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MGMT의 [Congratulations]을 보는듯한 느낌의 앨범입니다. 괜찮겠다, 하고 건져올렸는데 좋긴 한데 뭔가 기대 방향과 어긋나서 당황스러운 느낌. 공교롭게도 둘 다 소니 뮤직 소속이네요.
-기본적으로 신스 팝이라는 장르에 단단히 고착된 앨범입니다. 물론 이 장르도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이들은 OMD, 디페치 모드, 티어즈 포 피어즈, 뉴 오더 같은 우울하면서도 쉬크한 감수성을 다루는 스펙트럼에 속해 있습니다. (개인사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디페치 모드보다는 OMD나 뉴 오더에 가깝겠군요.) 앨범 제목은 그 점에서 참 반어적인데, 자살을 생각하는 남자와 그를 말리는 여자 ('Wonderful Life'), 이별 ('Blood, Tears & Gold'), 사랑의 고통 같은 오히려 Sadness가 더 어울리는 가사와 체념과 아픔으로 가득한 단조 멜로디가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여기까진 제가 기대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이 앨범은 팝적으로도 잘 빠진 앨범입니다. 'Blood, Tears & Gold' 같은 곡은 웅장한 스케일과 그것을 추진할 힘과 아이디어들을 가진 곡이며, 'Wonderful Life'나 'Better than Love'도 출중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거기서 더 나아가고 싶어합니다. 'Illuminated'나 'Devotion', 'Evleyn', 'Silver Lining' 같은 곡들은 신스 팝의 정형성에서 이탈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의 일렉트로닉 조류를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80's OMD 같으면 할 수 없었던 대담함이 어려있다고 할까요. 특히 거의 인더스트리얼 조곡에 가까운 퍼즈음과 금속성 드럼을 들려주는 'Silver Lining'이 그렇습니다.
-이런 시도는 저에게도 좀 So-So였습니다. 물론 이 곡들 역시 특유의 무드나 힘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MGMT 2집처럼 뭔가 '예술에 도달하고자 하는' 강박이 느껴져 곡의 매력을 좀 앗아갑니다. 선행 공개된 트랙들과 달리 곡과 소리가 따로 논다는 느낌? 게다가 그런 곡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어서 좀 그랬습니다.
-그래도 선행 공개 트랙이 정말 좋은데다, 특유의 무드를 기막히게 잡아놔서 좋게 보고 싶습니다. 그냥 어 음... 제가 낭만과 멋 뭐 그런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걸 아는 이들의 감각을 높게 사고 기대했는데 살짝 배반당한 느낌이랄까. 좀 더 솔직하게 팝을 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앞을 가리네요. 후속작은 기대하지만...
-정말 소니 뮤직 코리아는 이들이 한국에 먹힐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밀어주는 걸까요? 혹시 미끈한 두 남자와 쉬크 감수성을 이용한 패셔너블 여심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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