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사색하기 좋은 아닐까 생각합니다.(우웩, 쓰면서도 토가 올라온다(...)) 흠흠.. 여튼 가을은 딴 계절에 비해 조금 조용한 음악을 찾게 되는데, 이번에 산 캐롤 킹 누님의 이 앨범도 그런 잔잔한 음악입니다.
이 앨범을 알게 된 계기는 바로 저희 집에 일본 하이파이 잡지(물론 한국어로 번역된 물건)였습니다. 거기서 한 일본인의 리스닝 체험기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본인이 리마스터링 음반의 경이로움을 찬양하는 글을 썼는데, 거기에 [Tapestry] 앨범 (그 잡지에서는 '색실 천'라 적어놨는데, 아마도 그 앨범이 일본에 라센되면서 그런 식으로 번역이 됬나 봅니다. ex.핑크 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문=광기)을 소개해놓은 걸 보고, '오오 이런 앨범도 있구나'라는 식으로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태피스트리 앨범이 명반이라더라,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지만, 부족한 돈은...(어이쿠!^^;;) 하지만 사고 싶은 마음은 계속 이어져, 결국 레가시 에디션까지 나온 마당에 2CD를 질렀습니다.
포장을 뜯고 찬찬히 들어보니, 초창기 싱어송라이터의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 대충 감이 잡혔달까요? 캐롤 킹이 작곡한 곡들에는 블루스와 재즈, 컨트리의 향취가 느껴지는데, 이 솔로 앨범 이전에 소울 뮤지션인 피프스 디멘션이나 아레사 프랭클린에게 곡을 줘 유명했던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더군요. 비슷한 케이스로는 로라 니이로(이 누님 역시 구입 유망주 1순위 그룹에 속해있다는...)가 있겠군요.
뭐 먹물적인 분석 얘기는 여기까지 그만하고, 전체적인 인상과 감정을 이야기를 해보죠. 이 앨범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사이먼 앤 가펑클 (그래요 전 베스트 앨범 밖에 가진게 없지만, 전 이 사람들 숭배한다고요.)의 문학적이고 사색적인, 시적인 멜랑콜리한 느낌들로 가득합니다. 물론 닉 드레이크처럼 앨범 내내 시적인 멜랑콜리로 일관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 앨범을 빛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랙들은 'You've Got A Friend','It's Too Late','Will You Love Me Tomorrow' 처럼 쓸쓸한 감정들을 달래주는 곡들일 겁니다. 많이 어둡지도 않지만, 지나간 무언가를 반추하는 느낌들로 가득한 이 곡들에서 캐롤 킹은 마음껏 자기 재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앨범은 가을에 어울리는 앨범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멋진 곡들이 담긴 명반(명박 말고)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절대로 싫어할리 없을 겁니다. 별로 안 듣는 이들이라도 이 앨범의 매력을 쉽사리 거부하지 못할 겁니다.
PS.이 역시 잡담에서 리뷰로 커진 케이스가 되겠네요;;;
PS2.전 2CD 판을 샀는데, 가격을 생각하신다면 1CD 리마스터 판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PS3.저 앨범 커버를 볼때마다 저희 어머니가 젊었을때 저런 분위기의 사람이였을꺼라는 근거없는 망상에 빠지곤 합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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