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549

Girls - Alex /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 - Belong

요새 유행과 거리에 멀고 블로그 업데이트도 느릿느릿한 giantroot입니다만 좋은 최신 문물은 가끔 체크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구입하게 된 걸즈와 페인즈 오브 비잉 퓨어 앳 하트 새 앨범은 참 좋았습니다. 양질의 인디 팝은 언제나 환영이죠. 일단 걸즈의 앨범은 선공개된 'Vomit' 제외하면 이 곡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슈게이징이라긴 보다는 쟁글팝에 가까운 곡이지만 슈게이징의 잔향과 씁쓸함을 조금씩 남기는 기타와 의외로 휭키한 리듬, 쓸쓸한 목소리로 매력적인 여성 알렉스에 대한 자조가 섞인 가사을 읇는게 묘한 멜랑콜리를 안겨줍니다. 페인즈...의 'Belong'도 상당히 좋은 곡입니다. 땡글거리는 신시사이저와 그 속에서 아련하게 울려퍼지며 달리는 기타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기타 연주하고 프..

R.E.M. - We Walk

R.E.M.이 이해가 가질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버즈와 디셈버리스트를 겪은 지금은 이제 아닙니다. 이젠 뭔가 알것 같다고 할까요. R.E.M.의 첫 앨범 [Murmur]은 정말 모호하고 조금 쌀쌀한데 귀여워요. 절대 친절한 앨범은 아니지만 뭔가 츤데레한 맛이 있다고 할까요.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텔레비전, 패티 스미스, 필리스, 갱 오브 포 같은 다소 신랄한 펑크 미니멀리즘과 60년대 개러지 록의 전통, 버즈와 러빙 스푼풀 같은 쟁글쟁글 컨트리/포크 기반 팝스가 결합된 앨범인데 (물론 디비스와 빅 스타 같은 파워 팝도 빼놓으면 안 되겠죠.) 가사도 그렇고 앨범이 안개에 낀듯한 희뿌연 느낌입니다. 모호한 중얼거림,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 멜로디는 그 안개 속에서도 듣는 사람을 무심..

Beck - Lonesome Tears

사자마자 할인행사 때리는 바람에 왠지 비싸게 주고 산 것 같아서 속이 쓰리지만 벡의 [Sea Changes]는 그 쓰린 마음을 달래주는 좋은 음반입니다. 일단 앨범 느낌이 전작들과 무척 많이 다릅니다. 까불까불하지 않고 내면으로 침잠하는 앨범인데, 처음 듣기엔 좀 지루할수 있습니다. 첫 도입부인 'The Golden Age'조차 아주 느릿느릿하게 반추하는 트랙이고 'Paper Tiger'는 탈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축 가라앉은 트랙입니다. 이 앨범 나왔을 당시 당황해했을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여기엔 활력은 없어요. 그저 차인 사람의 심정만이 가득할뿐. 하지만 인간의 다른 일면을 본다고 생각할때 이 앨범은 벡의 어두운 부분을 잘 집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일 샬롯 갱스부르와 협업에서도 드러났듯..

요새 클래식 듣습니다.

아마 이 말 들으면 절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표정을 지을겁니다. 아니 그 giantroot가 클래식을 듣는다고? 하지만 요샌 뭔가 인디 록에 대한 애착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게 느낍니다. 트위터에도 계속 적었지만 화제작도 안 듣고.... 문득 느꼈는데 역시 제가 힙스터가 행세를 하는 것은 촌닭이 갑자기 어디 길거리에 주운 깃털을 가지고 공작이 되서 '유후~ 섹시한 까투리들, 나랑 놀지 않을래?'라며 쉐낏쉐낏 팝핀댄스 춤추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는걸 깨닫게 됬습니다. (...) 저 같은 남양주 출신 아저씨 취향 촌닭은 아저씨 취향에 만족하면서 살아야죠. 가끔 제가 존나 구닥다리에 목매고 사는 인간이라는 걸 이웃분들을 보며 느낍니다. 근데 정작 오덕이라니 이건 말도 안 돼... (아 오덕 중에서도 ..

トリプルH - 魂こがして

최근에 재미있게 본 애니 [돌아가는 펭귄드럼]은 음악이 의외로 좋더라고요. 하시모토 유카리라는 사람이 맡았는데 현악기만 쨍쨍거리지 않고, 타악기의 섬세한 터치감과 실로폰과 하프시코드의 질감, 일렉트로 긴장감을 유도하면서도 메르헨적인 아련한 감수성을 깔아놓는게 의외로 상당한 내공이 느껴져 좀 놀랐습니다. 애니 리뷰에도 적었지만 들으면서 욘 브리온, 얀 티에르상, 칸노 요코 생각났습니다. 그것보단 좀 더 일본 아니메 OST 풍이 강하긴 하지만. 아무튼 작중에 등장하는 아이돌 트리플 (실은 더블) H의 곡들도 괜찮은게 많습니다. 부르는 곡 모두 일본의 80년대 글램 록 밴드인 ARB 커버인데, 한 두곡 제외하면 모두 완전히 다르게 재해석을 해서 듣는 재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ROCK OV..

99RadioService - YOUTHFUL

생각하지도 못한 신인 일본 밴드가 나타났습니다. 이번에 방영하고 있는 치하야후루라는 애니의 오프닝 주제가인데,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곡엔 시모키타자와 로크의 기분좋음이 한껏 담겨있습니다. 기타가 중심이 되는 파워 팝, 상큼한 질주감과 서정적인 가사.... 흡사 소카베 케이이치 밴드나 비트 크루세이더를 듣는 느낌이였습니다. 어찌보면 단순하지만 가장 원형적인 쾌락을 담고 있는 트랙입니다. 그리고 B사이드의 'Same love, Different heart'는 순수한 어쿠스틱 송으로, 분카이 로크의 서정을 맛볼수 있는 곡입니다. 약간 어설프지만 풋풋한 느낌이 살아있는 뮤비도 그렇고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서서히 쿠루리나 슈퍼카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걸 생각해보면 이 순수함과 풋풋함, 질주감을 모두 지니고..

Richard & Linda Thompson - I Want to See the Bright Lights Tonight

이 곡이 실린 동명의 앨범을 포크 음반인줄 알고 샀는데 포크 '팝' 음반이여서 당황했습니다. 그러니깐 조안 바에즈나 밥 딜런을 생각하고 샀는데 캣 스티븐슨이나 캐롤 킹, 빌리 조엘, 닉 드레이크 2집이 나온 기분. 하긴 리차드 톰슨이 재직했던 페어포트 컨벤션의 음악들을 생각해보면 당연한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단 페어포트 컨벤션 때보다는 덜 민속적이고 더 팝적입니다. (리처드 톰슨은 [Ligde and Lief] 시절부터 자작곡을 쓰고 싶어했는데 결국 충돌이 일어나 샌디 데니와 동시기에 페어포트를 떠나죠.) 물론 기본적으로 포크 어법이 많이 도입됬고 포크 곡도 상당수 포진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렇게 간출한 앨범은 아닙니다. 그래도 전 캣 스티븐슨이나 캐롤 킹, 빌리 조엘 같은 걸 무지 좋아하기 때문에 좋았습..

[PV] LAMA - Fantasy / Cupid

같은 싱글 다른 컨셉 뮤직 비디오ㅋ 10월에 발매된 LAMA의 두번째 싱글은 양면 싱글인데, UN-GO 엔딩으로 쓰이게 된 Fantasy는 소나타를 연상시키는 피아노 독주를 시작으로 탁하고 또르르 굴러가는 글리치 비트, 어쿠스틱 기타가 인상적인 써늘한 일렉트로닉 팝입니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음예한 감수성도 살아있고요. 싱글의 어둠을 대표하는 곡이라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Cupid는 둥둥거리는 베이스를 기조로 삼고, 상큼하게 팡팡 터지는 신스와 기타가 곁들어진 기타 팝입니다. 무엇보다 절정 부분마다 찍어내리는 신스 편곡이 인상적입니다. 싱글의 빛을 대표하는 곡이겠죠. 어찌됬든, 이 곡들을 들어보면 말기 슈퍼카도 그렇고 나카무라 코지와 후루카와 미키의 관심사는 뉴 오더로 넘어간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

Pink Floyd - Interstellar Overdrive / Syd Barret - No Good Trying

요새 핑크 플로이드 전집이 새로운 리마스터링으로 재발매 됬더라고요. 거기에 곁다리로 시드 바렛 카달로그도 전부 리마스터링 됬고. 덕분에 제가 사들인 Wish You...이거 애매하게 됬습니다 -0- 그래도 조촐한 기념으로 이런 포스팅을.. 로저 워터스의 핑크 플로이드가 너무 알려지다 못해 이젠 클리쉐까지 된 느낌이라면 시드 바렛의 핑크 플로이드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존재입니다. 바렛의 핑플은 두번째 앨범을 끝으로 (사실 배릿은 핑플 두번째 앨범은 거의 참여하질 못했으니 온전한 걸로만 따지자면 파이퍼 앨범이 유일합니다.) 단명하기도 했고, 시드 바렛도 두 앨범 발표 이후엔 은둔하다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죠.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사람입니다. 시드 바렛 시절의 핑크 플로이드는 블루스 기운이 덜 나는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