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리뷰 221

예언자 [Un Prophete / A Prophet] (2009)

예언자 감독 자크 오디아르 (2009 / 프랑스) 출연 타라 라힘, 닐스 아레스트러프, 아델 벤체리프, 레다 카텝 상세보기 예언자 출옥하다: 감옥이라는 이름의 학교 A School Named Prison 자크 오디아드 감독의 [예언자]를 본다는 것은 마하 3으로 얻어터지는 것과 거의 비슷한 경험입니다. 건조하지만 강렬한 폭력 묘사도 그렇지만, 이 영화의 파워와 포스는 정말 '후덜덜'합니다. 마지막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자 제 머리는 풀파워로 너덜너덜해진것 같았습니다. 만약 캐릭터 만들기를 공부하기 위해서 프랑스 영화 한 편을 골라야 한다면, [예언자]는 훌륭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캐릭터의 입체적인 변화를 굉장히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말릭은 뭐 가지고 있는 것은 돈 쪼가리와 단벌..

더 클래스 [Entre les murs / The Class] (2008)

더 클래스 감독 로랑 캉테 (2008 / 프랑스) 출연 프랑수아 베가도 상세보기 학교라는 이름의 소우주 로랑 캉테의 [더 클래스]는 교실에서 시작해 교실에서 끝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한 장소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경이로운 생명감과 진지한 질문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파리 외곽의 중학교, 4년차에 접어든 프랑스어 교사 프랑수와 (원작자가 직접 연기했습니다.)가 새 학년들을 맡으면서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그리 모범적이다 할 수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얻어냅니다. 하지만 돌연한 사건으로 이 신뢰는 깨지게 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형식은 단순한 편입니다. 카메라는 그렇게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정직하게 학교를 잡아내는데 만족하고 있으며, 교사 생활을 다룬 자전적 소설..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디스트릭트 9 감독 닐 브롬캠프 (2009 / 미국) 출연 샬토 코플리, 윌리엄 앨런 영, 케네스 코시, 로버트 홉스 상세보기 남아공에서 날아온 독특한 SF (9월 25일자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표도 있으니 인증 가능합니다. 불법 복제에 시달리고 있어서 미리 밝혀둡니다.) 피터 잭슨 제작, 닐 브롬캠프 감독의 [디스트릭트 9]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장르 영화의 노선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이 장르 역시 떠오르는 영화만 꼽아봐도 쟁쟁한 선배들이 많이 있는 장르이지만 [디스트릭트 9]은 그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할만한 재능과 능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클로버필드], [플라이], [에일리언], [칠드런 오브 멘], [괴물], 아르파헤이트 고발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 [니아 언더 세븐] 같은 작품들을..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 [L'Annee Derniere A Marienbad / Last Year At Marienbad] (1961)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 감독 알랭 레네 (1961 / 프랑스, 이탈리아) 출연 델피네 세이릭, 사스차 피토프, 조르지오 알베르타찌, 프랑수아즈 베르탱 상세보기 환상 속의 그대 알랭 레네의 영화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의 각본가는 알랭 로브그리예다. 그는 누보 로망 계열 작가로도 유명한데, 예전에 한국에 번역된 [질투]라는 소설을 읽다가 학을 뗀 적이 있었다. 아마도 편집증적이다 싶을 정도로 세세한 배경 묘사와 자신조차 물화시켜버리는 화자의 어투, 그리고 명확한 구조 없이 아내의 불륜에 질투심을 느끼는 남자의 심리를 밑도끝도 없이 파내려가는 점들이 학을 떼게 한 것 같다. 위에서 알수 있듯이 그가 각본을 맡은 [지난 해 마리앙바드에서] 역시 명확한 이야기라는게 없다. 이 영화에 있는 것은 행동과 기억(혹..

로나의 침묵 [Le Silence de Lorna / The Silence of Lorna] (2008)

로나의 침묵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2008 / 벨기에,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출연 아르타 도브로시, 제레미 레니에, 파브리지오 롱기온 상세보기 침묵과 속죄 뒤에 찾아온 잊혀지지 않는 불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감독의 [로나의 침묵]은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는 범죄물이다. 하지만 영화는 장르적인 서스펜스 대신, 인물들이 도덕적인 문제를 앞에 두고 겪는 격렬한 심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2009년에 본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결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남자친구와 함께 식당을 꾸리길 원하는 알바니아인 로나는 최근에 원하던 벨기에 시민권을 얻은 상태다. 하지만 그 시민권은 위장 결혼을 전문적으로 하는 범죄 집단의 음모로 얻어진 시민권이다. 게다가 로나와 위장 결혼을..

혐오 [Repulsion] (1965)

혐오 감독 로만 폴란스키 (1965 / 영국) 출연 까뜨린느 드뇌브, 로만 폴란스키, 발레리 테일러, 제임스 빌리어스 상세보기 광기와 혐오, 그리고 진액 Arborday님이 주최하신 상영회에서 본 혐오 (반항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더군요.)는 로만 폴란스키가 한창 젊었을때 만들었던 영화였습니다.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상당히 모더니즘 영화스럽다', '폴란스키가 저런 영화를 만들었던 때도 있구나.'였습니다. 영국 런던, 캐롤이라는 카트린느 드뇌브의 얼굴과 몸을 가진 수줍은 젊은 여자가 살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만 해도 과도한 수줍음과 비사교성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그녀는 언니가 여행을 떠나자, 점점 광기의 세계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컴컴하기 그지 없습니다. 캐롤이 드러..

도쿄 소나타 [トウキョウソナタ / Tokyo Sonata] (2008)

피아노 소나타 4번 "가족" 전주 구로사와 키요시의 [도쿄 소나타]는 일단은 드라마 키요시 계열 작품이다. 드라마 키요시 작품들은 항상 가족을 소재로 삼고 있었으며, 이번 영화의 소재 역시 가족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전작들처럼 무너진 가족을 다시 만드려고 발버둥 치거나 ([인간 합격]), 타인들이 우연한 기회로 만나서 대안 가족을 맺지 ([밝은 미래]) 않는다. 오히려 있던 가족이 무너져간다. 일본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인 사사키 가. 하지만 그런 평온한 모습은 영화 시작 5분만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아버지가 잘린 것이다. 게다가 두 아들들은 저마다 폭탄을 들고 있고, 어머니도 텅 비어있는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결국 큰아들이 집을 떠나고, 이를 기점으로 가족은 걷잡을수 없는 카..

데드 링거 [Dead Ringers] (1988)

마음과 영혼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데드 링거] 엘리엇와 베벌리 두 쌍둥이 형제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성공적인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가던 그들에게 클레어라는 여성이 나타나게 되고, 그들은 점점 자신의 삶이 균열되어가는 걸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파멸로 향한다. 엘리엇과 베벌리는 우리의 이성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든 사생활과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는데 익숙해져 있으며, 그러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 사생활은 개인의 영역이노라고 사회에서 학습한 보통 관객들에게는 도무지 친숙해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화 끝에 도달하면, 적어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왜 그런 것일까? 왜냐하면,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그 원인이 무척이나 진실하고 처절하기 때문이..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사랑, 사랑, 사랑. 그것은 인간이란 존재를 빛나게 하는 것이기도 하며, 인간이 얼마나 쪼잔해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비록 남녀간의 애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관계는 대부분 사랑과 신뢰로 이어져 있기 마련이다. (직업적 관계나 악연은 제외하자. 하긴 그것도 일종의 사랑이긴 하지만...) 여튼 사랑이 무엇이든, 그것은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데는 선수다. 참 로맨틱하게 적어놓긴 하지만 (쓰면서 토가 올라올...뻔 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은 로맨틱함에 푹 절여져 있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지성미와 낭만, 기발함을 갖추고, 사랑과 관계를 성찰하는 영화이다. 영화의 시작은, ..

벌집의 정령 [El Espíritu de la Colmena / The Spirit of the Beehive] (1973)

벌집이 내게 들려준 시 영화가 가장 닮은 문학 장르는 의외로 시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인과관계로 진행되긴 하지만, 영상이 우리 머릿속에 틀어박히는 방법은 추상적이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굴비 엮듯 엮여서 하나의 뜻으로 만들어낸다. 이런 방식은 시 읽는 방식과 비슷하다.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벌집의 정령]은 그런 영상의 추상성과 시적 감흥을 극대화시킨 영화이다. [벌집의 정령]은 한 편의 영화에서 시작한다. 1940년 스페인의 카스티야 고원 시골 마을에 [프랑켄슈타인]이 상영된다. 두 자매인 아나와 이사벨은 그 영화에 흠뻑 빠지고, 아나는 언니인 이사벨에게 프랑켄슈타인은 진짜 죽었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이사벨은 "프랑켄슈타인은 안 죽었어. 난 그를 봤지"라고 대답해준다. 이후 아나는 그 말을 믿고 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