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잡담

MGMT의 [Congratulations] 간단리뷰: 내가 이 앨범을 환영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혹은 실패한 비평의 단편)

giantroot2010. 5. 3. 10:07

-최근 3명의 라이브 멤버가 정규 멤버로 합류했다고 합니다.

-뭐랄까...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게 정말 좋은건지 안 좋은건지 답이 딱 안 나온다고 할까요. (류사부님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알량한 지식이 또 한번 깨지는 순간입니다.

-확실한 건, 앨범 전체로 들었을때 인상이 강한 앨범입니다. 정말 앤드류 말처럼 "앨범 전체를 듣기를 권합니다."

-전반부의 하이라이트인 'Flash Delirium' (저번에도 감상 평을 적었지만)는 유년기의 악몽과 싸구려 묵시룩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빅뱅을 일으키는 멋진 곡입니다. 'Siberian Breaks'나 'Lady Dada's Nightmare'의 도입부 멜로디는 너무나 매혹적이여서 자연스럽게 이끌려들어갑니다.

-하지만 매혹은 여기까지. MGMT는 그 매혹을 뒤틀어버려서 청중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전작의 싸구려스러운 유희와 열광은 많이 사라지고, 소닉 어드벤처(음향 실험)를 마구 작렬시켜버립니다. 다들 지적했지만 '키즈'나 '센척할 시간' 같은 곡은 기대하면 안 됩니다.

-소닉 붐의 프로듀싱에 대해서는... 미묘합니다. 아마 제가 이 앨범의 느끼는 미묘함의 전부가 여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서야 소닉 붐의 솔로 작업들과 스페이스멘3의 [Playing With Fire]를 들어봤는데 이 사람은 수어사이드의 영향력이 팍팍 드러나는, 미니멀한 전자음 사이키델릭입니다. 종종 그 사이키델릭은 상당한 길이로 늘어났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만들어내는 구조나 음 요소들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MGMT의 이번 신보는 그리 미니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하면 모를까. 그만큼 프로듀서의 개성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MGMT의 '지난 록 음악의 역사를 자기식으로 해석'한다는 야심찬 계획이 무척 강하기 때문이거든요. 프로듀서의 개성과 뮤지션이 하고 싶은게 충돌한다고 할까요. 'I Found a Whistle'의 단출한 웅웅거리는 사이키델리아와 'Siberian Breaks'의 매혹적이지만 분열증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악몽, 'Brian Eno'와 'Song for Dan Treacy'의 재기발랄한 인디 팝/록은 이 괴리를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MGMT와 소닉 붐은 어느 부분에서 타협을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MGMT와 소닉 붐의 타협은 자신들조차 예측하지 못한 괴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전반적으로 앨범은 괴상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 앨범은 소닉 붐 작업물처럼 빡센 미니멀리즘으로 밀고 나가지도 않고, MGMT 특유의 경박함으로 가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화학적 작용을 일으켜 제 3의 결과물로 화한 것도 아니고, 그냥 괴상하게 공존하게 하고 있습니다. 경박하지만 엄숙하고, 단출하면서도 황당하게 묵시룩적이라고 할까요. 굉장히 모순적입니다. 게다가 그게 또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MGMT판 [박쥐]입니다. 매혹적인 순간들과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리고 과도함과 실패한 부분까지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죠. 지금 널뛰고 있는 평단들의 평도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일겁니다. 여러모로 이 작품은 문제작입니다.

-제가 뭐라 평가하기엔 경력이 일천하지만 확실히 MGMT은 이 앨범으로 루비콘의 강을 건넌것 같습니다. 그들은 1집에서 얻은 대중 대신 새로운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이 앨범은 그 청사진입니다. 그 점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여전히 제 마음은 오락가락하고 있지만 말이죠.

-첨언하지만 전 1집을 좋아하긴 하지만, 선배들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는게 좀 걸렸습니다. 이 앨범은 그 그림자를 완벽하진 않지만 꽤 떨쳐낸 것 같아서 그 점은 확실히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