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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캉테의 [더 클래스]는 교실에서 시작해 교실에서 끝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한 장소에 집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경이로운 생명감과 진지한 질문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파리 외곽의 중학교, 4년차에 접어든 프랑스어 교사 프랑수와 (원작자가 직접 연기했습니다.)가 새 학년들을 맡으면서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그리 모범적이다 할 수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얻어냅니다. 하지만 돌연한 사건으로 이 신뢰는 깨지게 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형식은 단순한 편입니다. 카메라는 그렇게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정직하게 학교를 잡아내는데 만족하고 있으며, 교사 생활을 다룬 자전적 소설을 베이스로 한 이야기는 별다른 파격없이 순차적으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묘사하고 있는 학교는 역동적입니다다. 이 영화의 학교는 작은 소우주이며 그곳은 물리적 화학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그 소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교하게 관찰하는데서 나옵니다.
이 영화의 수업 장면은 정말 생동감이 넘칩니다. 좋은 액션 영화의 액션 장면처럼 합이 딱딱 맞아들어가는 선생과 학생의 기싸움, 그것을 바로 옆에서 보는듯한 느낌으로 고대로 찍은 듯한 카메라 연출, 비전문 배우가 뿜어내는 사실주의 등 기술적 성취를 넘어서는 일종의 경이감마저 느껴집니다. 연기과 관련없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격렬함을 끌어내다니 로랑 캉테는 정말 훌륭한 액션(?) 감독입니다. 이 영화의 수업 장면에서 보여지는 박진감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디스트릭트 9]의 전투 장면하고 결판을 벌일만한 수준이라니깐요!
비록 마지막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기껏 쌓아놓은 학생들과 선생님의 관계는 붕괴되지만,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인 책임을 질 만큼 단순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프랑스와 선생은 학생들을 이해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진지한 선생님이고 실제로도 꽤 노력하지만, (학생들에게 쓰지 못할 말을 써서) 문제를 일으켰지만 결국 별다른 책임 없이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이 때 프랑스와 베가도 연기자의 표정과 제스쳐를 잘 보시길. '심한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걸 표현하면 안되기 때문에 억지로 가리면서 아닌 척 해야하는 어른의 고뇌'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학생들 역시 불량스럽고 일면 생각 따윈 전혀 안 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찌르는 발언들을 합니다. ("선생님은 마음대로 말해도 되고 우리들은 말하면 안되냐?")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인상적인 장면은 징계위원회 장면일겁니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자고 불렸지만 당사자는 철저히 소외되고, 그 당사자의 어머니는 더더욱 소외되어 당사자의 통역을 해야 상황을 이해하는 장면. 이 장면에서 전 로랑 캉테라는 감독이 진짜배기 예술가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소통이 차단된 학생들의 절망과 그 사이에 낀 선생님의 번뇌가 이렇게 탁월하게 영상화되기도 힘든데 그는 그것을 해냈습니다. 그것도 예술 영화적인 과장된 자의식 없이요. 그래서 그 장면 마지막에 당사자 어머니가 초보적인 프랑스어로 작별 인사하는 부분은 참 씁쓸합니다. 프랑스와의 이상이 좌초되는 순간이기도 하니깐요.
영화의 마지막은 학기말(프랑스는 여름에 학기를 마치더라고요.)입니다. 껄끄러운 관계가 된 여학생이 자신은 플라톤의 '국가론'을 읽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하는 행동은 정말 당신이 하는 것인가?' 이 장면에서 영화는 단순히 교육 뿐만이 아니라 한 인간의 도덕과 사회 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도덕적인 고결함을 지녔더라도 그것을 사회에서 온전히 실현시키는건 얼마나 힘들던가요. 종종 우리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이상을 포기하지 않던가요. 그래도 그 힘든 길을 굳이 가는 이유는? 마지막 장면의 텅 빈 교실이 대신 대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도 학교는 계속 될 것이고 그럴때마다 선생과 학생들은 부대낄겁니다. 거기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영화를 보면서 좀 씁쓸했습니다. 영화에서 묘사돤 프랑스 학교는 문제가 많긴 하지만 정말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선생이 있고, 발언의 자유가 그나마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학교는 어떤가요? 적어도 전 권위로 찍어내리고 폭력을 불사하는 사람들을 대부분의 선생으로 모시고 살았으며, 그 사람들에게 별다른 반박도 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학원과 공부로 인해 학생 생활이 전혀 재미없습니다. 다문화 교실은 더더욱 아니였고요. 그렇지만 불평하기엔 시간이 아깝습니다. 이 영화는 불평하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니깐요. 여튼 [더 클래스]는 도큐멘터리적인 박진감과 치열한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흡입력 있는 걸작입니다. 치장과 감상주의가 지워진 그 곳에는 진짜 육체르를 지닌 사람들이 있었고, 영화는 2008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가져갔습니다.
P.S. 번역이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영화 초반에 프랑스 문법과 그것을 이용한 농담들이 나오는데 꽤 생경하더라고요. 애들 역시 정석적인 프랑스어를 쓰는 것 같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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