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Yeasayer - [Odd Blood] (2010)

giantroot2010. 9. 9. 21:13


플라스틱 니케 동상

예세이어는 최근 방귀 꽤나 뀐다는 뉴욕 힙스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밴드다. 첫 앨범은 인디 레이블에서 발표했지만,그 인기 때문인지 2집은 전통의 명가인 뮤트 레이블과 최근 뜨고 있는 시크릿 캐네디언에서 발표했다. 발매 전부터 상당히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이 앨범은 어떤가?

예세이어가 주조하는 사이키델릭 팝 사운드는 무척이나 키치하다. 자중을 모르는 멜로디, 순간의 쾌락을 즐기자고 청자를 유혹하는 댄스 풍 리듬, 밑이 없이 붕붕 떠다니는 전자음들, 잔뜩 뭉그러져 소리 위를 뒤덮는 다양한 효과음들... 하지만 그 사운드를 통해 예세이어가 만들어내는 세계는 웅장하다. 글리치 비트에서 시작해 무거운 드러밍으로 장중함을 만드는 'The Children'로 시작해 ‘Ambling Alp’는 조도로프스키나 달리가 꿈꿨을 법한 기이한 신화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뮤직비디오 역시 노골적인 조도로프스키 인용이다.), ‘I Remember’의 점층적인 소리의 벽과 ‘O.N.E.’의 토킹 헤즈 풍 아프로비트 위에 펼쳐지는 팔세토 보컬과 여려 겹의 소리의 벽, ‘Love Me Girl’의 저스틴 팀버레이크 풍의 미래식 R&B 등에서는 이국적인 신비로움과 야성을 살리려는 노력이 보인다.

이런 스타일은 사이키델릭 팝 장르에서는 흔한 것이다. XTC도 드럼 머신의 가벼움에 실연과 정치에 대한 분노를 풀어냈고, 플레이밍 립스조차 로봇 아니메 버블검 오페라로 생사론을 논하고자 했지 않았는가. MGMT는 스타덤을 조롱하고 유아적인 세계를 만들었고, 애니멀 콜렉티브도 뒤얽힌 전자음 속에서 원시적인 유희를 만들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예세이어가 이 앨범에서 설정한 예술적 방향은 타당한 근거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야심을 실현시키기엔 예세이어는 예술적 통제력이 부족하다는게 솔직한 내 느낌이다. 이 앨범은 플레이밍 립스, MGMT, 심지어 애니멀 콜렉티브조차 가졌던 통찰의 순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너무 가볍다.

물론 커리어의 중견에 발표한 앨범들과 2번째 앨범을 비교하는건 실례일지도 모른다. (MGMT는 희귀한 경우니 제외하자.) 그렇다쳐도 예세이어의 송라이팅과 소리의 벽 쌓기는 종종 가벼움과 키치의 함정에 쉽게 빠져버린다. 방정맞은 작곡과 지나치게 과잉된 소리의 벽은 때때로 겉돌며, 장중한 분위기는 설득력을 잃어버린다. 특히 'Love Me Girl'은 오마주가 지나쳐서 짭퉁스럽고, 후반은 전반보다 덜 매력적이다.

크레딧을 보면 셀프 프로듀싱이라고 되어 있는데, 차라리 이들에게 노련한 프로듀서를 붙여주는게 좋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위에 열거한 성공작도 걸출한 프로듀서들이 관여해 있다.) 셀프 프로듀싱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앨범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 이 앨범은 머리 좋은 패션 전공 대학생이 만든 플라스틱 번쩍이 할로윈 의상 같아보인다. 분명 매혹적인 구석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 순간의 반짝하는 재능으로 세워져 있어서 너무 빨리 질려버리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