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John Coltrane - Blue Train

giantroot2011. 2. 6. 22:53



1950년대 중반부터 재즈엔 하드 밥이라는 새로운 움직임이 대두됩니다. 비밥에서 출발한 하드 밥은 쿨 재즈의 시크한 태도와 상반되게 하드 밥은 블루스와 가스펠 음악에 영향을 받아 좀 더 에너제틱하고 강렬한 싱커페이션 (당김음)과 임프로바이제이션을 추구했던 흐름이였습니다. 이런 강렬함은 종종 사이키델릭한 바이브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하드 밥 뮤지션들이 약물 상용자였던걸 생각해보면 이 바이브는 약물의 효과를 긍정했던 최초의 바이브라 볼 수 있을겁니다.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은 그 점에서 하드 밥이라는 흐름을 잘 짚어내고 있는 앨범입니다. 타이틀 트랙 'Blue Train'은 10여분 동안 청명한 멜로디와 그에 대조되는 강렬한 즉흥 연주로 청자를 잡아채고 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에너지로 강한 긴장감을 부여하지만 단아함을 절대 잃지 않는 고고함이 서려 있다고 할까요. (모두에게 평등하게 포커스가 돌아가는 이 트랙의 테마 진행에서 존 콜트레인의 헐거운 리더십을 찾아 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이어지는 Moment's Notice, Locomotion, Lazy Bird도 그런 약빨 쩌는 에너지와 단아함의 대결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I'm Old Fashioned는 그런 팽팽한 대결 속에서 한발 쉬어가는 여유가 느껴지고요. 무시무시한 연습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도의 집중력과 화성과 곡의 구성에 대한 번뜩이는 통찰력이 매력적입니다.

이 앨범에선 이후 이어지는 프리 재즈의 단초가 느껴집니다. 기존 재즈의 정석적인 테마나 노트를 따르기 보다는 원초적인 기운과 에너지를 풀어내는 것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과도기적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앨범이 이루고 있는 자유로운 에너지와 단아한 정념의 팽팽한 대결은 과도기라 치부하기엔 아까운 구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