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初恋の嵐 - [初恋に捧ぐ] (2002)

giantroot2012. 9. 9. 21:50


빛나는 첫사랑이 남긴 백조의 노래를 너에게 바친다


일본 시모키타자와 밴드 하츠코이노 아라시 (첫사랑의 폭풍)의 [첫사랑에게 바친다]는 아련한 제목과 달리 아련함만 있는 앨범은 아니다. 앨범을 걸자마자 나오는 곳은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첫사랑에게 바친다'다. 제법 경쾌한 베이스 라인과 로킹한 모던 록 기타, 반짝반짝거리는 실로폰이 인도하는 이 곡은 하지만 어딘가 짠한 가사를 가지고 있다. ("그대의 눈물이 잊혀지지 않아/첫사랑에게 바치는 넘버") 그 곡이 끝나자마자 나오는 곡은 바로 그 유명한 '真夏の夜の事 한여름밤의 일'이다. 피아노 한 대로 차분하지만 쓸쓸히 분위기를 만들어가다가 현악 연주와 사이키델릭한 맛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퍼즈 기타가 합세해 거대한 감정적인 파고를 불러일으키는게 제법인 곡이다. 


이후에도 곡은 이어지지만 앨범은 전반적으로 짧다. 그 이유는 하나다. 이 앨범은 완성하기도 전에 리더 니시야마 테츠로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신 곡 하나하나가 버릴 수 없이 꽉꽉 차 있다. 'No Power!', 'Touch'처럼 분카이 로크의 서정미와 아찔한 훅이 같이 담겨 질주하는 곡도 있으며, '涙の旅路 (SLTS.Ver)'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발라드도 있다. 그리고 이 곡 이후로 이어지는 마지막의 'Nothin''과 'Good-Bye'의 남성적인 비가는 아름답고 처연하게 한여름밤처럼 덧없었던 감정들을 분출시킨다. 완벽한 마무리다.


이 앨범은 비록 첫 작품이지만 풋풋한 박력과 완숙미가 절묘하게 곁들어져 있다. 프로듀싱도 과잉되지 않고 적절히 기타 중심의 팝이라는 본분에 충실하다. ('한여름밤의 일'의 오케스트라를 보아라. 절대로 과잉으로 가지 않는다.) 이런 기적적인 균형미는 심지어 서니 데이 서비스조차 첫 앨범에서 이뤄내지 못한 성과였다. '도쿄'로 대표되는 초기 쿠루리가 질박하게 토해냈던 어쩔수 없는 먹먹한 감정들을 아주 예술적으로 승화해낸 앨범이였지만 동시에 그것이 끝이였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정서는 완벽하게 자기완결성을 가지고 있고 끝내 청자를 눈물 짓게 만든다. 정말이지 백조의 노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P.S.1 하츠코이노 아라시는 1997년 결성되어 2002년 테츠로 사후 이 앨범을 완성시키고는 해체(말은 활동 휴지였지만)한다. 나머지 두 멤버들은 사이토 카즈요시나 서니 데이 서비스 서포트 멤버로 활동하면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2011년에 잠시 둘이 재결성해 기념 라이브를 가지기도 했다. 

P.S.2 타이틀 트랙은 스피츠가 커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