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Mr. Children - [深海] (1997)

giantroot2011. 10. 19. 01:27


일본 분카이 록 혹은 97년 세대 밴드 중에서 한국에서도 견고한 지지가 있는 밴드라면 역시 미스터 칠드런와 스피츠일겁니다. 물론 한국에서 미스치루의 인기 대부분은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뮤비로 유명해진 쿠루미와 원피스 주제가에 집중되는 느낌이지만요. 서니 데이 서비스가 다소 인지도가 한정된 포크 록 시인였다면, 스피츠가 풋풋한 시골 소년의 순정을 노래했고, 쿠루리는 우주를 떠다니며 몽상했다면, 미스터 칠드런은 현대 도시인들에 대해 노래했습니다.

저희 형이 저번 여름에 일본에 갔을때 부탁해서 사온 음반 중에서는 미스터 칠드런 음반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Atomic Heart]였고 하나는 이 앨범이였습니다. 아토믹 하트는 서니 데이 서비스의 [東京]처럼 좋은 부분과 설익은 부분이 공존하는 과도적인 앨범이였다면 이 심해 앨범은 설익음을 떨궈낸 앨범입니다.

기본적으로 미스터 칠드런은 파워 팝을 추구하는 밴드입니다. 록 밴드 구성과 힘에 충실하지만 아찔한 멜로디도 빼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허나 전작 아토믹 하트는 멜로디나 언뜻 드라나는 감각은 훌륭했지만 그들의 뿌리인 단순한 펑크 팝과 뉴웨이브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였다면 심해는 캔버스가 넓어졌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다양한 시도와 장르, 그리고 사회적인 비전과 개인사에 대한 가사를 집어넣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名もなき詩' 같은 곡은 아코디언을 은은하게 쓰고 있고, 'シーラカンス'는 몽글몽글거리는 빈티지 전자음과 아르페지오 어쿠스틱 기타 도입부와 펑크 기타가 어울리고 있으며, 풍자적인 'So Let's Get the Truth'는 컨트리와 포크의 향취를 재현하는데다 'マシンガンをぶっ放せ'는 현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앨범은 청량한 멜랑콜리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찐득하게 질질질 늘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시원담백한 느낌의 기타 팝이랄까요.

가사면에서는 연애사 같은 소소한 부분 ('ありふれた Love Story 〜男女問題はいつも面倒だ〜', '名もなき詩')에서 사회비판 ('So Let's Get the Truth', 프랑스 핵실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マシンガンをぶっ放せ', 전장에서 돌아온 남자의 비련을 담은 'ゆりかごのある丘から')까지 다양한 범위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그들은 대선배 밴드인 서던 올 스타즈를 닮았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70년대 중반에 결성되어 국민적인 인기를 끌어온 서던 올 스타즈는 비틀즈와 리틀 피트의 영향을 받아 핫피 엔도와 더불어 밴드 중심의 일본 팝스의 유구한 전통을 세웠는데, 미스터 칠드런이 만들고 노래하는 곡들엔 서던의 향취가 짙게 배어 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발라드 곡들.) 거기에 핫피 엔도와 90년대 펑크 록과 얼터너티브 세대의 영향도 부정할수 없을 정도로 크겠죠.

[深海]는 90년대 일본 시모키타자와 씬의 무시무시한 흡수력과 저력을 알 수 있는 앨범 중 하나입니다. 이런 식으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온 전통이 있다는게 부럽고 씁쓸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