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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The Immigrant] (2013)

2013/08/08 - [Deeper Into Movie/리뷰] - 리틀 오데사 [Little Odessa] (1994) 2014/02/23 - [Deeper Into Movie/리뷰] - 투 러버스 [Two Lovers] (2008) 제임스 그레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이 범죄물을 만든 것은 단지 투자가 잘 되서였다고 밝힌 바가 있다. 확실히 그는 범죄물을 만들때에도 어떤 멜로드라마적인 중력으로 인물들을 축축히 젖어들게 하는데 훨씬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족을 떠난 큰아들은 범죄자로 다시 돌아와 화해를 시도하지만 모든 걸 잃고 홀로 남겨지거나 ([리틀 오데사]), 아버지를 고발하거나 ([더 야드]) 잃고 ([위 오운 더 나잇]) 범죄 세계의 고리를 끊었던 주인공에서 우리는 그레이만의 쓸쓸한 멜로드라..

피 [O Sangue / The Blood] (1989)

2014/05/17 - [Deeper Into Movie/리뷰] - 뼈 [Ossos / Bone] (1997)많은 이들이 칭찬했듯이 페드로 코스타의 [피]의 도입부는 간결하고 인상적이다. 천둥 소리와 저벅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나타난 두 사람. 떠나지 말라는 청년의 간청에 불구하고 늙은 남자는 청년의 뺨을 때린 뒤, 어두운 지평선 저 너머로 사라진다. 분명 로케이션 촬영임에도 이 장면은 마치 매트 페인팅한 배경을 배우 뒤에다 세워놓고 찍은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인공적이면서도 어떤 화려함이 일체 배제된 이 장면에서 페드로 코스타는 현실을 그대로 가져다놓기보다는 재구성할 의도로 이 영화를 찍었다는걸 선언한다.[피]의 세계는 아트하우스 영화들이 자주 다루던 '아버지가 부재한 세계의 아이들'에 대한 얘기다. 아..

くるり - [図鑑] (2000)

쿠루리의 데뷔작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은 약간 울적하면서도 솔직한 에너지로 가득찬 로큰롤 앨범이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앨범의 프로듀서인 사쿠마 마사히데는 요닌바야시라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출신 뮤지션이다. 프로듀서를 제외하더라도 [さよならストレンジャー]에 실린 'ブルース'나 'ハワイ・サーティーン'은 로큰롤적 상궤에서 많이 벗어난 작곡 패턴을 보면 쿠루리는 좀 더 큰 야심이 있었던게 분명하다. 2집 [図鑑]은 그런 야심이 본격화된 앨범이라 할 수 있다.2집 [図鑑]의 도입곡인 'イントロ'는 그 점에서 의도가 명백하다. 1집에 실린 '虹'을 인용하다가 볼륨을 확 죽여버린다. 그리고 불길하고 쓸쓸한 무드를 강조하는 오케스트라와 멜로트론 간주로 이어진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더 홈즈맨 [The Homesman] (2014)

(누설이 있습니다.) 배우 토미 리 존스의 감독 생활은 현재까지 서부극의 영역에 천착해 있다. 엘머 크레튼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한 감독 데뷔작 [라스트 카우보이]는 늙어가는 카우보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였고, 감독으로써 재능을 확인시켜준 [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세 번의 장례식]은 [바벨]과 [21그램]으로 유명한 기예르모 아리아가가 써내리고 죽은 멕시코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텍사스 보안관을 주인공으로 삼은, 현대에 이식된 서부극이었다. 본인이 텍사스 출신이기도 한 토미 리 존슨은 자신의 연출작에서도 그 강건하면서도 내적으로 복잡한 감정을 품고 사는 '미국인'의 전형을 연기해왔다. 그 점에서 [더 홈즈맨]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 탕아와 같은 영화다. 글렌던 스와트와웃의 동명 소설을 ..

201601 도쿄 여행기 5: 귀국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조식으로 빵과 푸딩을 먹고 나왔습니다. 사실 나리타까지 돌아가는건 처음인지라 어떻게 하지 고민고민을 하다가 결국 전철을 타고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나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가 비싸기도 하고 생각보다 몸도 많이 좋아져서 모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근데 비가 은근 내리는데다가 전철 갈아타는 구간이 은근… 허들이 있더라고요. 짐이 그렇게 무겁지 않아서 망정이지 무거웠다면 꽤나 고생했을거라는 생각이... 나리타 행 자체는 그렇게 어렵진 않은데 처음이여서 낯선 풍경에 좀 쫄아있습니다. 정말 맞게 가는거 맞나? 비행기 놓치는거 아니야?막상 나리타에 도착하고 보니깐 너무 일찍 도착했더라고요. 심지어 수속도 안하고 있던 (… 짐을 들고 다른 터미널에 있는 츠타야에 갔다가 시간 낭비..

201601 도쿄 여행기 4: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다시 시부야

3. 아사쿠사 그렇게 도쿄 간다면 다들 한번씩 가본다는 아사쿠사로 출발. 관광객 엄청 몰린다고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리자마자 반기는건 형형색색의 관광객 무리였습니다. 때문에 카미나리몬으로 가는 길은 숨막혔습니다. 어휴 왜 이렇게 바글바글한지…. 호객 행위도 장난 아니여서 빨리 앞으로 전진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들어간 센소지라는 절은 뭐… 사이즈 하나는 역대급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밤에 헐레벌떡 본 츠루오카 하치만궁과 달리 멋있다는 느낌은 적더라고요. 사람 바글거리는 수학여행 관광지 1 이런 느낌. 건물 자체도 콘크리트 건물인지라 역사적 가치가 강한 것도 아니고, 주변 자체가 왜색이 졸라 강하게 느껴지는거 제외하면 그냥 마 그렇습니다. 다시 갈 것 같진 않네요. 이때까지 ..

201601 도쿄 여행기 3: 후지사와/가마쿠라

3. 가마쿠라 일단 고쿠라쿠지 역에서 내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닷마을 다이어리] 때문이였습니다. 그리고 고쿠라쿠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하세 절이라던가 신사 같은 구경거리가 나오기 때문에 천천히 산책하면서 갈 생각이였습니다. 고쿠라쿠지 역 주변은 그야말로 전원주택이 드문드문 있는 동네였습니다. 낯선 동네를 헤매고 다니니깐 묘하긴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고쿠라쿠지에서 슬슬 하세 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던 도중 절을 발견해서 잠시 들어가서 구경했습니다. 구경이 가능한 절이였음에도 외진 구석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이 적더라고요. 한 두명 나오는 건 보긴 했습니다만… 다리도 쉴 겸 물도 마시고 좀 둘러보다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카메라 전지가 다 떨어졌습니다. 전지 소모량이 꽤나 심했던… 결국 울며겨자..

201601 도쿄 여행기 2: 이케부쿠로, 하라주쿠, 시부야, 시모키타자와, 오다이바

1. 이케부쿠로자명종 소리에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자명종이 6시에 맞춰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충 아무도 없는 호텔 로비 겸 카페에서 조식을 먹고 일어나 이케부쿠로로 갔습니다.사실 처음 계획을 짤땐 이케부쿠로를 갈 예정은 없었습니다만, 모종의 이유로 여행 며칠전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모종의 이유는 나중에 적도록 하고 여튼 출발한 시간이 출근 시간대랑 겹쳤는데…헬게이트가 따로 없더라고요.원래 타려고 했던 열차는 그냥 보내버렸고 다음 열차에 간신히 낑겨 탔습니다. 신주쿠역에서 내렸을땐 기나긴 인파에 휩쓸려 다녔습니다. 시적인 표현을 쓰자면 마치 펄떡이는 심장 속 혈관에 있는 느낌? 여튼 도쿠나이 패스를 끊은 뒤 JR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타고 (진짜노선 선정이 신의 한수…) 이케부쿠로로 향했습니다. 신..

201601 도쿄 여행기 1: 출발~히가시코엔지

예전에 블로그에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제가 일본을 간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다만 그땐 혼자가 아니였고 주로 본 것도 자연이여서 다음에 일본에 가게 된다면 가능하면 도쿄를 한 번 봐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주변에서는 도쿄 대신 오사카는 안 가냐는 얘기는 있는데 아무래도 일본의 ‘수도’라고 할만한 걸 먼저 보고 싶어서 도쿄가 가장 끌리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도쿄의 음반점이 어떤건가 확인하고 싶기도 했고. 계획은 1년전부터 잡혀 있었습니다만, 좀 시행착오를 거쳐서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고 결국 이번 1월 말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3박 4일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노시마-가마쿠라 당일치기로 다녀올 생각으로 짜니 4박 5일이 되었습니다. 0. 출발 그래서 도쿄에서 내렸을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