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로 가는 문
폴라곰: 폴라곰과
큰뿌리: 큰뿌리의 찬양질~시간
폴: 뭡니까 이 오덕돋는 인트로는.
큰: 상관 없잖아요? 우리 둘 다 오덕인데. 어쨌든 폴라곰 씨, 4개월 만에 휴가에서 돌아오니 어떻습니까?
폴: 플라스틱 비치요? 좋았죠. 너무 좋아서 학점 펑크 날 뻔 했지만.
큰: 하하.
폴: 그래서 오늘의 리뷰는 XTC의 [Skylarking]이라고요...
큰: 사실 리뷰를 날려먹어서 우리들의 컴백이 갑자기 이뤄졌다는건 비밀입니다.
폴: 말해버리면 비밀이 아니잖아요.
큰: 넘어가고. 마이클 잭슨이 킹 오브 팝이였던 1980년대, 언더에서는 컬리지 록이라는 움직임라는게 있었죠. XTC도 그 흐름에 속하는 밴드입니다.
폴: 그런데 컬리지 록라는 말에 따르면 너무 모호하지 않나요? 올무식에 따르면 컨트리 록과 버즈 돋는 R.E.M.와 10,000 매니악스, 노이즈 팝송을 만들던 지저스 앤 메리 체인과 픽시즈, 질질 짜기를 예술로 승화시킨 큐어, 야생적인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재현했던 에코 앤 더 버니멘, 곱디고운 수줍음으로 신랄함을 드러냈던 더 스미스 모두 컬리지 록으로 묶이잖아요.
큰: 컬리지 록은 음악적인 요소보다는 태도와 소비 계층으로 분류법입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식자층이 선호할만한 지적인 가사와 음악으로 청자를 공략하는 음악이라고 할까요. 소비도 대학가 라디오를 듣는 청자들 사이에서 주로 소비가 되었고, 초기엔 객관적인 빌보드 차트 순위는 그리 높지 않았죠. 컬리지 록은 펑크 록과 얼터너티브 록, 나아가 인디 록의 교범이 되었습니다.
폴: 아하, 그렇다면 XTC가 컬리지 록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도적인 팝스 작곡에서 살짝 비틀어진 이들의 곡들에서 영국 팝스와 포크의 영향이 느껴지지 않나요? '1000 Umbrella' 같은 곡의 현악 연주는 닉 드레이크와 페어포트 컨벤션 같은 브리티시 포크 앨범에서 자주 듣던 편곡이고요. 'Big Day'같은 곡은 60년대 사이키델릭의 영향이 많이 느껴지죠. 전반적으로 전 킹크스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큰: 맞습니다. 폴라곰 님이 언급한 위의 요소들에 비치 보이스의 해맑은 음향 축조 기술, 뉴웨이브의 직선적인 작곡와 전자음 프렌들리가 곁들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음악의 중심은 리더인 앤디 파트리지의 쟁글쟁글 울리는 기타입니다. 한마디로 XTC의 [Skylarking]은 '목가적인 네오 사이키델릭 브리티시 기타 팝'입니다.
폴: 조낸 쓸때없이 수식어가 길군요 --;
큰: 그냥 리뷰는 때려치우고 앞에서 음반을 재생기에 거는게 빠르겠군요.
폴: 그럼 이 리뷰가 필요없잖아요. 모처럼 쓴 글이 바이트 낭비 되기 싫으면 빨리 썰이나 풀어요.
큰: 아 그렇지. 그럼 직관적으로 접근해보죠. 폴라곰님은 이 음반을 다 들었을때 어떤 느낌였습니까?
폴: 따스하면서도 깊은 위트로 세상을 관찰하는 느낌?
큰: 그렇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수식어들을 느낌으로 풀자면 폴라곰 씨 말처럼 되는 거죠.
폴: 전 특히 'Summer's Cauldren', 'Grass', 'The Meeting Place'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저 뭔가 알 수 없는 아름다움과 그리움이 가득하다고 할까요. 맑게 울리는 기타와 현악이 더 그런 느낌을 강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큰: 사실 이 앨범 컨셉 앨범입니다. 폴라곰 님이 언급한 부분은 일종의 유년기죠. 아마 폴라곰님이 느꼈던 감정은 유년기의 추억일겁니다.
폴: 에? 그런데 가사를 읽어보면 분명한 스토리가 있던거 같지 않은데요?
큰: 그 점이 이 앨범을 독자적으로 만드는거죠.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나 허스커 듀의 [Zen Arcade]처럼 [Skylarking]도 선명한 화자와 이야기가 존재하는 종류의 컨셉 앨범은 아닙니다. 느슨한 컨셉 앨범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Skylarking]의 컨셉은 인생의 주기와 희노애락입니다. 탄생, 성의 각성, 이별, 취직, 결혼, 권태, 죽음과 재탄생 같은 순간들이 듣는 동안 앨범을 지나갑니다. 이 순간을 묘사하고 있는 앤디 파트리지와 콜린 모울딩의 가사는 신랄함과 상심한 감정, 도취 그리고 인생의 깨달음을 은유와 위트 섞어서 멋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곡의 가사가 탁월하지만, 'Sacrificial Bonfire'의 깨달음이나 'Dear God'의 독설 (개인적으로 종교를 테마로 삼은 예술 작품 중에서 최고봉 중 하나 아닐까 생각합니다.)은 그 중 발군이라 할 만합니다.
폴: 정말 들으면서 가사를 찾아보게 되는 앨범이였어요.
큰: 그리고 그 점이 이들이 컬리지 록에 속하게 만드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했지만 컬리지 록의 지성은 음악 말고도 가사에서도 표출 되었으니깐요.
폴: 정작 음악 이야기는 아직 꺼내지 않았는데요... 앨범 구성이 엄청나게 탄탄해서 놀랐습니다. 'Summer's Cauldron'을 틀자하자 어느새 'Sacrificial Bonfire'를 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한마디로 착착 감깁니다. 누굴 칭송해야 할까요?
큰: 1976년 결성 이후 10년동안 작곡만 한 달인 앤디와 콜린을 명예의 전당에 먼저 모셔야 되겠지만, 프로듀서 토드 런그렌도 같이 모셔야 합니다.
폴: 누구죠?
큰: 1970년대부터 활약한 미국의 뮤지션입니다. [Something/Anything?], [A Wizard, A True Star] 같은 명반들을 줄줄이 쏟아냈고 나중엔 프로듀서로도 활동했는데, 이 앨범은 프로듀서로써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무슨 음악을 했는지는 제가 듣지 못해서 뭐라 설명할 수 없겠군요 --; 하지만 뉴웨이브와 소프트 록 쪽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는 정보는 있군요. 대표적인 빠로는 핫 칩의 알렉시스 테일러가 있습니다. ('Shake a Fist' 중간에 들리는 나레이션 주인공이 토드 런그렌입니다.)
폴: 아무튼 1980년대 돋는 전자음과 목가적인 포크 팝, 쟁글 팝을 굉장히 유려한 솜씨로 엮어내는게 놀라웠습니다. 성향적으로 이 둘은 극과 극인데 말이죠. 특히 'That's Really, Really Supergirl'의 오묘한 댄서블 신스 기타 팝 (별의별 조어가 다 등장하는군요.)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집니다.
물론 저 엮는 솜씨 이외에도 현악 편곡도 기가 막히는데, '1000 Umbrella'와 'Dear God'의 현악 편곡은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절로 나올 지경입니다.
큰: 사실 제작 당시엔 밴드와 토드 런그렌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리도 아닙니다. 육탄전까지 돌입할 정도였으니.
폴: 헉 정말인가요? 정말 앨범의 느긋함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비화네요.
큰: 하지만 밴드나 런그렌이나 모두 인정했듯이 그 갈등은 정말 아름다운 앨범으로 탄생했죠.
폴: 전 킹크스와 블러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스톤 로지스 1집과 더불어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앨범이였습니다. 물론 그 궁금중 이상의 경이와 감동, 통찰도 선물 받아서 정말 행복하네요.
큰: 사실 이 대담은 앨범의 매력을 별로 표현하고 있지 못습니다. 제대로 표현하려면 하루 정도는...
폴: 님 자학도 정도껏 (... 사실 음악 외적으로 약간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는데, 리마스터링입니다. 전반적으로 소리가 다소 차가워요. 새 리마스터링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큰: 물론 다시 구입해야죠! 사실 XTC도 평균점이 높은 밴드라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대표작 하나씩 리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폴: 그런데 우린 언제까지 음악 대담만 할 겁니까?
큰: 다른 것도 해볼까요? 예를 들어 어새신 크리드 브라더후드라던가...
폴: 그거라면 크리스마스 때 집에서 혼자 놀이가 될 게 분명한데... 아 저는 생각하는 걸 그만두렵니다.
큰: 자자, 너무 그러지 말고. 훈련 가기 전에 하나 하도록 하죠. 그럼 안녕히.
폴: 약속 지켜야 해요. 몸 조심 하시길.
P.S.
폴: 아 그런데 부제는 어디서 따왔나요?
큰: 로버트 A. 하인히리의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 따왔습니다.
폴: 에~ 안 읽은 소설이잖아요.
큰: 읽을겁니다. 읽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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