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Sagittarius - [Present Tense] (1968)

giantroot2013. 1. 9. 00:17


게리 어셔는 전성기 시절 버즈Byrds의 프로듀서로 팝 음악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Younger Than Yesterday]라던가 [The Notorious Byrd Brothers]로 유명하죠. 이외 초기 비치 보이즈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다소 일찍 세상을 떠난데다 프로듀싱 작품이 생각외로 적다는 점 (14개도 안 됩니다. 버즈 이후 프로듀싱 작품들은 다소 마이너한 감이 있고요.)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 다소 인지도가 처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버즈 프로듀싱 작품이라던가 이번에 소개한 게리 어셔 솔로 프로젝트 사지타리우스의 첫 앨범 [Present Tense]를 들어보면 무시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Present Tense]는 60년대 바로크 팝스의 정수를 한껏 뽑아낸 숨은 명반입니다. 여러분들은 초창기 비지스의 하모니와 웅혼한 로맨티시즘을 사랑하십니까? 그렇다면 첫 트랙인 'Another Time'를 듣자마자 사랑에 빠질것입니다. 은은한 하프와 잔잔한 스네어 킥으로 시작하는 곡은 극도로 정제된 오케스트라와 허밍, 다양한 소리들을 배합해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치고 빼는 탁월한 감각을 통해 곡을 우주적인 스케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감각은 기묘한 하프시코드 멜로디로 시작하는 'Song To The Magic Frog (Will You Ever Know)'나 비치 보이즈를 연상시키게 하는 애조와 환희로 나아가는 'My World Fell Down' 같은 곡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버즈에서 실현했던 컨트리와 포크를 세련되게 탈바꿈하는 마술도 여전합니다. 'I'm Not Living Here' 같은 곡은 비틀레스크, 컨트리 록과 파워 팝을 잇는 가교같은 곡이며, 'Musty Dusty'는 소박한 포크가 비치 보이즈를 연상시키는 소리의 사이키델릭의 수혜를 받은 곡입니다. 물론 동양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60년대 영미 음악계 유행에 맞게 'Glass'는 타블라나 시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야리꾸리한 무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살짝 반전이 있습니다. 이 앨범은 게리 어셔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공동 프로듀서와 수록곡 대부분의 작곡자로 이름을 올린 커트 보체터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커트의 훌륭한 곡과 어셔의 멋진 프로듀싱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고 보는게 좋을 것 같군요. 테리 맬처와 브루스 존스턴 같은 바로크 팝의 장인들도 이 앨범에 참여해 빛을 내주고 있고요.


[Present Tense]는 어느 야심만만한 뮤지션 둘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해 걸작이며 바로크 팝의 좋은 표본입니다. 동시에 게리 어셔가 버즈의 어느 부분에 마술을 부렸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단초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여러장 사서 뿌리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