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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총성 [The Shooting] (1966)

2016/12/03 - [Deeper Into Movie/리뷰] - 바람 속의 질주 [Ride in the Whirlwind] (1966)[복수의 총성]에서 주인공 윌렛은 모래에 흔적을 남기면서 등장한다. 길을 잃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그의 모습은 그러나 무의미한 행동으로 판별난다. 윌렛이 친구 콜리를 만나게 되면서, 강력한 미스터리가 윌렛을 포박하기 때문이다. 공포에 떨고 있는 콜리는 윌렛에게 윌렛의 형이자 동행인이였던 코인과 리랜드가 마을에서 어떤 가족을 쏴 죽였으며, 코인이 볼일을 보러 떠난 뒤 리랜드가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총에 맞아 죽었다고 말한다. 앞뒤를 살펴보면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의 복수인게 분명하다. 하지만 대체 '누가' 리랜드를 쏴죽였단 말인가? 도입부의 미스터리가 제공하는 [복수의 총..

ムーンライダーズ - 青空のマリー

작년 6월쯤에 문라이더즈의 [青空百景] 앨범을 샀더랩니다. 저야 스즈키 케이이치의 음악 세계는 잘 몰랐고 문라이더즈가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초가 되는 밴드라 들어서 사전 정보 없이 샀습니다. (찾아보니 문라이더즈 입문작으로도 추천이 많이나오는 앨범이기도 하더라고요. 나머지는 [카메라=만년필] 앨범.) 뭐 스즈키 케이이치가 있었던 하치미츠파이가 핫피 엔도식 일본 포크 록을 해서 적당히 오오타키 에이치 같은 시티팝 튠을 하는 밴드인가- 싶었죠.막상 들어보니 시티팝 영향도 있긴 하지만... 음 XTC 영향력이 생각보다 강하더라고요. 비치 보이스의 [Love You] 시절 아날로그 신스팝하고 XTC식 개성파 뉴웨이브, 시티팝 성분이 뒤섞인 앨범입니다. 그리고 스즈키 케이이치 비중이 의외로 절대적..

우리 손자 베스트 [Great Patrioteers] (2016)

[우리 손자 베스트]가 처음 공개되었을때,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소수의 호평 사이에 대다수의 거부감으로 나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정치적으로 불공정한 사람들의 패악질을 주인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개빻은 한남"인 어버이연합과 일베 이용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결과는 흥행 실패였다. 하지만 [우리 손자 베스트]가 정녕 그렇게 단순하게 내쳐야 하는 영화인가? 이 영화에 대한 비판들을 읽으면서 어딘가 핀트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현실을 반영했다고, 자동적으로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 믿음은 루카치의 순진한 믿음이나 다름없기도 하니깐. 하지만 [우리 손자 베스트]가 놀라운 점은 그동안 [잉투기]나 [불청..

20170117

-일단 땜빵. -요사이엔 일찍 잠 못드는 습관이 생겨서 죽을 맛입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침대에 누우면 잠이 잘 안 와요.... -나이가 들수록 좋아하고 사랑하는건 자꾸만 사라지고 좋지 않은 것이나 져야할 의무만 계속 느는 느낌입니다. 이 블로그가 20주년을 맞이하면 그 사이에 전 또 많은걸 잃게 되겠죠. -그런데 별로 어른은 된 것 같진 않고 참 씁쓸하네요.

미드나잇 스페셜 [Midnight Special] (2016)

2013/05/10 - [Deeper Into Movie/리뷰] -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2)2013/12/04 - [Deeper Into Movie/리뷰] - 머드 [Mud] (2012)제프 니콜스의 SF라는 얘기를 들었을때, [미드나잇 스페셜]이 어떤 영화가 될지 조금 상상이 안 가긴 했다. 2007년 [샷건 스토리즈]에서 출발한 제프 니콜스는 기본적으로 지역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카와세 나오미나 스와 노부히로, 아오야마 신지처럼 어떤 지역을 떠나면 성립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니콜스는 테렌스 맬릭이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같은 희귀한 사례를 제외하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미국 중남부 서민-화이트 트래시들의 삶에 애정을 느끼고 거기서 출발한다. (심..

20170111

토익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이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얼마전엔 단기지만 알바도 했습니다.나이 슬슬 먹어가는데, 쌓여있는게 별로 없는 것 같고 앞으로 세상 나가는게 조금 두렵고 마 그렇습니다. 블로그도 얼마전에 (2006년 12월 20일) 10주년을 맞이했는데 이 블로그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만 드네요. 적어도 제 전공으로 세상을 살려면 뭔가 일반적인 길과 다른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만 있습니다.제가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것도 더 늙기 전에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였습니다. 이제서야 뭔가 감이 잡히는 것 같은데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가끔 제 자신이 어린 아이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벌써 성인의 의무를 져야 한다니 부담스럽네요. 정말 ..

안녕하세요 [お早よう / Good Morning] (1959)

2012/10/19 - [Deeper Into Movie/리뷰] - 도쿄 이야기 [東京物語 / Tokyo Story] (1953)오즈 야스지로의 [안녕하세요]는 노리코 삼부작이나 [동경 이야기]로 대표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오즈 야스지로 영화하고는 조금 떨어져 있는 영화다. [동경 이야기]로 스타일의 완성한 오즈는 [이른 봄]부터 초기작들을 다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대놓고 [부초이야기]의 리메이크를 자처했던 [부초]랑 동시기인 [안녕하세요]는 전후에 만든 [태어나기는 했으나]에서 다뤘던 아이들로 다시 돌아온 영화다. (실제로 이 영화를 [태어나기는 했으나]의 느슨한 리메이크라 보는 사람들도 있다.) [안녕하세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당시로써는 최첨단 문물이었던 텔레비전이다. 이웃집 신식 문물을 ..

渚にて - 不実の星

나기사 니 테는 일본 프로그레시브 포크 록 밴드입니다. 대곡 지향 (보통 7-8분)에 복잡한 구조의 멜로디와 기타 연주, 다양한 소리 층위는 카르멘 마키 & OZ를 연상케 하며 (요닌바야시도 빼놓을수 없겠습니다만) 1990년대에 데뷔한 밴드답지 않게 상당히 히피 추종적인, 초속적인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제가 구입한 1집은 타케다 마사코가 참여하지 않아서 시바야마 신지의 솔로 프로젝트라는 인상이 강합니다만, 이후 작업들을 들어보면 이때부터 기본틀은 다 잡혀있습니다.어찌보면 무비톤이나 에스퍼즈 같은 후배 서구권 애시드 포크 밴드들을 언급할 수 있겠습니다만, 나기사 니 테는 전반적으로 동아시아 프로그레시브/애시드 포크 록의 독특함을 선점하고 있는 밴드입니다. 가사는 동시처럼 순진무구하지만 가슴아프게 찌르기도 ..

램스 [Hrutar / Rams] (2015)

아이슬란드의 가수인 비요크는 2008년 한국 음악 잡지랑 내한 인터뷰를 하던 도중, “아이슬란드에는 신선함이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곳의 풍경은 매우 삭막하고 솔직해요. 상당히 ‘구식’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복잡한 느낌은 없어요. 그래서 아이슬란드에는 아이러니가 별로 없죠.” 라고 말한 바 있다. 1년에 10편 정도의 영화가 나오고, 대부분의 영화계 종사자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아이슬란드 영화계가 간만에 배출한 [램스]는 그런 비요크의 말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설정은 단순하다. 40년 동안 말도 하지 않고 지내던 시골 양치기 형제가 양이 폐사될 위기에 처하자,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는 얘기다. 그리머 해커나르손의 연출 역시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잔 기교 없는 샷과 구도, 몽타쥬, 가끔 등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