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597

The Go! Team - Buy Nothing Day

고! 팀의 새 앨범 [Rolling Blackouts]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통제된 광기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1집의 그 폭력적이다 싶을 정도로 마구 질려대는 에너지와 무모한 판단력은 사라졌지만, 대신 영악하게 그 에너지를 조정해 적절히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는 통제력이 앨범 전반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Bust-out Bridge', 'T.O.N.A.R.D.O.', 그리고 이 곡.) 그 무자비한 에너지를 컨트롤하게 되니 이들의 또다른 장기인 달달한 멜로디가 드러나게 된 건 보너스고요. 이 앨범을 들으면 이들은 클리닉과 달리 1집만 흥했던 밴드로 끝나지 않을것 같아서 기쁩니다. 앨범에서 가장 좋은 곡을 꼽으라면 이 곡을 꼽을 것 같습니다. 떼창을 하고 싶을 정도로 씡나는 멜로디와 질주하는 비..

くるり - [The World Is Mine] (2002)

쿠루리는 [The World is Mine]은 한마디로 말해서 포텐셜이 터졌던 전작 [TEAM ROCK]의 사운드스케이프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앨범입니다. 그들은 이 앨범에서 테이프 루핑, 프로그래밍, 드럼머신 같은 다양한 기기들과 방법론을 이용해 댄스 음악과 기타 록의 경계를 마구 허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리는 더욱 잘게 쪼개지고 파편화되어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Mind the Gap', 'Guilty') 특히 싱글로도 발표된 'World's End Supernova'의 앨범 믹스는 아예 하우스 풍으로 믹스가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전작보다 소리의 질감이 풍성해져 더욱 침잠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전작보다 상대적으로 덜 직선적이여서 불친절한 느낌의 앨범이기도 해요. 어떤 곡을..

The Decemberists - The Infanta, Don't Carry It All

요새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디셈버리스트 앨범을 두 장이나 구해서 듣고 있습니다. 하나는 올해 나온 [The King is Dead]이고 또 하나는 2005년에 나온 [Picaresque]입니다. 디셈버리스트는 아마 제가 처음으로 접한 미국발 얼트 포크/컨트리 계열 뮤지션 (버즈를 시발점으로 삼고 R.E.M., 카우보이 정키스에서 시작해 최근의 플릿 폭시즈까지.)일겁니다. 요 라 텡고나 플레이밍 립스로 미국 인디 록의 매력을 알게 된 뒤, 무작정 사들인 음반 중에 이들의 [The Crane Wife]가 있었습니다. 딱히 새로운 방향이 담긴 앨범은 아니였지만 센스있는 우등생의 정석적이면 영리한 해법이라는 느낌의 앨범이였는데, 고풍스러운 잔혹동화적인 감수성이 인상적이였습니다. 사실 이전까진 컨트리 앨범을 딱히..

보사노바를 듣다 01

요새는 재즈 음반을 많이 듣고 있어서 50%가 록/팝 고전 탐색이라면 50%은 재즈 탐색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뭐 재즈도 너무 폭넓고 깊어서 일단은 고전을 모으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집중적으로 파는 하위 장르가 보사노바인데, 이게 모으는 이유가 너무 실리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 '부모님과 같이 들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재즈/라운지 뮤직'를 찾다 보니 자연히 보사노바에 관심을 가지게 됬습니다. 그렇다고 오노 리사 같은건 너무 뻔하고 좀... 이라는 인상이여서 까짓거 뿌리부터 들어보자! 하고 뿌리를 듣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은 호앙 질베르토Joao Gillberto와 더불어 보사노바의 두 신으로 불리는 존재라고 합니다. 저에겐 '명성을 익히 들었지만 뭘 들어야 할지 모르..

Where the Story Ends - Shocking Pink Rose

얄개들에 이어 정말 오래간만에 한국산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사실 웨어 더 스토리 엔드는 음반 모으기 시작하면서 관심의 대상이긴 했는데, 그렇게 막 당장 사고 싶다! 할 정도로 끌리지 않아서 미뤄져 있다가 이 곡을 듣고 지금에서야 두번째 앨범 [W] (2005) 사게 됬습니다. 일단 이 분들 소속이 플럭서스인데, 개인적으로 이들이 같은 소속인 클래지콰이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부야 계의 영향을 받은 일렉 가요을 기조로 하지만, '만화가의 사려깊은 고양이'나 '은하철도의 밤'같은 곡에선 드럼 앤 베이스 같은 대담한 장르 도입, 세밀한 음에 대한 촉과 (다소 일빠풍이지만) 서늘한 감수성으로 가득한 앨범입니다. 확실히 2005년 한국 가요의 발견이라 할만합니다. 앨범에서 제일 꽃힌 ..

룩앤리슨 / 얄개들 싱글 간단 리뷰.

사실 싱글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정말 오래간만에 싱글이라는 걸 사봤기 때문에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룩앤리슨의 음악은 펑크입니다. 다만 이 펑크라는게 섹스 피스톨즈나 클래시처럼 단순과격한 쓰리 코드에 선동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펑크가 아니라, 오히려 그 뒤에서 물러나 팝이 팝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신 모드 종자 (예를 들면 더 잼 이라던가, 버즈콕스라던가)에 가깝습니다. 'Superman' 곡 해설에서도 알 수 있죠. 훅이 강한 여성 펑크라는 점에서는 슬리터 키니를 언급할 수 있을 겁니다. (본인들은 소년 나이프를 언급하더라고요.) 다만 슬리터 키니의 중요 요소로 차지하고 있는 페미니즘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적어도 이 싱글 내에서는 말이죠. 사실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Beat Happening - [Jamboree] (1988)

K 레코드는 솔직히 서브 팝처럼 막 대박으로 흥하거나 그런 인디 레이블이 아니였습니다. 아 물론 모디스트 마우스나 빌트 투 스필이 메이저 정벅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빌트 투 스필은 안 짤리는게 신기함 (...) 역시 워너는 이런 면에서 똘끼가 넘쳐요.), K 레코드는 전설이 된 지금도 여전히 컬트적인 팬덤에 만족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가보셨습니까, 완전 동네 구멍가게 홈페이지 포스입니다. 잠시 시간을 1980년대로 돌려보겠습니다. 하드코어 펑크 폭풍이 한바탕 지나간 후, R.E.M.과 소닉 유스, 미트 퍼펫츠, 허스커 듀 같이 구석에서 조용히 암약하던 괴짜 밴드들이 하드코어 펑크의 절규를 대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서로 별다른 공통점이 없이 자기만의 음악을 했지만 (버즈을 우상시 하..

The Youngbloods - Sunlight

영블러드 (발음이 유사한 모 힙합 그룹은 Youngbloodz입니다.)는 보스턴 출신의 1960년대 포크 록 밴드입니다. 웨스트코스트를 강타했던 'Get Together' 빼곤 변변한 차트 성적을 올리지 못한 그룹이였고, 그나마 1960년대도 넘지를 못하고 흐지부지해졌지만, 이후 등장할 웨스트코스트의 AOR에 단초를 남긴 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들을 이야기하려면 버즈와 밥 딜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버즈의 쟁글쟁글 포크 록 핵우산에 들어가 있는 밴드고, 작곡 방식에서도 포크와 컨트리, 블루스의 어법들이 많이 느껴집니다. (2집의 'Statesboro Blues' 커버는 꽤 노골적이죠.) 다만 영블러드는 몽글몽글한 피아노를 무기로 재즈와 틴 팬 앨리 팝스 같은 장르를 끌어들여 ..

Lalo Schifrin - [Piano Strings And Bossa Nova] (1962)

랄로 쉬프린은 영화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사람입니다. 특히 영화광들 사이에서 블리트와 미션 임파서블, 더티 해리의 사운드트랙은 꽤나 유명하죠. 긴박감과 훅이 넘치는 테마와 그와 대조되는 깔끔한 편곡과 풍윤한 오케스트라 연주는 헨리 만시니와 버나드 허먼에서 시작된 헐리우드 영화 사운드트랙 계보를 잇고 있으면서 동시에 존 윌리엄스와 한스 짐머같은 정통파 작곡가부터 대니 알프만이나 욘 브리온 같은 개성 넘치는 작곡자 같은 후배 영화 음악 감독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랄로 쉬프린이 본격적으로 영화 음악에 뛰어든 시기는 클래식 할리우드가 끝나가던 1960년대였는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스타 워즈가 출현하기 이전까지) 한동안 할리우드는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

Nine Inch Nails - Head Like a Hole

나인 인치 네일스 강화 주간으로 소셜 네트워크 사운드트랙부터 리마스터된 나인 인치 네일즈 1집 [Pretty Hate Machine]까지 모조리 구해버렸습니다. 이게 작년 말에 나온 거였는데 수입은 이제서야 됬더라고요. 헤비메탈의 무거운 비트와 스래쉬 기타 등 소리의 층들을 촘촘히 배치하고 거칠게 뒤섞어 로킹한 연출을 시도한 2집과 달리, 1집은 로킹한 연출들이 적은 대신, 일렉트로닉한 뼈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The Downward Spiral]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나인 인치 네일즈의 뿌리는 스로빙 그리슬, 아인슈튀르젠데 노이바우텐, 카바레 볼테르 같은 철제 퍼커션을 운용해 만드는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하지만 생기는 철저하게 제거된) 리듬과 전통적인 악기와 연주 방법을 배격하고 이질적인 배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