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37

Dark Knight

1.우선, 이런 '맨' 류 영화 치고 상당히 잘 만든 편입니다. 2.이 영화에서 가장 성공적인 부분이라고 하면, '맨'류에서 자주 보이던 키치적인 분위기를 상당히 제거했다는 점입니다. 팀 버튼이 원작 '맨'류가 가지고 있던 키치적인 분위기를 소화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그런 키치적인 분위기를 제거하고, 현대적인 분위기에 대입시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영화는 데이빗 핀처 영화처럼 보입니다.(특히 [조디악]) 영화 화면 질감도 굉장히 즉물적이다는 느낌도 들고, 영화를 지배하는 암울하고 어두운 터치도 데이빗 핀처의 그것과 닮아 있습니다. 매끈하고도 힘 있는 연출과 이야기 구조도 그런 인상에 한 몫을 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에는 스타일 과..

폭력의 역사 [A History Of Violence] (2005)

톰의 폭력: 폭력, 기억하고 계십니까? 이전에 리뷰를 썼던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크래쉬]는 영화가 주는 감정적 충격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인공적이다라는 느낌을 지우긴 힘들었다. 그게 단점이라는 건 아니지만(차에 하악하악 해대는 인간들에게 사실성을 바라는 것은 웃기는 일 아닌가!), 여튼 '아 이 영화 내 하트를 자연발화시키네'라고 감동하기엔 거리가 먼건 사실이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내놓은 [스파이더] (아이러니컬 하게도 제대로 본 첫 크로넨버그 영화였다.)는 굉장히 달랐다. 비록 금기된 성적 소재를 다루고 있었지만, 영화의 묘사는 놀랄 만큼 차분했으며 마지막에 안겨주는 충격도 [크래쉬]때와 다른 느낌이였다. 여전히 쉽게 받아들이기엔 거리감이 있었지만, 적어도 [크래쉬]때 처럼 인공적인 느낌..

아임 낫 데어 [I'm Not There] (2007)

시간을 벗어난 정신 0.밥 딜런, 그는 누구인가? 밥 딜런, 그는 누구인가? 라고 물으면 우리는 사전적인 정의를 내릴것이다. 저항 가수, 대중 음악의 음유 시인, 포크 가수 등등... 하지만 그런 단어들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일까? 그렇게 간단히 정의 할 수 있는 걸까?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다양한데, 그런 것들로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있는 걸까? 1.밥 딜런 없는 밥 딜런 영화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는 괴상한 영화다. 명색이 밥 딜런 전기 영화인데, 밥 딜런이라는 인물은 코빼기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밥 딜런의 생애를 토대로 만든 허구의 인물 6명을 내세워 "이게 밥 딜런의 생애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통 평범한 관객으로는 황당할 일이다. 아니 밥 딜런 영화를 보러 갔는..

크래쉬 [Crash] (1996)

나는 충돌한다. 고로 존재한다. *2004년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가 아닙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하면 즉각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변태적이다. [플라이], [네이키드 런치]의 신체와 관련된 상상력, [비디오드롬], [엑시스턴즈]의 생체적인 도구들, [스파이더], [엠 버터플라이]의 금기된 성적 소재 등 그의 영화는 불온한 상상력들로 넘쳐난다. 이 중 [스파이더], [플라이]만 제대로 봤지만, 그의 영화는 편하게 볼 수 있는 부류는 아니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번에 본 [크래쉬]는 그 중 '신체와 관련된 상상력'과 '금기된 성적 소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방송국 PD인 제임스 발라드와 그의 아내 캐서린은 서로의 성적 욕구를 괴상한 방식으로 푼다. 바로 외도 사실을 서로에게 알려줘 성적 만족..

Cornelius - [Fantasma] (1997)

'장르 탈출' 속에서 탄생된 달콤한 우주적 팝 오야마다 케이고와 오자와 켄지의 듀오 플립퍼스 기타는 당대 일본 록/팝에서 특이한 그룹이였다. 그들은 핫피 엔도로부터 이어지는 일본 록/팝 역사와 관계 없는, 당대 영미 팝 선율과 복고풍 분위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어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낸 그룹이였다. 코넬리우스는 그 플립퍼스 기타가 해체된 뒤 오야마다 케이고가 시작한 솔로 프로젝트이다.(참고로 이름은 그 유명한 영화 [혹성 탈출]의 등장인물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 중 본작 [Fantasma]는 그의 커리어 중 걸작이라 뽑히는 작품이다. 이 음반이 커버하는 영역들은 다양하다. 슈게이징('New Music Machine', 'Clash'), 힙합, 노이즈, 하드 락, 기타 팝, 스피리츄얼라이즈드 필의 스페이스..

플라네테스 [プラネテス / Planetes]

우주에서의 첫번째 삶 다 봤습니다. 중간에 보다가 말다가 하다가 결국 결판을 봐버렸네요. 일단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만화의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우주시대를 배경으로 데브리 청소부인 하치마키와 타나베를 중심으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얽혀지면서 하나의 주제로 나아가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주를 배경으로 했지만, 기존의 SF만화와 달리 상당히 선적(禪的)인 분위기가 강합니다. 예를 들자면 선문답식의 질문이 어느정도 존재하고(많이는 아니지만), 여백을 활용한 컷 연출도 은근히 많습니다. 평범한 SF물과 달리 스펙타클함을 강조하기 보다, 디테일함을 강조하는 점도 그 예일듯 싶고요. 이 만화의 큰 주제는 바로 이 선문답 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당신은 돌아갈 곳이 있습니까? 주인공 하치마키는 처음에 한가지 목표를 ..

Go To Fly/만화 2008.06.03

씨 인사이드 [Mar Adentro / The Sea Inside] (2004)

그리운 바다 (죽음)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신작 [씨 인사이드]가 공개 됬을때, 적잖이 당황했다. 유일하게 본 [디 아더스]의 어둑한 분위기와 많이 다른 영화였기 때문이였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라니! 내가 아는 아메나바르 감독은 미스터리에 능한 감독이였다. 당장 가서 확인하고 싶었으나 수입이 지체되는 바람에 뜻을 잃고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어느날 [씨 인사이드]가 한국에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늦장 개봉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능 때문에 기회를 놓쳤다. 수능이 끝나고 형 따라 국전에 갔다. [씨 인사이드] DVD 할인한다는 말이 눈이 뒤집혀져 사들고 왔다. 우선 이 이야기는 스페인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페인의 어느 마..

역전재판 4 [逆転裁判 4 / Gyakuten Saiban 4] (2007)

역전 없는 역전 [역전재판] 시리즈는 게임 제작자인 타쿠미 슈가 별다른 야심없이 저예산으로 시작한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하지만 2001년에 GBA 소프트로 첫 발매된 1편은 의외의 성공을 거두게 되고, 게임은 점점 자기만의 세계와 팬 층을 쌓아왔습니다. 그렇게 2007년, GBA에서 NDS로 갈아탄 완전 신작인 [역전재판 4]가 공개됬습니다. 1,2,3과 달리 4의 주인공은 나루호도가 아닌 오도로키 호우스케라는 변호사입니다.(나루호도... 나오긴 나옵니다만,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1편의 나루호도처럼 오도로키도 생초짜 변호사고, 그에게 맡겨진 사건 속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파헤쳐야 합니다. 우선 법정 파트에서 증언의 이상한 부분을 공략해서 진실을 밝혀내고 탐정 파트에서 인물들과 대화와 현장 조사를 통해 ..

Fight Test/리뷰 2008.05.18

Portishead - [Third] (2008)

용감한 포티쉐드의 트립합 암살 얼마나 오래됬는지 잘 모르겠다. 셀프 타이틀 2집 이후 포티쉐드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마냥 잠들었고, 트립합 씬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버렸다. 오직 남은 이는 매시브 어택이였고, 그나마 엄청난 전쟁 끝에 2003년에 나온 [100th Window]는 안타까운 난작이였다. (그럭저럭 잘 만들었긴 했지만 걸린 세월에 비하면 좀 보람 없었달까?) 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던 2007년, 이들은 복귀 소식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별의별 이야기가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첫 싱글 'Machine Gun'이 공개 됬을때 술렁임은 흥분과 당혹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Third]가 공개됬다. 첫 트랙 'Silence'을 트는 ..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 [Sanger Fran Andra Vaningen/Songs From The Second Floor] (2000)

(채찍이 등장하는) 스웨덴 식 부조리극 전 로이 안데르센이라는 사람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스웨덴 감독이고, 첫 영화인 [스웨덴 식 러브 스토리]가 상당히 주목을 받았지만, 작품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고 오랜만에 만든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상 받았다는 정보 정도? 사실 수상작이라는 사실이 좀 끌려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뭐랄까 참 할말이 없더군요. 굉장히 기묘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부조리극입니다. 먼저 배경 설명이 일절 없고 '종말 직전의 스웨덴 도시'라는 상황을 무식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연기들도 '사실적'이라는 단어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종종 마임을 연상 시킬 정도로 행동폭이 큰 대신 대사가 적고 간결합니다. 굉장히 연극적인 화면 구성도 그 예로 들 수 있고요. (여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