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549

룩앤리슨 / 얄개들 싱글 간단 리뷰.

사실 싱글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정말 오래간만에 싱글이라는 걸 사봤기 때문에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룩앤리슨의 음악은 펑크입니다. 다만 이 펑크라는게 섹스 피스톨즈나 클래시처럼 단순과격한 쓰리 코드에 선동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펑크가 아니라, 오히려 그 뒤에서 물러나 팝이 팝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신 모드 종자 (예를 들면 더 잼 이라던가, 버즈콕스라던가)에 가깝습니다. 'Superman' 곡 해설에서도 알 수 있죠. 훅이 강한 여성 펑크라는 점에서는 슬리터 키니를 언급할 수 있을 겁니다. (본인들은 소년 나이프를 언급하더라고요.) 다만 슬리터 키니의 중요 요소로 차지하고 있는 페미니즘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적어도 이 싱글 내에서는 말이죠. 사실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나는 어떻게 음반을 날려먹게 되었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돈에 관련된 실수를 하게 되면 엄청난 데미지를 받게 되죠. 진짜 돈이 걸린 문제에 실수를 하게 되면 무지막지하게 까이고,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서두를 던져놓는가 하면.... 해외주문을 했는데, 주소를 잘못 적은데다 일반 우편으로 주문 신청을 해서 영구분실 거기서 끝났으면 정말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된 음반이 3장 나가 뒤져야지.... *또 한 장은 싼 값에 시켰다가 배송자가 먹튀해버렸습니다. 젠장!

The Youngbloods - Sunlight

영블러드 (발음이 유사한 모 힙합 그룹은 Youngbloodz입니다.)는 보스턴 출신의 1960년대 포크 록 밴드입니다. 웨스트코스트를 강타했던 'Get Together' 빼곤 변변한 차트 성적을 올리지 못한 그룹이였고, 그나마 1960년대도 넘지를 못하고 흐지부지해졌지만, 이후 등장할 웨스트코스트의 AOR에 단초를 남긴 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들을 이야기하려면 버즈와 밥 딜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버즈의 쟁글쟁글 포크 록 핵우산에 들어가 있는 밴드고, 작곡 방식에서도 포크와 컨트리, 블루스의 어법들이 많이 느껴집니다. (2집의 'Statesboro Blues' 커버는 꽤 노골적이죠.) 다만 영블러드는 몽글몽글한 피아노를 무기로 재즈와 틴 팬 앨리 팝스 같은 장르를 끌어들여 ..

Nine Inch Nails - Head Like a Hole

나인 인치 네일스 강화 주간으로 소셜 네트워크 사운드트랙부터 리마스터된 나인 인치 네일즈 1집 [Pretty Hate Machine]까지 모조리 구해버렸습니다. 이게 작년 말에 나온 거였는데 수입은 이제서야 됬더라고요. 헤비메탈의 무거운 비트와 스래쉬 기타 등 소리의 층들을 촘촘히 배치하고 거칠게 뒤섞어 로킹한 연출을 시도한 2집과 달리, 1집은 로킹한 연출들이 적은 대신, 일렉트로닉한 뼈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The Downward Spiral]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나인 인치 네일즈의 뿌리는 스로빙 그리슬, 아인슈튀르젠데 노이바우텐, 카바레 볼테르 같은 철제 퍼커션을 운용해 만드는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하지만 생기는 철저하게 제거된) 리듬과 전통적인 악기와 연주 방법을 배격하고 이질적인 배음을 ..

Scott Walker - Jackie

인디 키드에게 스콧 워커는 펄프 프로듀서 혹은 짐 오루크와 놀면서 음침한 고딕풍 실험 음악으로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콧 워커의 본령은 프렌치에 발을 걸친 바로크 풍의 오케스트라/챔버 팝스였습니다. 4집 말아먹고 워커 브라더스 재결성하기 이전 내놓은 4장 모두 그 본령에 충실한 앨범이였습니다. 프렌치에 발을 걸친,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콧 워커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샹송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스콧 워커의 음악은 샹송 같은 채널 해협 넘어 유럽 문화의 향취가 많이 느껴집니다. 6-70년대 활동하는 동안 가장 알려진 곡인 이 곡은 그런 본령을 확인하기에 딱 좋습니다. 이 곡 샹송 벨기에 출신의 샹송 가수인 자크 브렐의 곡을 커버한 곡인데, 원곡의 프랑스어 특유..

Roots Manuva - Witness (1 Hope)

2000년대 영국 음악 유행 중 하나가 그라임이라는게 있었습니다. 트립합의 꿀렁꿀렁한 무드와 레게을 가져오면서도 IDM/일렉트로닉/라가의 영향을 받아 공격적인 비트와 현실에 대한 인식이 담긴 강렬한 래핑을 선보였던 장르였습니다. 이 장르의 스타는 디지 라스칼와 더 스트릿이였는데, 같은 해에 둘이 내놓은 [Boy In Da Corner]와 [A Grand Don't Come For Free]는 사회적인 현상을 일으키면서 한순간 힙한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관심이 좀 떨어진 상태죠...) 루츠 매뉴바는 그 흐름을 선구적으로 열긴 했지만, 디지 라스칼이나 더 스트릿처럼 대중들의 관심은 덜했던 것 같습니다. (차트 성적으로 봐도 루츠 매뉴바는 골드도 얻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레이블이 다소 마이너했다는..

Sun Ra - [Space is the Place] (1973)

선 라라는 이름은 스테레오랩과 요 라 텡고의 [Summer Sun]이라는 앨범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흥미를 느껴서 뭘 듣을까 찾아보다가 너무 막막해서 그만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듣자하니 음반이 5000장을 넘어간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다가 최근에야 이 앨범이 가장 구하기 쉬운 대표작으로 꼽아서 지르게 되었습니다. 같이 산 허비 행콕의 [Crossings]와 마찬가지로 이 앨범도 기어이 정형적인 틀을 벗어나려고 별의별 발악을 해대는 프리 재즈 앨범입니다. 하지만 선 라는 어느 정도 연주라는 테마를 유지하려는 흔적이 보였던 허비 행콕보다 더욱 기상천외하고 탈재즈적입니다. 21분 짜리 대곡이자 앨범의 심장을 구성하고 있는 'Space is the Place'는 그야말로 난잡한 소리의 난장입니다. 파피사 ..

Nick Drake - [Bryter Layter] (1970) & [Pink Moon] (1972)

닉 드레이크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뮤지션입니다. 첫 앨범 [Five Leaves Left]는 암울했던 고3 시절을 동거동락했던 앨범들 중 하나이며, 들으면서 매번 '어떻게 기타를 이런 식으로 연주할 수 있을까!' '이런 현악 연주는 어떻게 뽑아냈을까', '가사는 또 어떤지...' 라고 매일매일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정작 나머지 앨범을 구한 건 최근입니다 (...) BACK TO CLASSIC ERA을 선언을 하고 나서 이빨 빠진 앨범들을 채워넣기 시작했는데, 싸게싸게 한국반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리마스터링에 대해 말이 좀 많은 편인데 (특히 [Bryter Layter]는 CD 리마스터링 실패 사례로 꼽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뭐 다시 리마스터링 나와도 충분히 구매할 의사가 있습니다. ..

전기 뱀장어: 난 어제 잠을 (자체검열) 잤어.

1960년대에 활동한 개러지 록 밴드 일렉트릭 프룬스The Electric Prunes는 솔직히 대단한 밴드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말그대로 동네 차고에서 고딩들이케이온! 연주하다가 우연히 픽업되어 데뷔한 밴드입니다. 이 곡으로 반짝 스타덤에 오르지만, 다음 앨범과 이지 라이더 사운드트랙 이후로 이들은 재빨리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중고 LP 매물이 풀리고 개러지 록의 역사를 총망라한 너겟츠 박스셋이 나오면서 이들은 프로토 펑크 시절의 뛰어난 밴드로 재평가 받게 됩니다. 가장 최근에 언급된 사례라면 LCD 사운드시스템의 'Losing My Edge'겠죠. 아무튼 라이노에서 첫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이 재발매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구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게 [Too Much To..

John Coltrane - Blue Train

1950년대 중반부터 재즈엔 하드 밥이라는 새로운 움직임이 대두됩니다. 비밥에서 출발한 하드 밥은 쿨 재즈의 시크한 태도와 상반되게 하드 밥은 블루스와 가스펠 음악에 영향을 받아 좀 더 에너제틱하고 강렬한 싱커페이션 (당김음)과 임프로바이제이션을 추구했던 흐름이였습니다. 이런 강렬함은 종종 사이키델릭한 바이브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하드 밥 뮤지션들이 약물 상용자였던걸 생각해보면 이 바이브는 약물의 효과를 긍정했던 최초의 바이브라 볼 수 있을겁니다.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은 그 점에서 하드 밥이라는 흐름을 잘 짚어내고 있는 앨범입니다. 타이틀 트랙 'Blue Train'은 10여분 동안 청명한 멜로디와 그에 대조되는 강렬한 즉흥 연주로 청자를 잡아채고 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