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er Into Movie/리뷰 221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

시간을 벗어난 정신 0.밥 딜런, 그는 누구인가? 밥 딜런, 그는 누구인가? 라고 물으면 우리는 사전적인 정의를 내릴것이다. 저항 가수, 대중 음악의 음유 시인, 포크 가수 등등... 하지만 그런 단어들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일까? 그렇게 간단히 정의 할 수 있는 걸까?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다양한데, 그런 것들로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는 걸까? 1.밥 딜런 없는 밥 딜런 영화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는 괴상한 영화다. 명색이 밥 딜런 전기 영화인데, 밥 딜런이라는 인물은 코빼기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밥 딜런의 생애를 토대로 만든 허구의 인물 6명을 내세워 "이게 밥 딜런의 생애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통 평범한 관객으로는 황당할 일이다. 아니 밥 딜런 영화를 보러 갔는..

크래쉬 [Crash] (1996)

나는 충돌한다. 고로 존재한다. *2004년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가 아닙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하면 즉각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변태적이다. [플라이], [네이키드 런치]의 신체와 관련된 상상력, [비디오드롬], [엑시스턴즈]의 생체적인 도구들, [스파이더], [엠 버터플라이]의 금기된 성적 소재 등 그의 영화는 불온한 상상력들로 넘쳐난다. 이 중 [스파이더], [플라이]만 제대로 봤지만, 그의 영화는 편하게 볼 수 있는 부류는 아니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번에 본 [크래쉬]는 그 중 '신체와 관련된 상상력'과 '금기된 성적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방송국 PD인 제임스 발라드와 그의 아내 캐서린은 서로의 성적 욕구를 괴상한 방식으로 푼다. 바로 외도 사실을 서로에게 알려줘 성적 만족..

씨 인사이드 [Mar Adentro / The Sea Inside] (2004)

그리운 바다 (죽음)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신작 [씨 인사이드]가 공개 됬을때, 적잖이 당황했다. 유일하게 본 [디 아더스]의 어둑한 분위기와 많이 다른 영화였기 때문이였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라니! 내가 아는 아메나바르 감독은 미스터리에 능한 감독이였다. 당장 가서 확인하고 싶었으나 수입이 지체되는 바람에 뜻을 잃고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어느날 [씨 인사이드]가 한국에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늦장 개봉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능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수능이 끝나고 형 따라 국전에 갔다. [씨 인사이드] DVD 할인한다는 말이 눈이 뒤집혀져 사들고 왔다. 우선 이 이야기는 스페인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페인의 어느 마..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 [Sanger Fran Andra Vaningen/Songs From The Second Floor] (2000)

(채찍이 등장하는) 스웨덴 식 부조리극 전 로이 안데르센이라는 사람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스웨덴 감독이고, 첫 영화인 [스웨덴 식 러브 스토리]가 상당히 주목을 받았지만, 작품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고 오랜만에 만든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상 받았다는 정보 정도? 사실 수상작이라는 사실이 좀 끌려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뭐랄까 참 할말이 없더군요. 굉장히 기묘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부조리극입니다. 먼저 배경 설명이 일절 없고 '종말 직전의 스웨덴 도시'라는 상황을 무식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연기들도 '사실적'이라는 단어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종종 마임을 연상 시킬 정도로 행동폭이 큰 대신 대사가 적고 간결합니다. 굉장히 연극적인 화면 구성도 그 예로 들 수 있고요. (여력이 ..

24시간 파티하는 사람들 [24 Hour Party People] (2002)

나의 노래를 들어라! 영국 대중 음악 산업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영국 경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이야 상황이 다르지만, 6-70년대 대중 음악은 모두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을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 유명한 비틀즈, 롤링 스톤즈, 레드 제플린, 킹크스 등등... 음악에 대해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도 한번씩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이런 영국 밴드들이 세계를 주름잡았을때, 사람들은 이를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 불렀다. 세계 대중 음악은 모두 런던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비치 보이스 제외하더라도), 수많은 명반들이 쏟아져 나왔다. 영국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의 [24시간 파티하는 사람들]은 이런 브리티시 인베이전이 끝나고 1970년대 IMF로 영국 전체가 휘청휘청하던 시절에서 이야..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2007)

온 몸이 혓바닥 뿐인 검은 욕망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전작 [펀치 드렁크 러브]와 똑같이 시작된다. 2.35:1 커다란 화면에 배우를 던져 넣고 관객들에게 별다른 설명도 없이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다만 달라졌다면,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는 11분 동안 아무런 ‘대사 없이’ 뚝심 있게 관찰한다는 점이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기가 팍 죽어버렸다. 너무나 압도적이고 우아해서.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배경은 1920년대 미국 석유 개발 시대이다. 영화는 인간혐오자인 다니엘 플레인뷰라는 한 석유업자의 인생을 쫓아간다. 그는 엄청난 집념으로 부를 이뤄내지만, 동시에 사람들과 점점 고립되어간다. 다니엘 플레인뷰는 지극히 탐욕적이자만,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인 캐릭터다. 그의 캐릭터에..

조디악 [Zodiac] (2007)

진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연쇄 살인 사건들을 다룬 잘 만든 영화들은 그 사회에 대한 증언을 포함하고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살인의 추억]을 통해 80년대 억압적인 한국 사회상을 찾아낼 수 있고, 최근에 개봉한 [추격자] 역시 그랬다.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줬던 [세븐](1995)의 스릴러 세계에 몸담고 있지만, 동시에 [세븐]과 다른 방식으로 한 시대와 진실에 대해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 60-70년대 미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조디악 킬러를 다룬 논픽션 물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네 명의 인물을 내세워 조디악 킬러의 행적을 쫓아간다. 원작자 만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 그와 같은 신문사를 다녔던 선배 기자 폴 에이버리, 사건 담당 형사였던 데이빗 토스키와 윌리엄 암스트롱..

세계 [世界/The World] (2004)

-예전에 쓴 글 올려봅니다. 우리들의 가짜 세계는 아름답지 않았다. 2년전, 제주도로 수학 여행을 갔다. 첫 관광지는 바로 소인국 공원이였는데, 세계 명물들을 미니어쳐로 줄여 논 그곳은 그러나, 너무나 따분하고 재미없는 곳이였다. 실물만한 감동도 주지 못하고, 초라하고 어정쩡하게 서있던 플라스탁과 쇠조각들에 불과했다. 어떤 애는 모형 에펠탑에 올라서서 장난치기도 했다. 지아장커의 [세계]는 베이징의 세계공원을 무대로 펼쳐진다. 그 공원은 제주도의 소인국 공원처럼 세계 명물을 줄여논 미니어처로 가득찬-물론 스케일은 세계 공원 쪽이 크다.-공원이다. 거기서 근무하는 한 연인이 있다. 무희 타오와 경비 타이성은 한때 열렬한 사랑을 나눈 때도 있지만, 지금은 공허한 관계에 불과하다. 타이성은 타오에게 사랑하는 ..

펀치 드렁크 러브

1.2002년 한국은 노장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이 칸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매우 들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상식장, 임권택 옆에는 젊은 감독이 함께 서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입니다. 그리고 상을 받은 작품이 바로 이 영화입니다. 2.영화는 매우 이상하게 시작합니다. 아침, 창고처럼 생긴 회사에서 푸른 색의 옷을 입은 남자가 어디에다 마구 전화를 겁니다. 마일리지에 대해서 마구 질문하던 남자는 쉴려고 회사에서 나옵니다. 그때 차 사고가 나고 다음에 밴에서 사람들이 내려 풍금을 버리고 갑니다.다음 왠 여자가 찾아와 자동차를 수리 할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남자는 허락하고 여자는 그에게 열쇠를 맞깁니다. 그다음 그는 풍금을 들고 들어옵니다. 지금까지 본 오프닝 중에서 가장 이..

큐어

내용도쿄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납니다. 특이한 점은 피해자 목에는 X자가 그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범인들도 범행을 순순히 자백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범인이 범행을 스스로 자백한다니... 이 사건을 의심한 다카베 형사,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스포일러가 수두룩 합니다.) 다카베가 지목한 범인은 바로 심리학을 공부하다가 사라진 대학생 마미야입니다. 하지만 마미야는 멍한 표정과 모호한 말로 다카베의 속을 긁어 놓습니다. 하지만 다카베는 마미야의 어두운 모습에 점점 끌리기 시작하는데.. 마미야는 영화 내내 "당신은 누구야?","당신 이야기를 해달라"라고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름,직장,가족관계를 말합니다. 하지만 마미야는 그게 아니라고, 진짜 당신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합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