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리뷰

Nick Lowe - [Jesus of Cool] (1978)

giantroot2013. 9. 15. 13:38

영국 출신 뮤지션 닉 로우는 펍 록의 간판스타 엘비스 코스텔로의 전설적인 초기 다섯 앨범 프로듀서하고 펑크 밴드 댐드 첫 앨범 프로듀서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브린슬리 슐츠라는 걸출한 펍 록 밴드를 이끌었던 뮤지션이기도 합니다. 프로듀싱해준 엘비스 코스텔로가 여러모로 너무 뜨는 바람에 다소 묻힌 감도 없잖아 있지만 본인 솔로 커리어도 괜찮게 나간 편입니다. 아주 대박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국 내에서 중박급을 기록한 싱글과 앨범을 보유하고 있으니깐요.

첫 앨범 [Jesus of Cool]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This Year's Model] 나오고 난 뒤에 나온 앨범인데 브린슬리 슐츠가 1975년 해체된걸 보면 좀 뜸을 들였다가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앨범은 미국에서는 그저 그랬지만 영국에서는 22위에 등장하는 등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았고 무엇보다 평가도 좋았죠. 현재도 닉 로우 초기 두 앨범은 펍 록 명반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펑크 록을 지성미 넘치는 접근으로 얄미울 정도로 노련미 넘치는 연주와 악기 동원, (Byrdish한) 쟁글쟁글 팝 멜로디, 노련미 넘치는 연주와 악기 동원, 때로 냉소를 드러내는 가사를 뽐낸다는 점에서 엘비스 코스텔로와 닉 로우의 목표가 같다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Jesus of Cool]는 무턱대고 엘비스 코스텔로랑 비교하기에 애로사항이 꽃피는, 독자적인 노선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우선 이 앨범의 특이한 점이라면 음악 산업에 대한 비꼼이 두 곡이나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Music for Money'와 'Shake and Pop'인데 제목부터 노골적이죠. 아무래도 브린슬리 슐츠가 미국 진출에 실패하고 끝내 해체해야만 했던 여파겠죠. 연애사와 지겨운 월요일, 파시스트 당에 대한 투덜거림으로 가득했던 엘비스 코스텔로의 첫 앨범하고는 조금 관심사가 다릅니다. 가창도 약간 쥐어짜듯이 맹맹거리는 코스텔로와 달리, 굵직하면서도 속삭이는 톤 등을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음악에서도 닉 로우는 코스텔로하고는 차별화된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컨트리 록 (이건 코스텔로도 마찬가지만 닉 로우 쪽이 좀 더 강합니다. 'Shake and Pop'의 기본 구조는 컨트리 록에서 많이 보던 전개죠.), 휭크와 뉴웨이브의 어법이 많이 느껴지는데 'I Love the Sound of Breaking Glass'의 휭키한 기타 주법과 피아노를 이용한 소리 층위 쌓기는 초기 토킹 헤즈나 오렌지 주스를 떠올리기 충분하고 (이런 휭크에 대한 관심은 'Nutted By Reality'에서 다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이 곡도 중간에 컨트리 록 풍 박자 변화로 재치있는 전환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아련한 멜로는 멋진 펍 록 발라드 앤썸이라 할만한 'Tonight'에선 삑삑거리는 전자음을 끌여들어 뉴웨이브의 어법을 조심스레 도입하고 있습니다. 'Music for Money'는 한 소절씩 헤비한 기타 리프와 보컬을 펑크 풍으로 단순하게 턱턱 밀어붙이면서도 그것들을 세심하게 변주하면서 진행하는, 상당히 울증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구조와 박력으로 청자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Jesus of Cool]는 코스텔로와 동지 의식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파워 팝 후배를 위한 지침서를 남겨준 앨범입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엘비스 코스텔로가 너무 뜨는 바람에 살짝 잊혀진 클래식이라고 할까요. 충분히 복권받아도 괜찮을 앨범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