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72

Dennis Wilson - [Pacific Ocean Blue] (1977)

비치 보이즈의 멤버였던 데니스 윌슨의 처음이자 마지막 솔로 앨범 [Pacific Ocean Blue]는 펑크의 해에 태어난 앨범이였지만 펑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앨범이다. 오히려 펑크가 파괴하고 싶어했던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고 할까. 하지만 동시에 [Pacific Ocean Blue]는 그 파괴하고 싶어했던 것에 대한 환멸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모순되어있고 자기분열적인 걸작인것이다.이 앨범은 구조상으로 보면 비치 보이즈가 기틀을 잡은 웨스트코스트 팝스의 구조에 충실하다. 데니스는 가스펠 합창단, 신시사이저, 혼섹션, 소리 콜라주 등 풍윤한 소리들로 덧대어 장중하면서도 복잡한 팝을 만들어낸다. 야심만만하게 열어제치는 'River Song'은 앨범의 가치를 증명하기 충분한 멋진 곡이다. 하지만 이 앨..

The Velvet Underground - [The Velvet Underground] (1969)

걸작 [The Velvet Underground & Nico]와 [White Light/White Heat]로 록이 태동하자마자 그 대안을 벌써 만들어버린 벨벳 언더그라운드였지만, 그들의 그런 '반항에 대한 반항'를 기억하면서 [The Velvet Underground]를 들으면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이 앨범엔 그런 변태적인 공격성이 거의 사라져 있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벨벳은 여전히 벨벳이기 때문에 'The Murder Mystery'나 'What Goes On'에선 여전히 그들 특유의 신랄한 미니멀리즘 로큰롤(과 비트 문화)이 잘 드러나 있다. 다만 전작과 달리 그게 중심인 앨범은 아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The Velvet Underground]는 '복고적'이다. 미니멀한 코드는 대부분 파격을..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4 ([24時])

2010/10/09 - [Headphone Music/잡담] -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1 ([MUGEN], [東京], [キラキラ!]) 2010/11/15 - [Headphone Music/잡담] -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2 ([愛と笑いの夜], [サニーデイ・サービス]) 2010/12/28 - [Headphone Music/잡담] -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3 ([本日は晴天なり]) 서니 데이 서비스가 가장 바빴던 시기를 꼽으라면 저 사랑과 웃음의 밤 이후부터 이 24시까지 아닐까 싶습니다. 거의 몇개월 단위로 앨범을 세 장이나 냈기 때문입니다. 지치지 않았나 걱정될 정도였는데 안그래도 24시 제작할 무렵엔 꽤나 심적인 부담이 강했다고 하더라고요.한마디로 24시는 굉장히 방만한 앨범입니다. CD 1장에 1..

Eels - [Beautiful Freaks] (1997)

생각해보니 1990년대는 컷 앤 페이스트가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사에 대두됬던 시절이였던 것 같습니다. 힙합이 슬금슬금 기어올라 성공을 거두면서 힙합 장르 바깥쪽 뮤지션들이 이 방법론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죠. 벡이 그랬고, 플레이밍 립스가 그랬고, 이번의 일즈가 그랬습니다. 다양한 리듬과 루프, 효과음, 장르 혼합, 다소 금기시 되던 샘플링을 하면서 그들은 익숙한 고전의 문법을 새로운 느낌으로 재창조해서 장르를 신선하게 만들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둘 다 중견 뮤지션이 됬지만 꾸준히 양질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군요. 일즈는 조금 밀리는 것 같지만. 제 생각엔 이런 백인 락/팝 뮤지션이 컷 앤 페이스트를 접근하는 방식은 비치 보이스와 브라이언 윌슨, 반 다이크 팍스 같은 60년대 미국 사이키..

얄개들 -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2011)

2011/04/06 - [Headphone Music/잡담] - 룩앤리슨 / 얄개들 싱글 간단 리뷰. 얄개들 첫 앨범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선행 싱글에서 맛보았던 다채롭지만 담백한 코드와 탄탄한 연주가 돋보이는 개러지 로크입니다. 새로 공개 된 곡 중심으로 보자면 '산책 중 우연히 만난 외할머니' 같은 곡은 연주곡이지만 변칙적이면서도 오밀조밀한 연주가 청각적 풍경을 만들어내며, '슬프다 슬퍼'는 간출하게 쌉싸름한 멜랑콜리를 만들어냅니다.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신명나고 아련한 감수성의 판을 벌이는 '꽃잔치'는 좋은 엔딩 트랙이고요. 하지만 첫 싱글하고는 확연이 차이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소리의 질감입니다. 이 앨범의 질감은 한마디로 건조하고 퍽퍽합니다. 스튜디오 양념이 거의 ..

Mr. Children - [深海] (1997)

일본 분카이 록 혹은 97년 세대 밴드 중에서 한국에서도 견고한 지지가 있는 밴드라면 역시 미스터 칠드런와 스피츠일겁니다. 물론 한국에서 미스치루의 인기 대부분은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뮤비로 유명해진 쿠루미와 원피스 주제가에 집중되는 느낌이지만요. 서니 데이 서비스가 다소 인지도가 한정된 포크 록 시인였다면, 스피츠가 풋풋한 시골 소년의 순정을 노래했고, 쿠루리는 우주를 떠다니며 몽상했다면, 미스터 칠드런은 현대 도시인들에 대해 노래했습니다. 저희 형이 저번 여름에 일본에 갔을때 부탁해서 사온 음반 중에서는 미스터 칠드런 음반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Atomic Heart]였고 하나는 이 앨범이였습니다. 아토믹 하트는 서니 데이 서비스의 [東京]처럼 좋은 부분과 설익은 부분이 공존하는 과도적인 앨범이..

大瀧詠一 - [A LONG VACATION] (1981)

2010/12/06 - [Headphone Music/잡담] - A LONG LONG LONG VACATION 일본 록의 창세는 핫피 엔도가 열였습니다. 물론 GS사운드 같은 좀 윗 세대나 엔도 켄지나 이노우에 요스이, 포크 크루세이더스 같은 GS세대와 핫피 엔도 사이에서 활약하던 통기타 세대, 플라워 트래블링 밴드 같은 독자 노선을 걷던 밴드, 코사카 츄 같은 핫피 엔도의 동업자들도 있었지만, 핫피 엔도처럼 크고 굵직한 반향을 얻어낸 밴드는 드물겁니다. 그들이 지금같은 전설로 자리잡게 된 것은 일본어로 록하기라는 질문을 명쾌하게 내린 최초의 밴드라는 점 때문일겁니다. 핫피 엔도는 이후 앨범 한 장을 더 내고 해체하고 밴드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됩니다. 호소노 하루오미는 캬라멜 마마-틴 팬 앨리 등..

くるり - [The World Is Mine] (2002)

쿠루리는 [The World is Mine]은 한마디로 말해서 포텐셜이 터졌던 전작 [TEAM ROCK]의 사운드스케이프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앨범입니다. 그들은 이 앨범에서 테이프 루핑, 프로그래밍, 드럼머신 같은 다양한 기기들과 방법론을 이용해 댄스 음악과 기타 록의 경계를 마구 허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리는 더욱 잘게 쪼개지고 파편화되어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Mind the Gap', 'Guilty') 특히 싱글로도 발표된 'World's End Supernova'의 앨범 믹스는 아예 하우스 풍으로 믹스가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전작보다 소리의 질감이 풍성해져 더욱 침잠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전작보다 상대적으로 덜 직선적이여서 불친절한 느낌의 앨범이기도 해요. 어떤 곡을..

Beat Happening - [Jamboree] (1988)

K 레코드는 솔직히 서브 팝처럼 막 대박으로 흥하거나 그런 인디 레이블이 아니였습니다. 아 물론 모디스트 마우스나 빌트 투 스필이 메이저 정벅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빌트 투 스필은 안 짤리는게 신기함 (...) 역시 워너는 이런 면에서 똘끼가 넘쳐요.), K 레코드는 전설이 된 지금도 여전히 컬트적인 팬덤에 만족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가보셨습니까, 완전 동네 구멍가게 홈페이지 포스입니다. 잠시 시간을 1980년대로 돌려보겠습니다. 하드코어 펑크 폭풍이 한바탕 지나간 후, R.E.M.과 소닉 유스, 미트 퍼펫츠, 허스커 듀 같이 구석에서 조용히 암약하던 괴짜 밴드들이 하드코어 펑크의 절규를 대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서로 별다른 공통점이 없이 자기만의 음악을 했지만 (버즈을 우상시 하..

Lalo Schifrin - [Piano Strings And Bossa Nova] (1962)

랄로 쉬프린은 영화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사람입니다. 특히 영화광들 사이에서 블리트와 미션 임파서블, 더티 해리의 사운드트랙은 꽤나 유명하죠. 긴박감과 훅이 넘치는 테마와 그와 대조되는 깔끔한 편곡과 풍윤한 오케스트라 연주는 헨리 만시니와 버나드 허먼에서 시작된 헐리우드 영화 사운드트랙 계보를 잇고 있으면서 동시에 존 윌리엄스와 한스 짐머같은 정통파 작곡가부터 대니 알프만이나 욘 브리온 같은 개성 넘치는 작곡자 같은 후배 영화 음악 감독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랄로 쉬프린이 본격적으로 영화 음악에 뛰어든 시기는 클래식 할리우드가 끝나가던 1960년대였는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스타 워즈가 출현하기 이전까지) 한동안 할리우드는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