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597

トリプルH - 魂こがして

최근에 재미있게 본 애니 [돌아가는 펭귄드럼]은 음악이 의외로 좋더라고요. 하시모토 유카리라는 사람이 맡았는데 현악기만 쨍쨍거리지 않고, 타악기의 섬세한 터치감과 실로폰과 하프시코드의 질감, 일렉트로 긴장감을 유도하면서도 메르헨적인 아련한 감수성을 깔아놓는게 의외로 상당한 내공이 느껴져 좀 놀랐습니다. 애니 리뷰에도 적었지만 들으면서 욘 브리온, 얀 티에르상, 칸노 요코 생각났습니다. 그것보단 좀 더 일본 아니메 OST 풍이 강하긴 하지만. 아무튼 작중에 등장하는 아이돌 트리플 (실은 더블) H의 곡들도 괜찮은게 많습니다. 부르는 곡 모두 일본의 80년대 글램 록 밴드인 ARB 커버인데, 한 두곡 제외하면 모두 완전히 다르게 재해석을 해서 듣는 재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ROCK OV..

Eels - [Beautiful Freaks] (1997)

생각해보니 1990년대는 컷 앤 페이스트가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사에 대두됬던 시절이였던 것 같습니다. 힙합이 슬금슬금 기어올라 성공을 거두면서 힙합 장르 바깥쪽 뮤지션들이 이 방법론에 대해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죠. 벡이 그랬고, 플레이밍 립스가 그랬고, 이번의 일즈가 그랬습니다. 다양한 리듬과 루프, 효과음, 장르 혼합, 다소 금기시 되던 샘플링을 하면서 그들은 익숙한 고전의 문법을 새로운 느낌으로 재창조해서 장르를 신선하게 만들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둘 다 중견 뮤지션이 됬지만 꾸준히 양질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군요. 일즈는 조금 밀리는 것 같지만. 제 생각엔 이런 백인 락/팝 뮤지션이 컷 앤 페이스트를 접근하는 방식은 비치 보이스와 브라이언 윌슨, 반 다이크 팍스 같은 60년대 미국 사이키..

[PV] LAMA - Fantasy / Cupid

같은 싱글 다른 컨셉 뮤직 비디오ㅋ 10월에 발매된 LAMA의 두번째 싱글은 양면 싱글인데, UN-GO 엔딩으로 쓰이게 된 Fantasy는 소나타를 연상시키는 피아노 독주를 시작으로 탁하고 또르르 굴러가는 글리치 비트, 어쿠스틱 기타가 인상적인 써늘한 일렉트로닉 팝입니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음예한 감수성도 살아있고요. 싱글의 어둠을 대표하는 곡이라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Cupid는 둥둥거리는 베이스를 기조로 삼고, 상큼하게 팡팡 터지는 신스와 기타가 곁들어진 기타 팝입니다. 무엇보다 절정 부분마다 찍어내리는 신스 편곡이 인상적입니다. 싱글의 빛을 대표하는 곡이겠죠. 어찌됬든, 이 곡들을 들어보면 말기 슈퍼카도 그렇고 나카무라 코지와 후루카와 미키의 관심사는 뉴 오더로 넘어간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

얄개들 -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2011)

2011/04/06 - [Headphone Music/잡담] - 룩앤리슨 / 얄개들 싱글 간단 리뷰. 얄개들 첫 앨범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선행 싱글에서 맛보았던 다채롭지만 담백한 코드와 탄탄한 연주가 돋보이는 개러지 로크입니다. 새로 공개 된 곡 중심으로 보자면 '산책 중 우연히 만난 외할머니' 같은 곡은 연주곡이지만 변칙적이면서도 오밀조밀한 연주가 청각적 풍경을 만들어내며, '슬프다 슬퍼'는 간출하게 쌉싸름한 멜랑콜리를 만들어냅니다. 차근차근 점진적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신명나고 아련한 감수성의 판을 벌이는 '꽃잔치'는 좋은 엔딩 트랙이고요. 하지만 첫 싱글하고는 확연이 차이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소리의 질감입니다. 이 앨범의 질감은 한마디로 건조하고 퍽퍽합니다. 스튜디오 양념이 거의 ..

Pink Floyd - Interstellar Overdrive / Syd Barret - No Good Trying

요새 핑크 플로이드 전집이 새로운 리마스터링으로 재발매 됬더라고요. 거기에 곁다리로 시드 바렛 카달로그도 전부 리마스터링 됬고. 덕분에 제가 사들인 Wish You...이거 애매하게 됬습니다 -0- 그래도 조촐한 기념으로 이런 포스팅을.. 로저 워터스의 핑크 플로이드가 너무 알려지다 못해 이젠 클리쉐까지 된 느낌이라면 시드 바렛의 핑크 플로이드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존재입니다. 바렛의 핑플은 두번째 앨범을 끝으로 (사실 배릿은 핑플 두번째 앨범은 거의 참여하질 못했으니 온전한 걸로만 따지자면 파이퍼 앨범이 유일합니다.) 단명하기도 했고, 시드 바렛도 두 앨범 발표 이후엔 은둔하다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죠.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사람입니다. 시드 바렛 시절의 핑크 플로이드는 블루스 기운이 덜 나는 대..

The Only Ones - Another Girl, Another Planet

온리 원스The Only Ones는 펑크 시대에 등장한 영국 밴드지만, 당대엔 별로 인기를 끌진 못했습니다. 앨범 세 장만 내고 4년만에 단명한데다 이 곡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사실은 발표 당시 뉴질랜드 챠트에 뒤늦게 중위권에 오른게 전부입니다. 당대에 인기 있었다긴 보다는 해체 후 재발굴된 밴드라 보는게 정확할겁니다. 사실 그들의 음악은 펑크이긴 하지만 우리가 아는 섹스 피스톨즈의 펑크라고 하기엔 애매한데 그들에겐 지나치게 아름다운 하모니와 멜랑콜리한 가사,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스튜디오 기술과 악기 세션 (심지어 이 곡이 실려있는 첫 앨범 수록곡에는 색소폰도 등장합니다.), 메이저 레이블 (컬럼비아 레코드)가 있습니다. 즉 당대 영국제 펑크 중에서도 버즈콕스나 더 잼 과라 할만한 밴드인데, 음악적인..

Elbow - The Birds

엘보우 새 앨범 [Build A Rocket Boys!]은 언제나 그랬듯이 훌륭합니다. 견고한 울림과 단단한 밑받침이 있는 음악이라 할까요. 그동안 라디오헤디즘에 경도된 브리티쉬 록 밴드들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튼실하게 버텨준 밴드도 드물겁니다. 그들이 전해주는 무게감있는 멜랑콜리는 다른 동료 밴드들과 차별될만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엘보우의 음악적 뿌리는 역시 프로그레시브 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트랙인 이 곡만 해도 그렇죠. 8분이라는 캔버스에 그들은 육중한 기타 리프, 천천히 끓어오르는 구조, 쩔걱거리는 퍼커션 소리, 중반부에 가세하는 빈티지 일렉 피아노와 합창, 오케스트라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만든 스펙트럼을 갈무리했다가 후반에 폭발시키는 그들의 능력은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할..

Antonio Carlos Jobim - Brazil / Tereza My Love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중 하나. 비단 이 곡 뿐만이 아니라, 이 앨범 [Stone Flower]은 중기 조빔의 수작이라 할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들과 그것을 실현시킬 재능으로 가득담긴 보사노바/MPB 앨범입니다. 뭐랄까 [Wave]에서 완성한 여백의 미학을 색다르게 어레인지했다고 할까요.-그 중간 과정은 [Tide]에서 확인할수 있습니다.-콩가와 일렉트릭 피아노 ('Children's Games'), 은은하게 깔리는 퍼커션과 그 속에 담겨진 좀 더 원초적인 비트/심상에선 60년대 브라질에서 발흥했던 MPB의 영향력도 보입니다. 타이틀 트랙인 'Stone Flower'는 그 점에서 확실히 [Wave]나 [The Composer Of Desafinado, Plays]하고는 다르면서도 같습니다. 시대와 소통..

[PV] Galileo Galilei - 青い栞

노이타미나에서 방영하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모른다]는 그렇게 종영되었지만 (깔끔하게 끝났지만 전반적으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감정선을 좀 자연스럽게 했으면 좀 더 좋은 애니가 됬을건데. 그래도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이 곡을 남겨놓고 갔습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요새 무섭게 푸시받는 일본 소니 뮤직 소속 일본의 록밴드인데, 저번 애니-크게 휘두르며 2기-타이업 싱글이였던 夏空도 스트레이트한 로큰롤을 선보여 좋았지만 이 곡은 그 곡보다 더 좋습니다. 사운드의 촉을 다각도로 확장하면서도 쌉싸름한 감수성을 잘 담아냈습니다. 사실 새로운 건 아닙니다. 분카이 로크의 선배들인 쿠루리나 미스치루, 서니 데이 서비스를 들먹이라면 충분히 들먹일수 있습니다. 전자음 쓰는게 쿠루리 짭스럽다고 깔 수도 있..

Jonny - Wich is Wich

사실 요샌 최근 음반들을 안 듣습니다. 그래도 간간히 챙겨듣긴 하는데 그나마 좋아하는 뮤지션의 새 앨범 위주로 듣게 된다고 할까요. 가장 기대작이였던 플릿 폭시즈는 다음 기회에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고 이번엔 Jonny입니다. 고키스 자이고틱 멍키라는 걸출한 웨일즈 챔버팝 밴드를 이끈 유로스 차일드와 1990년대 스코틀랜드 기타 팝의 대표주자 틴에이지 팬클럽의 노먼 블레이크의 프로젝트 밴드인 Jonny의 동명 데뷔 앨범은 정말 이름만큼 소박하고 장난스러운 복고풍 로큰롤을 들려줍니다. 짧고 강한 인트로 후 10분짜리 미니멀 사이키델릭 팝을 들려주는 'Cave Dance'를 제외하면 별 할말이 없는 앨범이기도 해요. 그들의 커리어를 따라온 분이라면 충분히 어떤 음반이 나올지는 짐작할만하겠죠. 이 앨범엔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