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Scott Walker - Jackie

giantroot2011. 2. 28. 21:54



인디 키드에게 스콧 워커는 펄프 프로듀서 혹은 짐 오루크와 놀면서 음침한 고딕풍 실험 음악으로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콧 워커의 본령은 프렌치에 발을 걸친 바로크 풍의 오케스트라/챔버 팝스였습니다. 4집 말아먹고 워커 브라더스 재결성하기 이전 내놓은 4장 모두 그 본령에 충실한 앨범이였습니다.

프렌치에 발을 걸친,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콧 워커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샹송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스콧 워커의 음악은 샹송 같은 채널 해협 넘어 유럽 문화의 향취가 많이 느껴집니다. 6-70년대 활동하는 동안 가장 알려진 곡인 이 곡은 그런 본령을 확인하기에 딱 좋습니다. 이 곡 샹송 벨기에 출신의 샹송 가수인 자크 브렐의 곡을 커버한 곡인데, 원곡의 프랑스어 특유의 술술 넘어가면서도 악센트는 빼놓지 않는 매력을 영어에 고스란히 이식해 허풍 넘치고 독특한 맛이 있는 라임을 만드는 (조금 밥 딜런스럽기도 합니다.) 스콧 워커의 보컬부터, 다소 강한 보컬을 받쳐주는 정도인 원곡의 연주와 달리 풍성하게 채색되는 오케스트라까지 원곡과 다른 아우라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술술 잘 넘어가서 계속 반복 청취하게 됩니다.

이 곡은 [Scott 2]에 수록되어 있는 곡인데, 이 앨범도 이 곡만큼이나 꽤 특이한 맛을 가지고 있는 앨범입니다. 허풍 가득한 오케스트라와 다소 느끼한 바리톤의 스콧 워커의 보컬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게 합으로 들어보면 전혀 느끼하거나 허풍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멋들어진다고 할까요? 훌륭한 곡을 안정적인 발성과 음역으로 모조리 소화해내는 워커의 보컬도 물론 대단하지만 이 앨범은 편곡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앨범으로 손 꼽을만한 합니다. (유려하게 미끌어지는 'Plastic Palce People'의 도입부나, 거창한 스케일을 만드는 'Best of the Both Worlds' 같은 곡들.) 유럽적인 퇴폐미가 묻어나면서도 위풍당당한 (혹은 남성적인?) 앨범입니다. 프랑스와 영국이 모두 사랑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P.S. 정작 스콧 워커는 독일 부모를 둔 미국인입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모두 직접적인 관련이 없죠.
P.S.2 자크 브렐의 원곡은 아래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