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띠에르상이라 하면 다소 아리까리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곡을 들어보면, 대부분 아!라고 하실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오드리 투드를 일약 세계의 여동생으로 만든 영화 [아멜리에]에 쓰였던 곱디고운 동화적 감수성으로 가득한 테마 트랙를 만든 사람이죠. 다소 조급한 박자로 힘차게 나아가는 멜로디가 맑게 울리는 차임과 하프시코드의 소리의 질감으로 채색된 이 곡은 당 앨범 [L'absente]에서도 여는 곡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1분 정도 길어진 풀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작 이 앨범은 (어두운 채도로 이뤄진 앨범 커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화적 감수성하고는 떨어져 있습니다. 오히려 깊고 쓸쓸한 앨범입니다. 이어지는 리자 저메이노의 우울한 보컬이 깔리는 'La Parade'와 비장한 결기마저 느껴지는 'Bagatele' 같은 곡이 그렇습니다. 물론 'A Quai'의 장난스러운 에너지를 다시 재현하는 'La Lettre D'explication' 같은 곡도 있지만 그 에너지는 가볍다긴 보다는 오히려 묵직한 무게마저 느껴집니다. (사실 'A Quai'도 마냥 발랄한 곡은 아닙니다.)
얀 띠에르상의 포지션은 기본적으로 작곡자Composer에 가깝습니다. 직접 연주를 하기 보다는 곡을 만들고 세션 뮤지션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하는 방식이죠. 다만 작곡자로써 그의 포지션은 (정식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은 내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필 스펙터 같은 막후 프로듀서라기 보다, 현대 클래식 작곡자 쪽에 가깝습니다. 그의 작곡 방식은 에릭 사티나 필립 글래스, 마이클 니만 같은 미니멀리즘, 드뷔시의 인상주의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양한 소리들을 아주 촘촘하게 배치하는 방식에선 미니멀리즘을, 그 촘촘히 배치된 소리들을 이용해 강한 심상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는 인상주의의 영향이 느껴집니다. 물론 그의 낭만주의가 프렌치 샹송에서 왔다는 것도 빼놓으면 안 되겠죠.
하지만 그는 동시에 채널 해협 건너 스투지스와 조이 디비전에 열광한 얼터너티브 세대이기도 합니다. 포스트 록의 점진적인 구조를 차용한 'Le Concert'나 슈게이징/드림 팝계에서 유명한 보컬인 리자 저메이노를 기용한 'La Parade'에서 그 열광의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죠. 비단 채널 해협 건너의 음악에 대한 관심은 얼터너티브한 쪽에만 머무르지 않는데, 디바인 코메디를 끌어들인 'Les Jours Tristes' 같은 곡은 그의 관심이 1960-70년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었던 음악적 교류 (세르주 갱스부르/제인 버킨의 화끈한 듀엣, 스콧 워커)에도 뻗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들으면서 욘 브리온을 많이 떠올랐습니다. 작곡자의 포지셔닝에서 활동하면서, 영화 음악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으며, 예전 음악의 경외를 보내면서도 녹음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소리의 배치와 층위, 촉감(포스트 록(모과이 말고 스테레오랩이나 토오터즈 쪽...)에서 이런 것에 대한 탐구가 많이 이뤄졌죠.)이라는 1990년대 이후 대두된 화두에 대해서 멋진 대답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여튼 욘 브리온처럼 우아하면서도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고 있는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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