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Season/여행 기록

201601 도쿄 여행기 3: 후지사와/가마쿠라

giantroot2016. 1. 2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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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마쿠라

일단 고쿠라쿠지 역에서 내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닷마을 다이어리] 때문이였습니다. 그리고 고쿠라쿠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하세 절이라던가 신사 같은 구경거리가 나오기 때문에 천천히 산책하면서 갈 생각이였습니다.

고쿠라쿠지 역 주변은 그야말로 전원주택이 드문드문 있는 동네였습니다. 낯선 동네를 헤매고 다니니깐 묘하긴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고쿠라쿠지에서 슬슬 하세 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던 도중 절을 발견해서 잠시 들어가서 구경했습니다. 구경이 가능한 절이였음에도 외진 구석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이 적더라고요. 한 두명 나오는 건 보긴 했습니다만… 다리도 쉴 겸 물도 마시고 좀 둘러보다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카메라 전지가 다 떨어졌습니다. 전지 소모량이 꽤나 심했던… 결국 울며겨자 먹기로 아이패드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절에서 잠시 쉰 뒤 목적지인 하세 절로 갔는데… 여기도 낭패를 겪어야 했습니다. 일단 들어가자 절 반겨주는건 공사 인부들과 가림막… 예 신비함은 애저녁에 뒤진 상태였습니다. 삽소리랑 곡괭이 소리를 들으며 감상하라니 참… 게다가 시간이 워낙 촉박해서 조금 급하게 돌아봐야 했습니다.

그래도 하세 절 자체는 아예 실패는 아니였습니다. 고즈녁하게 잘 꾸며놓은 절이에요. 일본 전통 정원이라던가 연못가도 그렇지만 (사진 찍지 말래서 못 찍었지만) 안에 있는 불상도 꽤 볼만했고 규모도 그럭저럭이였습니다. 높은 곳에서 보는 가마쿠라 전경도 보너스. 아쉽긴 해도 그래도 평타는 친 정도?

진짜 낭패는 하세 대불이였습니다. 전 정말로 [바닷마을 다이어리] 원작를 재미있게 봤고 거기서 나온 하세 대불이 정말 멋져보여서 엄청 고대하면서 갔습니다. 그래 다리를 혹사하면서 볼 가치는 있을거야라고 하면서 문 앞에서

수리중

아. 여러분들이 이 글 읽고 있을 시점에서는 아마 공사 끝났을거라고 봅니다만 제가 갔을땐 비수기라고 수리를 하는 바람에… 아아… ORZ…

무료로 들어갈수 있게 되었지만 하나도 좋을게 없었고 결국 대충 둘러보고 나가려고 했다가 너무 억울해서 다시 뛰어 들어가 미쳐 못 본 뒷뜰을 구경했는데 경비 아저씨가 웃으시더라고요. 웃지말라고! 난 엄청 고생해서 왔단 말이야! 엉엉…

나오다가 기념품 상점에서 중증 일빠를 위한 사무라이! 할복! 욱일기! 티셔츠 삼종세트를 봐서 기분이 뷁해진건 덤…

너무 속상해서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생가 + [산의 소리] 배경이 되었던 신사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버스를 잘 못 타서 또 생고생 했습니다. 생가 자체는 주택가 깊숙이 있더라고요. 뭐 여긴 원래 못 들어가는 곳이라고 해서 크게 실망은 안 했습니다.

그리고 생가 뒷쪽에 신고랑 키쿠코가 종종 가서 얘기를 나누던 신사도 체크했습니다. 올라가 사진을 찍을수도 있었지만 시간도 늦었고 여러모로 됐어… 그냥 빨리 도쿄 갈래… 모드가 되서 그냥 돌아나왔습니다.

그렇게 녹초가 되어 나오던 중 꽤 흥미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생가 근처에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 있더라고요. 그때 조그마한 건물 1층에 통유리가 깔린 부스에 라디오 DJ들이 앉아서 방송 준비를 하더니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어둑어둑해지는 거리에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걸 듣고 있노라니 절로 묘하긴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을까 했지만 결례를 범하는 것 같아서 찍진 않았습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다른 성지 순례나 관광은 다 날렸습니다. 유이가하마 해변도, 가마쿠라 기타 절도 다 캔슬한 상태. 뭘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에노시마 전철 타고 [핑퐁]의 카타세 고등학교 가본 뒤, 츠루오카 하치만궁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시치리가하마 고등학교 찍을땐 너무 어두워져서 그냥 플래시 빵 터트리고 찍었습니다.

이러니 가마쿠라 시 관광도 뭔가 허겁지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밤 가마쿠라 산책은 나쁘진 않았습니다. 가마쿠라 자체는 공주나 그런 한국 지방에 있는 유서깊은 도시들을 떠오르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뭔가 현대식 건물에도 유서깊은 역사 유적 특유의 고즈녁함이 묻어나오는 독특한 아우라 같은게 있다고 할까요. 근대화 과정에 생긴 도시라서 시가지 정돈도 잘 되어 있고요. 저녁도 못 먹은 채 츠루오카 하치만 궁까지는 길이 꽤나 길어서 마음 쫄이면서 가야 했던걸 제외하면…

사진 보면 알겠지만 7-8시에도 사람들이 은근 많이 오는 곳입니다.

츠루오카 하치만 궁에 들어섰을때 들었던 생각은 ‘엄청 크다!’라는 생각이였습니다. 의외로 규모가 굉장합니다. 심지어 그 다음에 봤던 카미나리몬이나 아사쿠사보다 크다고 느꼈을 정도. 츠루오카 하치만 궁이 일본 유적 치고 밤늦게까지 열어서 여길 제일 마지막으로 들렀는데, 낮에 봤다면 꽤 굉장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밤에 사람이 없냐면 그것도 아니여서 꽤 많은 사람들이 본당에 참배하고 사진찍고 구경하고 그러더라고요. 마음이 급하고 사진 찍는데 애로사항이 (똑딱이의 비애…) 커서 깎아먹긴 했지만 가마쿠라 시 필수 관광 유적이라는 명성다운 모습을 보이는 곳이였습니다.

도쿄로 돌아갈때도 꽤나 삽질했습니다. 로망스카 타려고 에노덴 타고 카타세에노시마역으로 쩔뚝거리며 돌아갔는데 로망스카 막차는 이미 떠난 상태… 결국 같은 역에서 일반 열차 타고 사가미오노역에서 내린 뒤 급행으로 바꿔타고 도쿄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왔을때가 9시 정도.

중요한건, 이때까지 전 저녁을 못 먹었답니다. HAHA. 이렇게 된거 숙소 근처 라면집 가려고 했는데 한 군덴 영업종료해버렸고 다른 한군덴 자판기가 고장나서 결국 맥도날드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내일 MP님이 가르켜주신 휴족시간을 반드시 사서 붙이리라는 다짐과 함께 취침.

결론을 말하자면 가마쿠라 여행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에노시마가 차렬한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었던게 패착이였던게 같습니다. 엄청 돌아다녔는데 건진게 없는 것 같아서 다음에 도쿄 올때 다시 와봐야 될 것 같네요. 어차피 [핑퐁] 성지 순례는 엔간한건 다했고 못 본거 대부분이 가마쿠라 유적들인지라…

실은 가마쿠라 여행이 실패로 돌아간 중대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에노시마 전철이 중앙선만큼이나 드문드문 다니는 전철입니다.게다가 플랫폼이 하나 밖에 없는 역이 많아서 한창을 대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기시간만 30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여러분, 저처럼 너무 우겨넣고 덤벙거리다가 생고생하지 말고 계획 잘 짜가지고 가세요. 으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