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37

Antony And The Johnsons - [The Crying Light] (2009)

황혼의 빛 미국 뉴욕 출신 뮤지션 안토니 헤거티의 밴드, 안토니 앤 더 존슨즈는 2005년 [I Am A Bird Now]를 발매하면서 LCD 사운드시스템 (재미있게도 2008년, 이 둘은 헤라큘라스 앤 러브 어페어로 간접적으로 만난다.)과 함께 2005년 가장 주목받는 뮤지션으로 손꼽히게 됬다. [I Am A Bird Now]는 카뱌레 풍의 컨템포러리 팝과 전위주의를 기조로 안토니의 쓸쓸하면서도 격정적인 목소리와 아름다운 가사가 돋보이는 앨범이였다. 안토니는 이 앨범을 통해 원초적 육성의 매력을 인디 록/팝계에 다시 끌여들었다. 그리고 4년간의 침묵 끝에 새 앨범 [The Crying Light]를 들고 왔다. 일본의 부토 무용수 오노 카즈의 1977년 사진 (공교롭게도 [I Am A Bird Now]..

[마더] 보고 왔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뒤에서 빳따로 후들겨 맞은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이는 좋은 의미입니다. 그만큼 영화의 정서적인 힘이 강하다는 뜻이거든요. 하지만 보는 내내 좀 힘들었습니다. 그 강함이 굉장히 사람을 끊임없이 자극하거든요. 결말도 찝찝하기 그지없고... 이 영화의 주제는 모성입니다. 무척 흔해빠진 주제입니다만 봉준호는 흔해빠진 길로 가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극단적인 모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혜자 (크레딧에는 '마더'라고 나오지만...)가 가는 길은 무척 극단적이기 그지없지만, 그 길을 가는 이유는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이 대비로 인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집니다. 봉준호 특유의 사회를 헤집는 시선도 여전합니다. 연출도 좋습니다. 유연하게 ..

[박쥐]를 보고 왔습니다.

오늘 아침 롯데시네마에서 가족들이랑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누설은 없을것입니다. ...아마도. -일단 이 영화가 박찬욱의 걸작이 될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그러기엔 영화가 많이 덜컹거려요. 일단 스토리에서 후반부의 급전환이 한번 일어나는데, 그 전환 이전과 이후가 미묘하게 안 맞습니다. 서로 다른 장르가 아슬아슬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까요? 심리 묘사도 2% 부족합니다. -주제도 다소 모호한 편입니다. 박찬욱은 이번 영화에서 일관된 주제를 끄집어내는데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제가 끄집어낸 주제는... '선악의 극단을 경험한 인간의 심리'인 듯 싶습니다. ...왠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올해 1월에 본 [체인질링]처럼 영화가 후딱후딱 지나간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

데인저러스 하이 스쿨 걸즈 인 트러블 [Dangerous High School Girls in Trouble] (2008)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 데인져러스 하이 스쿨 걸즈 인 트러블 (이하 DHSGIT로 지칭)는 센세이셔널한 화제작입니다. 피그민 기사를 보듯, 선정성 문제로 빅피쉬 게임즈에서 판매 금지를 받은 걸로도 유명하고, 비평적으로 꽤 많은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이런 비평적 찬사가 저에겐 잘 다가오질 않았습니다. 이유는 바로 게임의 많은 부분이 생소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DHSGIT는 TRPG의 형식을 많이 빌려오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빌려온' 겁니다. TRPG가 아닙니다.) 원숭이 섬 시리즈 풍의 조롱 전투로 캐릭터를 포섭해서 파티를 이뤄서 몰려다니고, NPC랑 미니 게임을 즐기면서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게 주입니다. 사실 뭐라 딱히 평가하기 애매한데, 게임의 기본..

Fight Test/리뷰 2009.03.26

도쿄 소나타 리뷰를 위한 메모

*이 글은 도쿄 소나타 리뷰 쓰기 힘들었어요 징징징 (...) 정도 되는 글입니다. 영화의 누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념적으로 도입부 쓰기, 그리고 글 쓰는 것에 대하여하고 이어지는 글일지도? -쓰면서 이 리뷰는 제 글쓰기의 한계를 도전하는 글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이게 끝이야... 하는 순간에도 또 고치고... 또 고치고... 이랬습니다. 올리고 나서 한 문단을 완전히 뜯어고친 곳도 있고요. 막힌데가 영화의 결론과 주제를 설명하는 부분이였는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사실 저도 마지막 결말을 보면서 '음... 다소 생기 없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감독 인터뷰를 보니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출처는 익스트림무비 및 씨네21) “마지막 장면에서 진정한 희망..

도쿄 소나타 [トウキョウソナタ / Tokyo Sonata] (2008)

피아노 소나타 4번 "가족" 전주 구로사와 키요시의 [도쿄 소나타]는 일단은 드라마 키요시 계열 작품이다. 드라마 키요시 작품들은 항상 가족을 소재로 삼고 있었으며, 이번 영화의 소재 역시 가족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전작들처럼 무너진 가족을 다시 만드려고 발버둥 치거나 ([인간 합격]), 타인들이 우연한 기회로 만나서 대안 가족을 맺지 ([밝은 미래]) 않는다. 오히려 있던 가족이 무너져간다. 일본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인 사사키 가. 하지만 그런 평온한 모습은 영화 시작 5분만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아버지가 잘린 것이다. 게다가 두 아들들은 저마다 폭탄을 들고 있고, 어머니도 텅 비어있는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결국 큰아들이 집을 떠나고, 이를 기점으로 가족은 걷잡을수 없는 카..

데드 링거 [Dead Ringers] (1988)

마음과 영혼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데드 링거] 엘리엇와 베벌리 두 쌍둥이 형제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성공적인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가던 그들에게 클레어라는 여성이 나타나게 되고, 그들은 점점 자신의 삶이 균열되어가는 걸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파멸로 향한다. 엘리엇과 베벌리는 우리의 이성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든 사생활과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는데 익숙해져 있으며, 그러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 사생활은 개인의 영역이노라고 사회에서 학습한 보통 관객들에게는 도무지 친숙해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화 끝에 도달하면, 적어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왜 그런 것일까? 왜냐하면,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그 원인이 무척이나 진실하고 처절하기 때문이..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사랑, 사랑, 사랑. 그것은 인간이란 존재를 빛나게 하는 것이기도 하며, 인간이 얼마나 쪼잔해질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비록 남녀간의 애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관계는 대부분 사랑과 신뢰로 이어져 있기 마련이다. (직업적 관계나 악연은 제외하자. 하긴 그것도 일종의 사랑이긴 하지만...) 여튼 사랑이 무엇이든, 그것은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데는 선수다. 참 로맨틱하게 적어놓긴 하지만 (쓰면서 토가 올라올...뻔 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은 로맨틱함에 푹 절여져 있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지성미와 낭만, 기발함을 갖추고, 사랑과 관계를 성찰하는 영화이다. 영화의 시작은, ..

나이트폴 [Knightfall] (2009)

나의 드릴은 지하왕국을 뚫을 드릴이다! 나이트폴은 (저번 리뷰에서도 소개한) 일렉트릭 박스와 달리,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게임입니다. 대략 비주얼드의 보석 맞춰 없애기와 미스터 드릴러의 드릴 뚫기, 거기다가 RPG 스타일의 아이템/레벨 시스템을 뒤섞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퍼즐을 풀어 길을 만들고, 열쇠를 얻어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게 중심이지만, 다양한 뒤섞기로 인해 게임 플레이가 복잡해집니다. 이런 장르 뒤섞기는 장단점을 수반하기 마련인데, 우선 게임 내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먼저 시간 제한 대신 움직일수록 깎이는 턴 포인트제를 차용 했는데, 이 포인트가 일정 한계 되면 에너지가 깎입니다. 게다가 (당연하게도) 적이 공격 날리면 데미지를 입기 때문에 에너지..

Fight Test/리뷰 2009.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