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ght Test/리뷰

퍼싸이드 [Façade] (2005)

giantroot2008. 1. 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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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가정사 참견하기...그러나 무척 흥미로운

90년대 초중반, 그러니깐 PC통신이 천하의 패도를 잡고 있던 시절에 유행했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이였는데, 당시 이 프로그램을 접해본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인해, 실제 대화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마치 말 배운 앵무새와 대화한다는 느낌이였달까요?

그렇게 세월이 지나, 2005년 미국에서 Façade라는 인디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이 Façade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입니다. 다만 플롯이 있고,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게임과 유틸리티 사이에 걸쳐져 있던 인공지능 프로그램과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Grace와 Trip 부부의 초대를 받습니다. 그 다음 이름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름을 결정하면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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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자막을 킬 수 있습니다.

일단 전반적인 이야기는  '여피족 부부싸움'에 끼어들기(by 광님)입니다. 다만 부부싸움의 주제가 플레이어의 개입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하는데, 처음 플레이 했을때는 '예술'에 대해 싸우더니, 다시 플레이 해보니 'Trip의 부모'에 대해 싸우더군요.

플레이어의 개입은 대부분 타이핑으로 이뤄집니다. 그 다음 타이핑한 문장에 따라 인공지능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고 이야기가 전개가 됩니다. 이런 개입에 따라 수많은 이야기로 나눠지는데 인공지능 프로그램 시절보다 한층 발달된 캐릭터들의 리액션들이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가 멋지다고 하면, Grace가 좋아하고, Trip이 이뭐병하는 장면) 마지막에 게임이 끝나면 지금까지 한 대화 기록을 볼 수 있는데, 이 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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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방식은 대부분 키보드로 이뤄지는데, 어드벤처 게임처럼 마우스로 상호작용도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어드벤처 게임과 달리 상호작용 대상이 한정 되어 있지만.) 전반적으로 직관적이고 편하게 짜여져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옵션 같은 걸 게임 하는 중에는 불러올수 없어서 그 점은 약간 불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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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은 게임 컨셉처럼 독특한 분위기입니다. 90년대 초에 나왔던 [Another World]같이 유럽 만화풍의 그래픽으로 이뤄있는데 조금 엉성한 부분이 있어도, 매력적입니다. 보아하니 카툰 렌더링 기법 같은게 도입된 것 같네요. 음악 역시 좋습니다. 다만 게임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좀 우울한 음악이 자주 나오더군요. 풀 보이스라서 목소리가 나오는데 나름대로 연기를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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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도 많고, 성공한 부분도 있지만, 이 게임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언어의 압박이 무척 심하다는 점입니다. 이 게임의 대부분이 타이핑으로 이뤄지는데, 당연히 영어로 쳐야 합니다.(다행히 캐릭터의 대화는 자막 지원) 영미권이 아닌 제3문화권 입장으로서 상당히 불리해집니다. 실제로 "아, 너 저렇게 하면 안돼, 니 배우자 입장도 생각해봐"라고 치고 싶은 부분을 브로큰 잉글리쉬 때문에 "STOP FIGHTING!"라고 밖에 못치니 재미가 좀 떨어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영어를 능숙히 쓸 수 있는 분들이라면 저보다 좀 더 재미있게 즐기실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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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등장인물들이 지식인(...)들이라 말로 싸우는데, 물리적 충돌이 거의 없는지라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남의 가정 문제를 옆에서 '영어로' 듣는거, 솔직히 초반부엔 흥미롭지만, 좀 지나면 '집에 가버릴까...'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갈 수 있는 장소도 한정적이여서 금방 질리는 감도 있고.

그래도, 신선하고 흥미로웠고,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게임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최종 평가 : A

PS.여기 가시면 게임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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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어드벤처 커뮤니티 포스트-어드벤처와 인디게임 웹진 PIG-MIN에 실린 글입니다.

(2008.1.10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