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 보이즈의 멤버였던 데니스 윌슨의 처음이자 마지막 솔로 앨범 [Pacific Ocean Blue]는 펑크의 해에 태어난 앨범이였지만 펑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앨범이다. 오히려 펑크가 파괴하고 싶어했던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고 할까. 하지만 동시에 [Pacific Ocean Blue]는 그 파괴하고 싶어했던 것에 대한 환멸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모순되어있고 자기분열적인 걸작인것이다.
이 앨범은 구조상으로 보면 비치 보이즈가 기틀을 잡은 웨스트코스트 팝스의 구조에 충실하다. 데니스는 가스펠 합창단, 신시사이저, 혼섹션, 소리 콜라주 등 풍윤한 소리들로 덧대어 장중하면서도 복잡한 팝을 만들어낸다. 야심만만하게 열어제치는 'River Song'은 앨범의 가치를 증명하기 충분한 멋진 곡이다. 하지만 이 앨범엔 비치 보이즈나 그 동료들이 가지고 있던 긍정적이고 풍요로운 감수성은 찾아볼수 없다. 블루스의 거칠고 끈적한 질감을 재현하는 데니스 윌슨의 목소리는 고통스럽기 그지 없고, 'Moonshine' 같은 곡은 처연하고 고요하다. 심지어 보사노바를 시도한 'You and I'에도 조용한 멜랑콜리로 담겨져있다. 감수성으로만 따지자면 이 앨범은 오히려 데릭 앤 도미노스의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나 이글스의 [Hotel Califonia] 같은 앨범에 가깝다.
그럴수 밖에 없을것이다. 로큰롤에 열광했던 베이비 부머 세대들도 30대가 접어들어가면서 세파에 찌들어가는 기성 세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로큰롤은 더 이상 신선한 '그 무언가'가 아니였다. 오히려 로큰롤은 신격화가 이뤄지고 그 신격화엔 마약이 뒤따랐다. 60년대에 꿈꿨던 이상향은 점점 멀어지고 68혁명이 낳은 자유는 뜻모를 나태와 방종로 변했다. 사람들은 자기 속으로 도피했다. 게다가 [Pet Sounds]와 [Smiles]가 엎어진 이후 비치 보이즈는 비틀즈에 비해 그리 빛나지 못한 편이였다. 업적이 떨어진다 그런건 아니지만 팀내 상황은 좋지 않았다. 데니스는 이 앨범 속에서 술과 약물, 향략에 절어있는 자신을 돌아보고 절절히 토해낸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로큰롤이 원래의 소박함이 사라지고 화려한 금박과 아우라가 덧입혀졌던 시절에 나온 아름다운 고통의 초상이다. 자기모순적이면서도 아름답다. 데니스는 그 자괴적인 순간에 자신이 느꼈던 솔직한 감정들을 풍요로운 웨스트코스트 팝스로 역설적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이글즈가 호텔 캘리포니아 이후로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듯이, 데니스 역시 비슷한, 아니 더 심한 자기파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차기작을 준비하던 도중 익사했다. 그의 죽음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 펑크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이 앨범은 살아남아 '풍요로 잡아낸 절망의 풍경'이라는 독특한 미학적 가치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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