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37

만약... [If...] (1968)

세대의 테러리스트들 현재의 교육 체제는 근소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머리에다 쑤셔 박는 주입식 교육이며, 학생들을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 당연히 전 세계의 학생들은 학교를 싫어하며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물론 자라나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진정한 교육은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과, 그런 진정한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경외심 마저 있다.) 하지만 현 시대의 교육이 사회에 맞는 인간을 찍어내기 위해 있다는 사실을 '아니다'라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 확신 할 수 있냐면, 우리 모두 그 교육 체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영국의 기독교 계열 기숙학교, 엄격한 규율과 감시로 가득한 그 곳에서 트래비스..

체인질링 [Changeling] (2008)

(딱히 주절주절 제 생각을 늘어놓기에는 좀 그래서 그냥 간단리뷰 형식으로 글을 쓰고자 합니다.) 1. 오늘 보고 왔습니다. 사실 보러 가면서 다소 '이거 실망하고 나오는 거 아니야?'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14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군소리 없이 화면에 집중해버렸습니다. 2. [밀양]처럼 아이를 유괴로 잃은 어머니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체인질링]은 그러나, [밀양]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밀양]이 구원과 믿음이라는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면, [체인질링]이 건드리는 주제는 폭 넓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사회의 모순을 통렬하게 고발하기도 하고, 원죄를 범한 인간의 비통함을 조용히 다독이기도 하고, 절망 속에서도 끝없이 포기하지 않는 자의 눈물겨운 투쟁에서 의미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비중을 따지자면 ..

비디오드롬 [Videodrome] (1983)

당신은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어렸을때, TV에서 영화를 소개시켜주는 프로그램를 열심히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소개해 준 영화 중 가장 충격적이였던게 무엇이였냐 물으면, [비디오드롬]을 들 수 있다. 뭣도 모르는 초등학교 꼬마 남자애에게 살아 숨쉬는 비디오나 얼굴에 TV를 갖다대는 장면은 쇼킹했다. 그 후 영화에 눈 뜨면서 이 영화와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일종의 금기 및 신비로운 존재로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감상한 바로는 그런 금기와 신비로움이 절대로 허투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느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맥스는 평범하지만 자신만만한 인물이다. 그는 자극을 팔아 장사를 하고 그것에 대해 자기합리화한다. 그 합리화에는 나름대로 자기 논리가 서있는데, 그가 운영하는 유선 방송은 자극적..

페르시아의 왕자: 타락한 왕 [Prince of Persia: The Fallen King] (2008)

*본 리뷰는 PC판(영어)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래는 부제가 없지만, DOS 시절 나온 게임과 구분하기 위해 타락한 왕이라는 DS판 부제를 붙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이후 2008년 페르시아의 왕자(본작)는 타락한 왕으로 칭하겠습니다. 언제나 아무 말 없이 그대 손으로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는 여러모로 게임사에 중요한 시리즈입니다. DOS 시절에 나온 두 편의 작품은 액션 게임의 이정표를 하나 세웠으며,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고전의 매력과 3D의 현란함을 동시에 잡으면서 훌륭한 명작으로 나왔습니다. 그 이후로 이어진 시간의 모래 삼부작도 나름대로 준수한 완성도를 자랑했습니다. 시간의 모래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두개의 왕좌 이후, UBI는 시간의 단도 삼부작을 종결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

Fight Test/리뷰 2009.01.23

칠드런 오브 멘 [Children of Men] (2006)

아이는 어른의 부모 요 며칠 동안 가자 지구 폭격으로 시끄러웠었다. 비단 가자 지구겠는가. 전 세계의 70%가 다 그렇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사람 사는데 폭격을 가하고 분노한 피해자들은 다시 폭탄을 던진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홧김에 "그래 이딴 머저리 같은 인간이란 종족은 싸그리 죽는게 지구에게 훨씬 도움되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는다. 하지만 우울하다. 인간에게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이름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뭔가 사정 때문에 볼 때를 놓친 [칠드런 오브 멘]을 어머니와 함께 보았다. 영화는 2027년 미래의 영국에서 시작한다. 18년 동안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미래. 그나마 마지막으로 태어났던 아이는 죽어버리고, 전세계 사람들은 절망에 빠진..

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2008)

Tanz Walzer 애니메이션 및 만화는 사실 현실감을 도입하기엔 좀 부적합한 장르이다. 아무리 세밀한 그림을 그려내도 실사가 가지는 압도적인 무게와 몸짓을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그림이라는게 이미 현실에 있는 것을 창작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실사가 하지 못하는 무제한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왔다. 하지만 미국 만화가인 아트 슈피겔만의 [쥐]라는 무시무시한 작품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만화의 상상력과 다큐멘터리의 강렬한 현실 고발이 결합한 이 작품은 처음 보았을때, 난 정신 세계가 뒤바뀌는 충격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도 상상할 수 있구나!'라는. 그리고 오늘 난 [바시르와 왈츠를] 보면서 비슷한 충격을 받았..

Real Motion/리뷰 2008.12.05

부족장과 호랑이 (2008)

단순한 꼬리 잡기의 신선한 응용 가끔 원초적인 것이 사람들의 흥미를 사로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복고풍 개러지 록 유행이라던가, 최근 다시 불기 시작한 테트리스 열풍이나 모두 단순함과 원초성을 내세워 이득을 보았습니다. 이번 대한민국 인디게임 2008년 은상을 받은 부족장과 호랑이 역시 그런 게임의 원초성을 독특하게 살려낸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는 '뱀꼬리게임' 스타일 입니다. 플레이 캐릭터를 움직여 캐릭터를 쫓아오는 호랑이들을 우리에 넣거나, 아이템을 이용해서 한꺼번에 처리해버리는 거죠. 조작키도 설명이 필요 없을정도로 단순합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처음이야 쉽게 시작하지만, 점점 난이도 올라갈 수록 방향이나 호랑이의 수, 호랑이가 달려드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

Fight Test/리뷰 2008.11.28

컨트롤 [Control] (2007)

미지의 쾌락 속에서 조이 디비전을 만난 것은 2007년 3월이였다. 당시 난 음악에 대해 이것저것 찔러보는 (지금도 그렇지만) 중이였다. 열심히 평론 사이트와 위키피디아를 들락날락거리며 좋다는 음반은 모조리 찾아 들었고, 아티스트에 대한 지식도 섭렵했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나에게 조이 디비전이라는 이 다섯 글자를 가르켜 주었다. 대학 입시로 인해 음반 구매는 금지 되었고, 난 이왕인 김에 듣고 싶었던 거 한꺼번에 사서 듣기로 했다. 그래서 조이 디비전의 [Substance]을 구매했다. 몇몇 곡들은 이미 불법으로 들어봤지만,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듣기 시작했다. 웅얼거리다가 절규하는 이안 커티스의 보컬, 헤비하지만 날카로운 버나드 섬너의 기타, 무겁게 둥둥거리는 피터 훅의 베이스와 스티븐 모리스의 드..

닌자 가이덴 드래곤 소드 [Ninja Giden Dragon Sword] (2008)

터치펜, 용검 되다 일본 게임계의 용자 중 하나인 팀 닌자 전 대표 이타가키 토모노부를 모르는 요즘 게이머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가 이끌던 팀 닌자는 화끈한 캐릭터 디자인, 액션성, 기기의 스펙을 최대로 활용하는 그래픽(DOA가 아케이드에서 엑박으로 갈아탄 사실은 유명합니다.) 등으로 무장한 게임으로 코어 게이머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런 팀 닌자가 DS로 게임을 내겠다 했을때 나름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DS는 솔직히 머신 스펙으로 승부하는 게임기가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리라는 대부분의 예측을 깼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온갖 루머들이 난무하고, 우려 반 기대 반의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기기 스펙의 한계상 DS로 나온 3D 액션 게임은 거의..

Fight Test/리뷰 2008.10.29

Carole King - [Tapestry] (1971)

가을은 사색하기 좋은 아닐까 생각합니다.(우웩, 쓰면서도 토가 올라온다(...)) 흠흠.. 여튼 가을은 딴 계절에 비해 조금 조용한 음악을 찾게 되는데, 이번에 산 캐롤 킹 누님의 이 앨범도 그런 잔잔한 음악입니다. 이 앨범을 알게 된 계기는 바로 저희 집에 일본 하이파이 잡지(물론 한국어로 번역된 물건)였습니다. 거기서 한 일본인의 리스닝 체험기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본인이 리마스터링 음반의 경이로움을 찬양하는 글을 썼는데, 거기에 [Tapestry] 앨범 (그 잡지에서는 '색실 천'라 적어놨는데, 아마도 그 앨범이 일본에 라센되면서 그런 식으로 번역이 됬나 봅니다. ex.핑크 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문=광기)을 소개해놓은 걸 보고, '오오 이런 앨범도 있구나'라는 식으로 지나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