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52

해안가로의 여행 [岸辺の旅 / Journey to the Shore] (2015)

2013/08/26 - [Deeper Into Movie/리뷰] - 절규 [叫 / Retribution] (2006) 죽은 남편이 돌아와 여행을 제안한다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해안가로의 여행]의 기본 뼈대는 판타지 장르에서는 참신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해안가로의 여행]의 도입부는 신비롭다. 장을 보고 팥죽을 만들던 주인공 미즈키는 문득 뒤를 돌아본다. 미즈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남편 유스케가 서 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듯이. 하지만 우리는 그 곳엔 방금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 안다. 심지어 친절하게 유스케는 자신이 실종되었다는걸 죽었다는 걸 말해준다. 이 장면이 매력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화에서 이전 프레임까지 볼 수 없었던 것이 등장했을 때, 우리는 당혹감과 경외감을 느낀..

20161019

-처음으로 부산영화제를 갔다 왔습니다. 인기작은 포기하고 맘 편하게 영화 골라서 봤어요. 어차피 좀만 기다리면 개봉할건데 정력 낭비할 일은 없죠.... 덕분에 해운대도 느긋하게 돌아다녔습니다. 다만 외할머니가 나이를 드신게 마음 아팠습니다. 살아있을때 자주 뵈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근데 본 영화 리뷰는 언제 다 쓰냐...! (과제에 치이는 중)-뭔가 블로그를 몰아쓰는게 일기를 몰아쓰는 느낌입니다... 과거의 기억이 휘발되기 전 재구성해 올리는 느낌이랄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제가 뭘 했는지 다 까먹어 버리니깐요.

하모니움 [淵に立つ / Harmonium] (2016)

[하모니움]의 도입부를 장식하는건 스즈오카 부부의 딸 호타루의 풍금에 맞춰 울러퍼지는 메트로놈의 음이다. 그리고 음에 맞춰 조각조각난 타이틀 '늪에 서다'라는 타이틀이 붙어졌다가 다시 사라진다. 마치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산산조각나 사라지는 것처럼 맞춰진 오프닝 시퀀스는 불길함을 안기기 충분하다. 후카다 코지는 당돌하게도 다음 시퀀스로 오즈 야스지로가 세계 영화계에 남긴 유산 중 하나인, '가족이 밥을 먹는 장면'을 이어간다. 하지만 [하모니움]의 밥을 먹는 장면을 보면서 관객들은 불편함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밥상에서 나누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죄에 관한 대사도 그렇지만, 침침한 조명과 다소 스산한 기운이 스며든 스즈오카 가족의 식탁엔 활기참이나 친밀함은 없다. 오즈의 밥상을 의도적으로 ..

플래닛 코스터!

요새 제가 [디스아너드 2]랑 더불어 제일 기대하고 있는 게임입니다. 제가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를 엄청 좋아하서 말이죠. 놀이공원은 자주 안 가면서 이런건 좋아한단 말이죠. 롤러코스터 타이쿤 월드가 대차게 망한 지금, 파키텍트와 더불어 유일한 희망입니다. 다음달에 프리오더 걸면 알파 잡아볼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하필이면 그 기간에 부산영화제 가는지라... 으으... 잠깐 잡을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말이죠.

Fight Test/잡담 2016.09.16

자니 기타 [Johnny Guitar] (1954)

2012/10/12 - [Deeper Into Movie/리뷰] - 실물보다 큰 [Bigger than Life] (1956)니콜라스 레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두려움 없는 과잉이 만들어내는 살 떨리는 세계로 초대받는 것과 다름 없다. 평범해보이는 서사는 인물의 심리에 따라 비대하게 부풀어오르고, 멜로드라마틱한 과장을 거쳐서 최종적으로는 낯설게 보인다. 걸작 [실물보다 큰]에서 레이의 과잉은 완벽해보이는 50년대 미국 중산층 사회의 어둠을 꿰뚫고 있었다. 제임스 메이슨의 과잉 연기는 시네마스코프에서 미친듯이 부풀어올랐고 레이는 그 과정을 강한 그림자와 비틀린 구도로 확장시켰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은 언해피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50년대 미국을 해부하는 사이코 스릴러/멜로드라마였다. 일견 평범한 서부극으로 ..

Original Love - 朝日のあたる道

오리지널 러브는 초기 시부야계 얘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밴드입니다. 정확히는 타지마 타카오라는 뮤지션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밴드인데... 선배이자 동료였던 피치카토 파이브랑 비교를 해보자면 꽤 재미있는 구석이 있습니다. 사실 피치카토 파이브는 후기로 갈수록 일렉트로닉이랑 접목되는 구석도 있고 기본적으로 1960년대 보사노바, 라운지 음악, 프렌치 팝 같은 이지 리스닝 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꽤나 가벼운 느낌이 강한 그룹입니다. 한없이 둥실둥실 떠다닐것 같은 느낌이랄까. 오리지널 러브 자체도 꽤나 달달한 음악을 하긴 합니다만 질감이 좀 달라요. 좀 더 묵직하고 모타운과 필리를 (스티비 원더, 스타일리틱스, 해롤드 멜빈, 마빈 게이를 언급할 수 있겠군요.) 넘나드는 소울과 Funk, 그리고 야마..

400번의 구타 [Les 400 Coups / The 400 Blows] (1959)

만인이 인정하는 영화사의 고전을 리뷰한다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발굴도, 동시대적으로 뛰어난 영화를 평가하는 것과는 다르게 굳건한 비평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비슷비슷한 이야기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물론 이 블로그가 참신한 해석을 노리는 그런 블로그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어반복은 흥업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본다. 프랑소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를 얘기할때도 비슷한 얘기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시초 중 하나로 감독의 자전적인 성장기를 다뤘으며, 현장 로케이션으로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으로 불어넣어..." 이런 얘기를 리뷰에다 늘어놓는건 따분한 일이다. 물론 이 영화가 선취한 영화적 테크닉은 그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 전후 네오 리얼리즘에서 영화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