠,미카엘 크란츠 상세보기 하얀 악마들 단언컨데 미카엘 하네케는 유럽 영화계의 사디스트이다. 초기작부터 지금까지 그는 관객을 괴롭히는데 맛들여왔다. 비디오와 인질극, 사이코 살인마, 리모컨을 가지고 관객을 농락하거나, 한 여인의 변태성욕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유럽 문명을 모조리 멸망시키고 주인공들을 난민으로 만드는 짓을 태연히 저지른 사람이다. 이게 사디스트가 아니면 무엇인가. 하지만 동시에 그는 현실의 냉혹함과 역사의 어두운 면, 도덕의 타락을 그대로 드러내는 철저한 도덕주의자였다. 그 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빛을 본 라스 폰 트리에하고는 일정한 선을 긋는다. (하네케는 그에 대해 극찬을 했지만.) 선악..

Erykah Badu - [New Amerykah Part Two: Return Of The Ankh] (2010)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the Space. 에리카 바두의 신보 [New Amerykah Part Two: Return Of The Ankh]는 듣는 이를 몽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앨범입니다. 조만간 손에 넣을 예정인 파트 원하고는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는 2부작 리뷰으로 미루겠지만, 이 앨범은 개인의 정서에 집중하는 앨범이라는거 정도는 말할 수 있겠군요. 이 앨범은 무척이나 몽환적입니다. (제가 바두의 다른 앨범을 듣지 못해서 이 앨범 한정으로 이야기하는 건 양해 부탁드립니다.) 달리 말하자면 사이키델릭의 영향이 강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이키델릭이라는 개념은 백인들 중심으로 사이키델릭 록의 그것하고는 다릅니다. 에리카 바두가 목소리와 곡으로 풀어내..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 [四畳半神話大系 / The Tatami Galaxy] (2010)

Synecdoche, Tatami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여러모로 곤 사토시 이후 등장한 일본 애니계의 스타일리스트이라 할 만한 인물이다. 갈수록 스타일과 내용에 대한 고민이 (누구는 샤프트를 들겠지만, 샤프트의 스타일 실험은 기만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없어지는 일본 애니계에서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귀중한 인재다. 작화 쪽 출신인 그는, 애니메이터로 활약하면서도 [네코지루소우] (캣 수프) 같은 아방가르드 애니메이션의 각본을 쓰기도 한, 한마디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하지만 매드하우스의 또다른 스타일리스트인 곤 사토시와 달리, 유아사 감독은 좀 더 B급적인 감수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처럼 그는 '나에겐 표현의 한계 따윈 없다'라는 태도로 섹스와 폭력, 말도 안되는 상상력을 거침없이 표..

Real Motion/리뷰 2010.07.02

João Gilberto - [João Gilberto] (1973)

코드명 화이트: 보싸노바의 핵심 솔직히 저는 이 앨범을 만나기 전에 보싸노바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노 리사 그런 쪽의 무지 달콤하게 속삭여대는 음악으로 말이죠. 머리가 굵고도 전 여전히 보싸노바에 대해 그렇고 그렇고 음악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앨범을 사게 된 것은 무더운 여름을 식히고자 브라질 음악에 관심을 가져, 카에타노 벨루소 1집 (작년에 리뷰했죠.)과 같이 산 게 처음이였습니다. 처음 들었을때 심심했습니다. 조용조용 속삭이는 목소리와 기타와 퍼커션 소편성으로 작은 부분만을 차지하는 악기 연주들은 이 앨범은 다소 낯선 앨범이였습니다. '보사노바의 신'이라 불리우는 조앙 질베르토의 명성은 알고 있었지만, 명성에 비해 확 박히는게 없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잘 들어보면서 이 앨범의 미..

De La Soul - [3 Feet High and Rising] (1989)

당신이 음악을 사랑한다면 놓치면 안되는 힙합 앨범 장르를 정의한 걸작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제 리뷰한 이기 앤 더 스투지스의 [Raw Power]도 그렇고, 이번 리뷰 대상인 드 라 소울은 [3 Feet High and Rising]도 그렇습니다. [3 Feet High and Rising]은 황금기 힙합의 큰 나무인데, 그 나무에 열려있는 열매들이 참으로 풍성하기 그지없습니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황금기 힙합이라는 이름으로 붐을 타기 시작한 것은 이들이 등장하기 전 3~4년전 런 DMC부터였는데,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퍼블리 에너미나 N.W.A.처럼 과격한 메세지를 과격한 사운드 메이킹을 통해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드 라 소울은 정글 브라더스하고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와 더불어 이런 흐름에서..

Iggy and the Stooges - [Raw Power] (1973)

PUNK HELL BOY FROM DETROIT (2010 보위 믹스를 기준으로 리뷰했습니다.) 모두가 사랑하는 펑크 록. 그 선조를 꼽으라면 다들 섹스 피스톨즈를 꼽을 것입니다. 하지만 섹스 피스톨즈도 하늘에서 뿅 떨어진 것은 아니죠. 그 중 가장 직접적인 영향이 느껴지는 뮤지션은 바로 이 이기 팝입니다. 1960년대엔 스투지스를 이끌다가, 솔로로 전향해 펑크 록의 씨앗을 개척한 사람이죠. [Raw Power]는 스투지스를 끌고 만든 세번째이자, (2008년 복귀 이전까지) 마지막 작품입니다. 1973년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름 표기가 미묘하게 바뀌었습니다. Iggy and the Stooges로... 이는 전작들과 달리, 이기 팝의 솔로 이미지가 전면으로 대두되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

괴물들이 사는 나라 [Where the Wild Things Are] (2009)

괴물들이 사는 나라 감독 스파이크 존즈 (2009 / 미국) 출연 맥스 레코드, 캐서린 키너, 마크 러팔로, 로렌 암브로스 상세보기 Beast Within 스파이크 존즈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모리스 샌닥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40쪽의 단출한 이 원작 동화책은 맥스라는 말썽꾸러기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느날 그는 어머니랑 다툰 뒤, 저녁을 굶고 방에 갖히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방에서 환상적인 과정을 거쳐 괴물들이 있는 이상한 섬으로 간다. 거기서 괴물들의 왕이 된 그는, 그들과 함께 야수성을 거침없이 폭발시킨다. 하지만 그 야수성도 질린 그는 결국 괴물들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밥이 차려저 있었다. 모리스 샌닥은 이 동화책을 통해 우리 모두의 야수성과 성..

시 [Poetry] (2010)

시 감독 이창동 (2010 / 한국) 출연 윤정희, 이다윗, 김희라, 안내상 상세보기 도덕의 미학 이창동 감독의 2010년 영화 [시]는 정직한 제목을 가진 영화다. 이 영화는 정말로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너무나 간결한 제목과 달리, 영화가 전해주는 주제의 진폭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영화는 시를 통해 인간의 윤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경기도 소도시, 양미자 (윤정희)는 부산으로 간 딸을 대신해 손자를 데리고 살고 있다. 그녀는 다소 소녀적인 감수성과 옷차림을 하고 있는, 조금은 독특하지만 평범한 할머니다. 어느날 동네 시 강좌를 듣게 된 그녀는 시를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병 진단과 손자가 강간한 소녀의 자살은 그녀의 평범한 일상을 뒤흔들어놓는다. 미자라는 캐릭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