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The Velvet Underground & Nico]와 [White Light/White Heat]로 록이 태동하자마자 그 대안을 벌써 만들어버린 벨벳 언더그라운드였지만, 그들의 그런 '반항에 대한 반항'를 기억하면서 [The Velvet Underground]를 들으면 당혹스럽기 그지 없다. 이 앨범엔 그런 변태적인 공격성이 거의 사라져 있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벨벳은 여전히 벨벳이기 때문에 'The Murder Mystery'나 'What Goes On'에선 여전히 그들 특유의 신랄한 미니멀리즘 로큰롤(과 비트 문화)이 잘 드러나 있다. 다만 전작과 달리 그게 중심인 앨범은 아니다.
음악으로 보자면 [The Velvet Underground]는 '복고적'이다. 미니멀한 코드는 대부분 파격을 넘지 않으며, 멜로디 역시 블루스와 컨트리, 로커빌리, 가스펠 같은 미국적인 음악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 물론 루 리드와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아무리 복고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삐딱선을 타고 있는 뮤지션이기 때문에 이 복고적인 요소는 단순히 '그때가 좋았지' 이상의 매력을 가지게 된다. 친숙하고 따스한 멜로디에서 묘하게 엇나가는 'Candy Says'나 많은 인기를 얻은 'Pale Blue Eyes'의 오밀조밀한 미니멀리즘으로 만들어낸 컨트리/블루스 넘버들은 이들이 전통 속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기존 록하고 다른, 얼터너티브의 '유약하고 섬세한' 면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었다는걸 확인할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 앨범은 존 케일과 앤디 워홀 (+니코)가 빠져나간 후 만들어진 앨범이다. 팝 아트의 대가와 아방가르드를 추종했던 청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들은 벨벳의 '전위적'이고 '혁신적'인 면모를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루 리드는 이들을 내쫓아버렸고 마침내 독재자의 위치에 올라섰다. 하지만 경쟁자가 없는 1인 체제는 고독하고 권태롭기 마련. 그래서일까. 특유의 로큰롤 넘버에서조차 루 리드는 권태스럽다. 원래부터 권태스러운 보컬로 유명했지만, 이 앨범의 권태는 조소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루 리드는 자기가 겪었던 피로와 매혹을 가감없이 토로한다. 감정적인 나체주의라고 할까.
이런 점 때문에 이 앨범은 불멸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 앨범은 기이하고 특이한 방식으로 피로한 심성을 어루만져주는 앨범이다. 어찌보면 이 앨범은 1970년대 서구 사회에 도래한 개인주의적인 세태를 예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불행히도 이들은 여전히 너무나 독특한 방식으로 그런 어루만짐을 표출했기 때문에 컬트의 위치에 머무를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점이 R.E.M.이나 텔레비전, 조이 디비전 같은 밴드들에게 영감을 줬다는 사실은 굳이 길게 적지 않아도 알 수 있을것이다.
'Headphone Music >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初恋の嵐 - [初恋に捧ぐ] (2002) (1) | 2012.09.09 |
---|---|
Dennis Wilson - [Pacific Ocean Blue] (1977) (0) | 2012.07.15 |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4 ([24時]) (0) | 2012.04.02 |
Eels - [Beautiful Freaks] (1997) (0) | 2011.12.02 |
얄개들 -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2011) (3) | 2011.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