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Erykah Badu - [New Amerykah Part Two: Return Of The Ankh] (2010)

giantroot2010. 7. 8. 22:11

Ladies and Gentlemen, We Are Floating in the Space.

에리카 바두의 신보 [New Amerykah Part Two: Return Of The Ankh]는 듣는 이를 몽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앨범입니다. 조만간 손에 넣을 예정인 파트 원하고는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는 2부작 리뷰으로 미루겠지만, 이 앨범은 개인의 정서에 집중하는 앨범이라는거 정도는 말할 수 있겠군요.

이 앨범은 무척이나 몽환적입니다. (제가 바두의 다른 앨범을 듣지 못해서 이 앨범 한정으로 이야기하는 건 양해 부탁드립니다.) 달리 말하자면 사이키델릭의 영향이 강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이키델릭이라는 개념은 백인들 중심으로 사이키델릭 록의 그것하고는 다릅니다. 에리카 바두가 목소리와 곡으로 풀어내는 사이키델릭은 무척이나 영적이고, 아프리카의 기원으로 돌아가고자하는 강한 회귀 본능과 고전적 디바의 품위가 모두 느껴집니다. (그녀의 예명이 원래 이름을 아프리카식으로 고친 거라는 것은 팬들의 기본 상식이죠.) 물론 1960년대의 소울 디바의 영향도 뺴놓을 수 없겠죠.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힙합 비트에 몸을 맡길줄 아는 세대의 소울 디바이기도 합니다. 에리카 바두는 소울쿼라이언스라는 크루의 멤버이기도 했고, 여러 래퍼들과 힙합 크루들하고 교류 관계를 맺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몇몇 힙합 앨범엔 피처링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넓게 보자면 에리카 바두의 음악은 흑인 음악의 뿌리부터 지금까지 찾아나서는 한 흑인 여성 예술간의 순례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에리카 바두의 새 앨범은 다소 정체되는 것처럼 보였던 네오 소울(바두 자신은 이런 "렛떼루"를 붙이는 걸 싫어하지만.)의 지평을 온화하게 확장하는 앨범입니다. 확실히 이 앨범은 전작에게 쏟아졌던 평과 달리 실험적이거나 혁신적이지 않습니다. 전통에 기대고 있다고 할까요. 그러나 힙합 비트와 소울의 휭키함, 재즈의 싱커페이션을 넘나들며 건강하지만 탐미적인 영성을 뿜어내는 바두의 목소리와, 그 영성을 실천시키기 위해 동원된 곡의 방법론들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저음의 펜더 로즈와 오케스트레이션에 상념적인 바두의 보컬이 가세한 첫 트랙까지 '20 Feet Tall'부터 고전적인 재즈 디바의 위엄에서 우주적 몽상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트랙 'Out My Mind, Just In Time'까지 몽롱하지만, 뼛속 깊은 영성을 건드리는 곡들로 가득합니다. 기계적이지만 영적인 나레이션과 제이 딜라의 고급스러운 비트가 돋보이는 'Love'와 맑은 하프 도입부가 인상적인 'Incense'도 빼놓으면 안 되겠죠.

반쪽짜리 감상이지만, 그래도 이 앨범은 독자적으로 대접받을 가치가 있는 앨범입니다. 견고하게 짜여진 앨범이 제공하는 도취에 하루종일 빠져지내고 싶을 정도입니다. 흑인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다도 해도, 편안하지만 단단하게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는 에리카 바두의 이 앨범은 들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단연 에리카 바두는 지금 활동하고 있는 흑인 여성 아티스트중 가장 독보적인 사람입니다.

P.S. 앨범 커버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와 에리카 바두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