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915

The Charlatans UK - [Tellin' Stories] (1997)

매드체스터의 만가 태초에 매드체스터가 있었다. 소울과 Funk의 그루브와 영국 팝 음악의 전통을 함뿍 받은 이 음악 장르는 순식간에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이 그렇듯 전설적인 일화들과 앨범을 남기고 쇠락해갔다. 스톤 로지즈는 레딩 페스티벌에서 쓰레기 투척을 받고 해체했고, 해피 먼데이즈는 마약에 빠져 익사했다. 하시엔다는 문을 닫았고, 대선배였던 뉴 오더는 잠정 해산했다. 인스파이럴 카펫은 로디가 10년 뒤 유행시킬 '우린 존나 예전에 끝났어' 상태였다. 하지만 샬라탄즈 UK는 살아남았다. (제임스는 좀 특이한 케이스니 제외하자.) 매드체스터의 절정기에 막 데뷔한 후발 주자인데다, 맨체스터가 아닌 곳에서 결성됬기 때문에 지역색에 대한 강박이 상대적으로 적었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Plastics - Copy

일본 음악은 이래저래 파고들면 좀 비범한 구석이 있습니다. 물론 영미권 음악의 벤치마킹이라는 느낌이 강한지라, 영미권보다는 당연히 포스가 떨어지지만 영미권이 아닌 문화권, 그 중 동양권에서 어떻게 서구권 음악을 받아들이고 재해석했는지 좋은 견본이 될 만한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은 높으신 분들의 센스조차 없어서 그런 해택조차 받지도 못했죠. 일본 음악의 위엄은 전자 음악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크라프트베르크를 당대에 벌써 긍정한 유일한 동양권 국가 (제가 동남아 쪽은 무지해서 모르겠네요.)인데, 그 꼭지점엔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가 있습니다. 호소노 하루오미와 타카하시 히로유키, 사카모토 류이치는 엄청난 것을 이뤄냈습니다. (자세한 것은 제가 YMO CD를 사고 난 뒤 간략히...) YMO는 앞서거니 뒤서..

나카타 히데오+CHATROOM=예고편

나카타 히데오 아저씨가 영어로 영화를 찍은 적이 있으니 영어 연기 지도로 버벅거릴것 같지는 않은데... 영국이라니 좀 의외의 선택입니다.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자면 영국을 배경으로 인터넷 채팅방에 모여드는 10대들을 소재로 한 심리 스릴러 물이라고 합니다. 예고편 느낌은 크리스 커닝햄과 미셸 공드리, 대런 아르노프스키가 만나 사이버펑크풍 사이코 드라마를 찍은듯한 느낌입니다. 굉장히 판타스틱하고 스타일리시하지만 속은 냉혈한, 인터넷 시대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는 심리 스릴러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원래 연극 원작이라고 하는데, 그 말대로 굉장히 연극적이라고 할만한 미장센이 돋보이는군요. 음 그런데 채팅방 설정이 일반 채팅방이 아니라 약간 싸이월드+채팅방 그런 느낌입니다. 좀 상징적인 느낌이 나는데 너무 노골..

[The Good, The Bad & The Queen] / [Idealism]

-간단히 말해서 고릴라즈에서 쳤던 데이먼 알반의 장난을 좀 더 진지하게, 복고적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80년대 중세풍 어쿠스틱 고릴라즈...라면 말이 되려나요. 적고보니 말이 안 되는군요. 고릴라즈 2집 프로듀서인 데인저 마우스가 여전히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합니다. -물론 고릴라즈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이 다릅니다. 클래쉬-폴 시모논, 아메리카'80 (펠라 쿠티의 밴드)-토니 앨런, 버브-사이먼 통, 블러-데이먼 알반... 이건 뭐 슈퍼뮤지션대전 알파 플러스죠. 한마디로 The Good, the Bad & the Queen는 슈퍼 밴드입니다. 음악도 엄격하게 통제하기 보다 느긋하게 멤버들의 실력과 재능에 맡겨둔다는 인상이 강하고요. 그 중 'Herculean'은 천의무봉에 이른 대가들이 펼..

MGMT의 [Congratulations] 간단리뷰: 내가 이 앨범을 환영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혹은 실패한 비평의 단편)

-최근 3명의 라이브 멤버가 정규 멤버로 합류했다고 합니다. -뭐랄까...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게 정말 좋은건지 안 좋은건지 답이 딱 안 나온다고 할까요. (류사부님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알량한 지식이 또 한번 깨지는 순간입니다. -확실한 건, 앨범 전체로 들었을때 인상이 강한 앨범입니다. 정말 앤드류 말처럼 "앨범 전체를 듣기를 권합니다." -전반부의 하이라이트인 'Flash Delirium' (저번에도 감상 평을 적었지만)는 유년기의 악몽과 싸구려 묵시룩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빅뱅을 일으키는 멋진 곡입니다. 'Siberian Breaks'나 'Lady Dada's Nightmare'의 도입부 멜로디는 너무나 매혹적이여서 자연스럽게 이끌려들어갑니다. -하지만 매혹은 여기까지. MG..

2010년 4월 New Music Machine

*이름도 없이 연재하던 신보 간단 감상기가 마침내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뭔가 좀 정리가 안된다는 느낌이였는데 이제 정리가 되네요. 참고로 코넬리우스의 곡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Charlotte Gainsbourg - [IRM] (2010, Because Music) 8.6/10.0 적어도 패리스 힐튼이나 스칼렛 요한슨보다는 상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가? 그리고 벡은 먼치킨이다. 스테디한 창작의 힘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줄리아 하트 (Julia Hart) - [B EP] (2010, 비트볼 뮤직) 8.6/10.0 조금 낯간지럽긴 하지만, 너무나 사랑스럽다. 젊음이 있는 가정이라면 하나씩! EP이지만, 음악의 포만감이 상당하다. 이 정도라면 정규 앨범이 기대된다. MGMT - [Congratulat..

샌드 캐슬 - 프리루드 : 더 페이디드 메모리즈 [Sand Castle - Prelude: The Faded Memories] (2010)

그리고 나도 바람과 모래를 모아それで ぼくも 風と砂をあつめて (프렐류드) ArcShock 게임스튜디오의 [샌드 캐슬 프리루드]는 [요절복통 기계]과 [레밍즈]에서 비롯된 퍼즐 게임의 전통에 속해있는 게임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간단합니다. 다양한 기기들을 적절히 배치해 스위치를 열어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래와 풍차라는 소재는 이런 정석적인 구조에 새로움을 부여합니다. 모래의 흐름과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퍼즐의 핵심 요소로 내세운 것 자체도 인상적인데, 모래의 질감과 무게, 흩날리는 그 순간을 잘 잡아낸 물리 엔진이 그 인상을 구체화시키고 있습니다. 난이도 역시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적절히 조절되어 있습니다. (다만 간단한 튜토리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

Fight Test/리뷰 2010.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