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Daniel Kwon - [Layin' in the Cut] (2009)

giantroot2015. 1. 11. 22:25

다니엘 권의 미니 앨범 [Layin' in the Cut]의 첫 트랙을 틀면 나오는 곡은 'A Tiger's Meal'은 데벤드라 반핫을 연상시키는 애시드 포크 트랙이다. 목소리들은 중층적으로 더해지고 버트 얀시나 시드 바렛을 연상케하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다양한 코드를 연주하면서 주술적인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애시드 포크 앨범인가 하고 다음 트랙 'Against the Grain'은 을 들어보게 되면 피아노의 캐치한 멜로디에 다소 놀랄지도 모른다. 이 곡에서 그는 빌리 조엘이나 캐롤 킹, 랜디 뉴먼을 연상케하는 틴 팬 앨리 스타일 팝과 묘하게 꼬인 코러스와 편곡을 들려준다. 전 트랙이 'A Tiger's Meal'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런 식의 구성은 계속 이어진다. 대략 한 곡이 애시드 포크 팝이라면 다른 한 곡은 피아노 위주로 돌아가는 틴 팬 앨리의 팝송인 것이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곡은 'Inertia'인데 틴 팬 앨리 스타일의 곡에서 다니엘 권은 누구보다도 낭랑하고 맑게 멜로디와 리듬에 맞춰 산책하듯이 노래를 부른다. 앨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다가 마지막 20초를 남겨두고 이 곡은 갑자기 소리가 흐려지고 길을 잃더니 여러 소음들로 붕괴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이 소음은 곡의 분위기를 망칠 정도로 날서 있지 않다. 차라리 프랭크 자파 식의 사이키델릭한 유희에 가깝다고 할까.

그렇기에 [Layin' in the Cut]은 도통 종잡을수 없으면서도 신기하게 빠져들게 되는 앨범이 된다. 계보로 따지자면 토드 런그렌이라던가 션 레논이라던가 존 브라이온 같은 매끄러우면서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이키델릭-싱어송라이터 팝이라고 할까. 그가 마이스페이스에서 음악을 올렸다가 램프 (그렇다. 소메야 타이요가 있는 그 일본 밴드 램프다.)에게 발탁되어 음반을 냈다는 경력은 이런 종잡을수 없음에 흥미로운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한국계 이민자이고 청소년기의 이민 청소년들 특유의 방황 도중 음악과 기타에 빠져들었다는 약력도 말이다. 물론 '한국적', '한국인의 정서'이라는걸 이 음반에서 찾는건 무의미하다. 그의 민족적인 정체성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바로 비의적인 가사와 장르를 따르면서도 역행하고 뒤엎는 특유의 방법론 말이다.

이 앨범이 나온지도 5년이나 지났고 다니엘 권은 5년간 조용히 라이브와 녹음에만 몰두하다가 일본에서 [R군]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성 앨범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 앨범은 수록곡을 들어봤을때 이전작하고 다르게 파격적으로 전자음을 도입했고 여러모로 전작과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확실히 그의 음악은 매력적이지만 주류에 진입하긴 다소 어려운 타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Layin' in the Cut]에 담긴 내밀하면서도 장난꾸러기 같은 매력은 그냥 놓치기엔 아까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