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37

24시간 파티하는 사람들 [24 Hour Party People] (2002)

나의 노래를 들어라! 영국 대중 음악 산업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영국 경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지금이야 상황이 다르지만, 6-70년대 대중 음악은 모두 영국에 뿌리를 두고 있을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 유명한 비틀즈, 롤링 스톤즈, 레드 제플린, 킹크스 등등... 음악에 대해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도 한번씩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이런 영국 밴드들이 세계를 주름잡았을때, 사람들은 이를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 불렀다. 세계 대중 음악은 모두 런던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비치 보이스 제외하더라도), 수많은 명반들이 쏟아져 나왔다. 영국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의 [24시간 파티하는 사람들]은 이런 브리티시 인베이전이 끝나고 1970년대 IMF로 영국 전체가 휘청휘청하던 시절에서 이야..

RD 잠뇌조사부 1화 감상

08년 4월 신작 1화 간단리뷰 러시네요.(이게 두번째지만) 이번엔 RD 잠뇌조사부 입니다. 이 작품은 시로 마사무네가 원안을 담당해서 화제가 됬는데, 1화 감상 결과는... GHOST HOUND 때처럼 "진짜 시로 마사무네 답다." 말이 나오더군요. 그의 특징인 가상 세계를 통한 인간 내면과 정체성 탐구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만 GHOST HOUND가 마사무네 식 [밀양]이였다면, 이 작품은 [잠수종과 나비]이더군요. 사고로 신체적 능력과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남자. 그 남자가 어떻게 절망에서 벗어나는가를 아름다운 비주얼로 그려내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겠군요. 다르다면 RD에는 시로 마사무네적 전뇌 공간과 현실이 개입된다는 점일듯? 왜 시로 마사무네가 바다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지 않았지 라는 의문..

Real Motion/잡담 2008.04.10

데어 윌 비 블러드 [There Will Be Blood] (2007)

온 몸이 혓바닥 뿐인 검은 욕망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전작 [펀치 드렁크 러브]와 똑같이 시작된다. 2.35:1 커다란 화면에 배우를 던져 넣고 관객들에게 별다른 설명도 없이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다만 달라졌다면,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는 11분 동안 아무런 ‘대사 없이’ 뚝심 있게 관찰한다는 점이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기가 팍 죽어버렸다. 너무나 압도적이고 우아해서.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배경은 1920년대 미국 석유 개발 시대이다. 영화는 인간혐오자인 다니엘 플레인뷰라는 한 석유업자의 인생을 쫓아간다. 그는 엄청난 집념으로 부를 이뤄내지만, 동시에 사람들과 점점 고립되어간다. 다니엘 플레인뷰는 지극히 탐욕적이자만,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인 캐릭터다. 그의 캐릭터에..

조디악 [Zodiac] (2007)

진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연쇄 살인 사건들을 다룬 잘 만든 영화들은 그 사회에 대한 증언을 포함하고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살인의 추억]을 통해 80년대 억압적인 한국 사회상을 찾아낼 수 있고, 최근에 개봉한 [추격자] 역시 그랬다.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줬던 [세븐](1995)의 스릴러 세계에 몸담고 있지만, 동시에 [세븐]과 다른 방식으로 한 시대와 진실에 대해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 60-70년대 미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조디악 킬러를 다룬 논픽션 물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네 명의 인물을 내세워 조디악 킬러의 행적을 쫓아간다. 원작자 만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 그와 같은 신문사를 다녔던 선배 기자 폴 에이버리, 사건 담당 형사였던 데이빗 토스키와 윌리엄 암스트롱..

에반게리온: 서 [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序 / Evangelion 1.0: You Are (Not) Alone] (2007)

다시 처음부터 다시...그 첫번째 때론 전설은 그 자리에서 박제화 되버리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설을 만들어 놓고, 그 뒤로 쓸쓸히 사라졌던가. 대신 남은 사람들은 그 전설을 기억하고, 칭송한다. 그것이 박제화인것이다. 좋게 말하면 시간과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이고, 나쁘게 말하면 현재와 무관한 과거의 유물이랄까. 에반게리온 역시 그 길을 걸어갈듯 싶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점점 미소녀물로 도배되어가고, 에반게리온이 던졌던 화두들(비록 설익은 느낌도 있었지만.)은 점점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2007년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이 작품을 다시 제작하기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솔직히 전설을 다시 살려내겠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냥 재탕 아니야,..

Real Motion/리뷰 2008.02.05

블랙웰 언바운드 [Blackwell Unbound] (2007)

Like a Blue Note 사실 어드벤처 게임은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어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장르입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저예산으로도 훌륭한 시나리오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와드젯 아이 게임이라는 소규모 제작사가 제작한 블랙웰 시리즈는 좋은 시나리오와 아이디어들을 가진 잘 만든 게임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블랙웰 언바운드 역시 전작의 훌륭함을 잘 살려낸 프리퀼 게임이라 할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블랙웰 시리즈를 소개하자면, 블랙웰이라는 가문의 여자들을 둘러싼 심령 탐정물입니다. 이 블랙웰 가문의 여자들은 3대째 미디움이라는 일종의 무당(...)의 길을 걸어가는데, 전작 레가시는 현대를 배경으로 로자 블랙웰의 모험을 다뤘다면 이번작 ..

Fight Test/리뷰 2008.01.30

Burial - [Untrue] (2007)

밤은 우리의 것 음악에서 나타나는 풍경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그것을 어떻게 치밀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나에 따라 음악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2006년에 등장한 익명의 덥스텝 DJ Burial(베리엘)의 2007년에 발표한 2집 [Untrue]는 그 점에서 같은 풍경을 그려낸 선대의 위대한 음반들과 비교 할수 있을 정도로 음악적 풍경을 정확하고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특정 장르를 정의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더듬는 일과 진배없다. 그렇다고 해도 덥 스텝 자체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모 평론가의 말을 빌려보자. "극단적으로 강조된 덥의 베이스와 UK 거라지의 분절된 리듬이 결합된 음악이라는 것이 덥스텝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의일텐데, 여기에 덥과 UK 거라지의 음악적 동지인 정글과 트립합, ..

Blonde Redhead - [23] (2007)

깃털처럼 가볍게 블론드 레드헤드은 이번 음반이 처음이다. 그 전작 [Misery Is A Butterfly]이 좋은 평을 받고, 판매량도 좋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나에게 있어 블론드 레드헤드는 이 음반으로 기억될듯 싶다. 아무튼 음반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음반은 대중들도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멜로디와 감수성으로 가득차 있다. 콜드플레이나 라디오헤드같은 비통한 감수성이 이 음반을 맴돌고 있으며, 찢어질듯한 마키노 카즈의 보컬도 그런 감수성에 한 몫 한다. 첫 트랙 23와 두 번째 트랙인 Dr. Strangelove은 이런 부분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단순한 라디오헤드-카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은 아니다. 블론드 레드헤드는 자기만의 음악 팔레트를 가지고 있으며, 트랙마..

퍼싸이드 [Façade] (2005)

남의 가정사 참견하기...그러나 무척 흥미로운 90년대 초중반, 그러니깐 PC통신이 천하의 패도를 잡고 있던 시절에 유행했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이였는데, 당시 이 프로그램을 접해본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인해, 실제 대화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마치 말 배운 앵무새와 대화한다는 느낌이였달까요? 그렇게 세월이 지나, 2005년 미국에서 Façade라는 인디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이 Façade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입니다. 다만 플롯이 있고,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게임과 유틸리티 사이에 걸쳐져 있던 인공지능 프로그램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Grace와 Trip 부부의 초대를..

Fight Test/리뷰 2008.01.10

지어스 7권

(누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권이였습니다. 완벽한 구성과 드라마, 잘 만들어진 캐릭터,주제의식, 독자의 호흡마저 빼앗는 긴장감... 읽다가 생활인 키토 모히로는 데이빗 린치처럼 완벽주의자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능숙하게 다룰려면 철저한 마음가짐이 필요하지요. 설정만 신나게 만들어놓고 수습못하는 나따윈 ORZ 이번 권은 코모와 안코가 주였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며 자신의 최후를 맞는 코모.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했지만, 결국 미움 받으며 죽는 자신을 씁쓸히 곱씹어보는 안코. 이 권의 명장면들 중 하나지요. 코모 편의 컷 하나하나도 작살이였지만, 전 이 컷이 마음에 들더군요. 키토 모히로의 [지어스]는 지금 두가지 인식을 보여주고 ..

Go To Fly/만화 2008.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