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72

Manic Streets Preachers - [The Holy Bible] (1994)

절망과 탐미의 성경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의 [The Holy Bible]은 매닉스의 최고 앨범을 꼽으라면 [Everything Must Go]와 함께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앨범이다. 이 두 앨범 이후로 매닉스는 그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느라 애를 써야 했다. 그만큼 이 두 앨범은 매닉스에게 일종의 금자탑이자 벽으로 자리잡고 있다. [The Holy Bible]이 담고 있는 감정은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로 즐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매닉스가 그 절망을 표출하는 방식은 철저히 우화적이고 탐미적이다. 조이 디비전, 갱 오브 포, 와이어,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 같은 까끌까끌한 포스트 펑크와 헤비 메탈의 에너지, 글램 록의 능수능란한 코드를 결합한 매닉스의 음악은 영향받은 선배들과 달..

Yann Tiersen - [L'absente] (2001)

얀 띠에르상이라 하면 다소 아리까리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곡을 들어보면, 대부분 아!라고 하실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오드리 투드를 일약 세계의 여동생으로 만든 영화 [아멜리에]에 쓰였던 곱디고운 동화적 감수성으로 가득한 테마 트랙를 만든 사람이죠. 다소 조급한 박자로 힘차게 나아가는 멜로디가 맑게 울리는 차임과 하프시코드의 소리의 질감으로 채색된 이 곡은 당 앨범 [L'absente]에서도 여는 곡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1분 정도 길어진 풀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작 이 앨범은 (어두운 채도로 이뤄진 앨범 커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화적 감수성하고는 떨어져 있습니다. 오히려 깊고 쓸쓸한 앨범입니다. 이어지는 리자 저메이노의 우울한 보컬이 깔리는 'La Parade'와 비장한 결기..

Nine Inch Nails - [The Downward Sprial] (1994)

돌이켜보면, 1990년대 초중반은 절망적인 감수성이 사랑받았던 시절인 것 같습니다. 너바나나 앨리스 인 체인스, 펄 잼, 스매싱 펌킨스 등 그런지 카테고리는 말할것도 없고 심지어 그 흐름에서 느지막히 떨어져 있었던 페이브먼트에게도 자조적인 정서가 뿌리 박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런 감수성이 사랑받은 건 1960년대 말 더 후, 롤링 스톤즈, MC5, 더 도어즈 같은 헤비하고 반사회적인 음악이 사랑 받은 것과 비슷한 선상일지도 모릅니다. 저 두 시절엔 세상에 대한 안티 테제적인 생각이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고 할까요. (1960년대에 추앙받았던 윌리엄 버로우즈와 잭 케루악이 1990년대에 다시 재발굴-특히 버로우즈-됬다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다만 1960년대 말과 달리 1..

Herbie Hancock - [Head Hunters] (1973)

재즈는 간신히 기초만 뗀 수준이지만 그 중 허비 행콕과 마일즈 데이비스는 무척 좋아합니다. 마일즈야 뭐 신이니 말이 필요없고, 허비 행콕은 어찌보면 마일신보다 더 자주 들었는데 블루 노트 시절 쿨 재즈의 영향권에 있으면서도 그루비한 감각이 느껴져 뭣도 모르던 아새였던 저에게 상당히 쿨하게 들렸습니다. (비록 블루 노트 era 베스트 들은게 전부지만;) 그러다가 2011년부터 재즈를 좀 들어보자, 라는 생각에 존 콜트레인의 [Blue Train]과 함께 사왔습니다. 왜 이 앨범이냐면, 제가 전통적인 재즈 영역에 속해있었던 블루 노트 이후 era의 허병국에 대해선 일천해서 궁금했습니다. 허비 행콕은 이 앨범을 내기 전까지 블루 노트 - 워너 - 컬럼비아 순으로 이적을 했는데, 워너 시절에도 [Mwandish..

Paul McCartney & Wings - [Band on the Run] (1973)

여사님를 통해 아방가르드와 공명하면서 과거의 영광 더 나아가 전통적인 록/팝을 탈주하려고 기를 쓰던 존 레논과 달리, 폴 매카트니의 솔로 행보는 작곡에 재미들린 한 천재가 미친듯이 멜로디를 뽑아내고 그것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 경지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가 아마 이 앨범 [Band on the Run] 아닐까 싶습니다. 이 앨범은 나름 위기라면 위기인 상황에서 (밴드 멤버 탈퇴, 강도 사건) 아내와 대니 레인 정도로 간출하게 꾸린 라인업으로 만든 앨범입니다. 실질적으로 폴 매카트니 원맨 체제에 가깝지만, 그래도 이 앨범은 여전히 밴드라는 기본 명제에 충실한 연주와 멜로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한 솔로보다는 매카트니와 멤버, 나아가 세션 간의 조화를 중시하고 있다고 할까요. 돈지랄..

Marvin Gaye - [What's Going On] (1971)

옛날 이야기를 해보자면, 제가 들은 최초의 흑인 음악은 아버지가 사오신 모타운의 보이즈 II 멘이였습니다. 이들은 (어린 저에게) 굉장한 하모니와 깊은 소울과 가스펠을 선보였고, 그 앨범을 들으면서 흑인 음악에 대한 귀가 스리슬쩍 틔였던 것 같습니다. 정작 제가 초기에 사모았던 흑인 음악들은 보이즈 II 멘과 달리 뭔가 주류에서 벗어난 것들이였습니다. 소울 앨범도 오티스 레딩이나 샤론 존슨 같이 좀 더 거친 박력을 강조하는 쪽을 먼저 샀고, 심지어 제가 최초로 산 모타운 제 앨범은 에리카 바두의 2010년 앨범이였습니다. (...) 이러다보니 마빈 게이는 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순위가 미뤄지다가 드디어 2011년 첫 앨범으로 사게 됬습니다. (딜럭스 에디션입니다.) 오티스 레딩와 아이작 헤이스로 대..

The Teardrop Explodes - [Kilimanjaro] (1980)

-티어드롭 익스플로드라는 이름은 DC 코믹스의 데어데블 #77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리버풀 출신인 이들은 동료이자 경쟁자였던 에코 엔 더 버니멘에 비해 그리 오래 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늘 소개할 [Kilimanjaro]는 네오 사이키델릭을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이 됬습니다. (전 이 앨범을 하쿠나 마타타라 부릅니다. 이유는 커버;) -이 앨범은 많이 특이합니다. 줄리언 코프의 작곡은 음산한 드루이드 같았던 에코 앤 더 버니멘의 이언 맥컬록하고는 다른 쪽으로 '신비주의'와 '사이키델릭'을 접근하고 있습니다. 일단 포스트 펑크에 기조를 두고 있는 건 버니멘과 똑같습니다. (모던 러버스나 텔레비전의 간결하지만 예술적인 뉴욕 개러지 록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줄리언 ..

[간단리뷰] Salon Music - [MASH] (1995)

일본 밴드 살롱 뮤직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건 전무합니다. 일본에서도 마이너 축에 속해서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위키에 제대로 된 정보도 없었고, 대부분의 앨범이 절판 상태여서 CD도 구하기도 힘든 상태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건 1980년대 초에 데뷔해 오야마다 케이고의 지지하-한때 소속 레이블이 트리토리아였음.에 일본 기타 팝을 일궜던 혼성 듀오, 일본 롤링 스톤즈 베스트 선에 [la paloma show]와 거기 달려있던 모 분의 코멘트, 해외 팬이 꽤 있어서 한국에도 온 유명 사이버펑크 작가 브루스 스털링이 팬이여서 [la palmo show] 재발매 해설지를 써줬다는 거, 최근에 복귀 소식이 전부입니다. 적고 보니 전무한게 아니잖아?! 90년대에 나온 이 앨범 [MASH]을 구하게 된 계기는..

Kanye West -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2010)

Darksweet Symphony 카녜 웨스트의 새 앨범.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피치포크 10.0점의 걸작? 30분짜리 영화를 위한 사운드트랙?, 프로그레시브 힙합 앨범? 오토튠 진화 과정을 담은 앨범? 빌보트 차트 1위의 반상업적 앨범? 아님 이해할 수 없는 앨범? 뭐라 불러도 상관없다. 그 말들은 모두 중심을 빗겨나갔기 때문이다. 위대한 예술 작품들은 모든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카녜 웨스트 새 앨범이 그렇다. 따라서 이 리뷰 역시 중심을 비껴나간 리뷰가 될 수 밖에 없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난 이게 힙합판 (아케이드 파이어의) [Neon Bible]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네그리튀드적 관점이 추가되면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나온다고 하면 어떨까?..

荒井由実 - [ひこうき雲] (1973)

2010/11/18 - [headphone music/리뷰] - Yellow Magic Orchestra - [ソリッド・ステイト・サヴァイヴァー], [浮気なぼくら] (1979, 1983) 비행기 구름 거리의 낭만 아라이 유미 (혹은 마츠토야 유미)는 토드 런그렌과 비슷한 시기에 알았던 이름인데 아버지의 일본 오디오 잡지에서 유밍의 [FROZEN ROSES] SACD 버전을 극찬하는 글을 읽고, '누구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게 그 시작이였다. 당시 나는 10살이였고, 한국에서 일본 음악은 라르크나 차게 앤 아스카, 엑스 재팬 같은거만 찔끔찔끔 나오던 때였다. 당연히 유밍의 작업들을 접할 기회는 없었고, 그녀가 일본에서 뭘로 얼마나 유명한지, 그녀 뒤에 누가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내가 머리가 굵고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