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룩앤리슨 / 얄개들 싱글 간단 리뷰.

giantroot2011. 4. 6. 11:01

사실 싱글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정말 오래간만에 싱글이라는 걸 사봤기 때문에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룩앤리슨의 음악은 펑크입니다. 다만 이 펑크라는게 섹스 피스톨즈나 클래시처럼 단순과격한 쓰리 코드에 선동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펑크가 아니라, 오히려 그 뒤에서 물러나 팝이 팝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신 모드 종자 (예를 들면 더 잼 이라던가, 버즈콕스라던가)에 가깝습니다. 'Superman' 곡 해설에서도 알 수 있죠. 훅이 강한 여성 펑크라는 점에서는 슬리터 키니를 언급할 수 있을 겁니다. (본인들은 소년 나이프를 언급하더라고요.) 다만 슬리터 키니의 중요 요소로 차지하고 있는 페미니즘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적어도 이 싱글 내에서는 말이죠.

사실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나쁜게 아니라 그만큼 장르를 정석적으로 따르고 있어서 말이죠. 가사는 일상적인 수준의 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고, 재빠르고 간략화된 쓰리코드 연주와 달달한 훅, 그와 대조되는 전반적으로는 쿨한 톤의 보컬이 안정적인 프로듀싱 하에 결합되어 있습니다. 다만 뭐랄까 한국 록하면 다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은은한 뽕끼?라고 해야 할까 그런게 없습니다. 영어 가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굉장히 '영미권'스럽다는 느낌입니다. 듣고 있으면 검정치마나 포니가 생각나는데, 가이디드 바이 보이시즈나 스트록스 같은 미국발 신 개러지 록 흐름을 많이 따랐던 전자들과 달리 이들은 더 잼과 버즈콕스 나아가 리버틴즈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점이 꽤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포지셔닝을 나름 괜찮게 잡았으니 꾸준하게 나간다면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9/06/11 - [Headphone Music/잡담] - 얄개들 - 청춘만만세

전 사실 2년전부터 얄개들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청춘만만세에서 느껴지던 풋풋한 체념을 들으며 요 라 텡고를 처음 접했을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에 빠진 뒤, EP나 싱글이라도 나오면 꼭 산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사이에 신곡을 공연장에서 발표했다지만 전 공연장과 거리가 먼 리스너라 --;

룩앤리슨과 달리, 얄개들은 한국 록의 뿌리에 닿아있다는 걸 확실히 확인 할 수 있는 밴드입니다.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밴드들은 산울림과 들국화, 3호선 버터플라이겠죠. 이들이 선보이는 퍼즈 톤의 기타와 아련하게 닿을 수 없는 슬픈 (약간의, 세련된 뽕끼도 담겨있는) 감수성들은 저 밴드들의 특징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물론 영미권 인디 록에서도 언급할만한 밴드들이 있는데 위에서 언급했던 요 라 텡고와 소닉 유스 (특히 '꿈이냐'의 초반과 후반을 차지하고 있는 소닉 어드벤처는 소닉 유스를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페이브먼트 같은 노이즈 로큰롤로 쌉싸름한 감정을 표출하던 밴드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얄개들은 확실히 룩앤리슨보다 '연주'에 방점이 찍혀있는 밴드이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들은 헤비메탈과 아트 록을 좋아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실제로 '우리 같이'나 '꿈이냐'의 간주 부분들은 쓰리 코드의 단순함하고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복잡다단한 구조와 감수성을 표현할 줄 안다고 할까요. 이런 안정적인 연주 실력은 얄개들이라는 밴드에 믿음직한 신뢰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곡은 '우리 같이'와 '꿈이냐' 이 두 곡입니다. 천천히 타오르며 마지막에 팍 터트리는 '우리 같이'나 반대로 처음부터 하이 텐션으로 올라가 적절한 완급 조절로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꿈이냐' 모두 가슴 시리게 청춘의 단면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슬픔을 좋아하나요?", "비참했던 나날들 모두 사라지네 꿈결 같이
") 이런 묵직함과 믿음직함을 안겨주었던 한국 밴드는 정말 오래간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