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90

피에타 [Pieta] (2012)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는 제목이 원래 가지고 있던 특정한 이미지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를 뜻하는 '피에타'는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막달라 마리아의 이미지를 품고 있는 예술적 주제다. 남을 위해 대신 자신을 희생한 '아들' 예수의 숭고함과 그걸 알고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어머니' 막달라 마리아의 비극적인 대비는 여러모로 예술가의 영감을 자극해왔다. 하지만 영화 [피에타]에는 얼핏 보면 그런 숭고함하고는 거리가 멀다. 사채업을 하면서 주인공 '아들' 이강도의 삶은 그야말로 암담하고 폭력이적이다. 그는 숭고함은 커녕 밑바닥에 끝없이 자신을 구르는 남자다. 영화의 초반부는 그 부분을 할애해서 보여준다. 이런 삶도 어머니를 자청하는 미선의 (..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케빈에 대하여]의 원제는 We Need to Talk About Kevin이다. '우리는 케빈에 대해 이야기 해봐야 한다.' 라이오넬 슈라이버와 그녀가 쓴 소설을 각색한 린 램지 감독의 영화는 이 제목을 통해 케빈을 우리들의 주목 대상으로 놓는다. 그래서 그 주인공 케빈은 어떤 인물인가? 케빈은 여행가로 유명했던 에바의 아들이자, 고등학교에서 학살극을 펼쳐 소년범이 된 인물이다. 이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케빈에 대하여]는 [엘리펀트]나 [볼링 포 콜롬바인], [인 블룸]처럼 콜롬바인 학교의 비극에서 비롯된 학교 학살극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케빈에 대하여]는 저들과 정 반대로 나간다. 학살극이 있었던 그 순간, 학살범과 피해자들의 모호하고도 복잡한 심리와 행동들을 엮은 [엘리펀트]나, 단도..

무쉐뜨 [Mouchette] (1967)

로베르트 브레송의 무쉐뜨는 무척이나 간결한 영화다. 상영시간은 78분. 극영화로 치자면 이 짧은 시간동안 무쉐뜨라는 소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을 들려준다. 무쉐뜨는 가난한 아이이고 병든 엄마와 학대하는 아버지, 냉담한 학교 생활 속에서 삶을 보내고 있다. 어느날 무쉐뜨를 비를 피하다가 사람을 죽인 사냥꾼과 기묘한 유대관계를 맺고 집으로 들어오지만 어머니는 병마에 시달리다 곧 죽어버리고 무쉐뜨는 bitch 취급을 받게 된다. 결국 무쉐뜨는 자살을 하게 된다. 이야기로만 따지자면 [무쉐뜨]는 무척이나 멜로드라마틱하다. 거의 19세기 로맨티시즘의 후예이라 할 정도로 극적인 사건들이 무쉐뜨 앞을 가로막고 결말 역시 그렇다. 하지만 원작을 쓴 조르주 베르나노스 (그의 다른 소설로는 [사탄..

문라이즈 코스폴리스 킹덤

요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가게된 두 편입니다.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은 '뻘한 유머' 감각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영화도 복고적인 뻘한 유머로 가득한듯 합니다. 근데 이 사람 영화가 과거 동경에 다소 조숙한 애 같이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작정하고 과거로 돌아가 애들 눈높이에서 영화를 찍는군요. 뭔가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찍고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던걸까 생각해봅니다. 한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코스모폴리스는 돈 드릴로 (한국에는 화이트 노이즈와 마오2, 바디 아티스트가 소개되어 있습니다.)의 소설 원작 영화인데 크선생 영화중에서는 [크래쉬]에 가까워보이는 인상입니다. 자동차, 섹스, 여피, 총, 파충류처럼 차갑게 번들거리는 화면의 질감들... 다만 크래쉬에 비해서..

세상의 모든 계절 예고편.

마이크 리의 [Another Year]가 한국에서 세상의 모든 계절이라는 이름으로 3월 24일 개봉합니다. 마이크 리는가장 '영국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켄 로치 같은 경우도 있지만, 켄 로치가 [빵과 장미]나 [마이클 콜린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같은 영화로 현재의 영국을 뛰어넘어 좌파사와 만국의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면, 이 사람은 영국이라는 장소에 천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간 축이 과거로 가거나 ([베라 드레이크]), 인종 문제를 다루거나 ([비밀과 거짓말]), 도시 빈민들을 다뤄도 ([네이키드]) 장소는 별로 변하지 않았죠. [해피 고 럭키]가 마냥 조증으로 뛰어다니는 영화가 아니였듯이, 이 영화도 마냥 따스한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

소셜 네트워크 [The Social Network] (2010)

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비드 핀처 (2010 / 미국)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앤드류 가필드,저스틴 팀버레이크 상세보기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갔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는 남녀의 데이트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던 그 데이트는 그러나 어딘가 삐긋거리기 시작한다. 남자 쪽에서 대화를 맞춰주지 못하고 자꾸 엉뚱한 쪽으로 신경을 긁어대며 여자는 참다가 결국 화를 낸다. 남자는 마크 주커버그, 그러니까 영화의 주 소재인 페이스북의 창립자다. 그리고 이 사람이 주인공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시작은 너무나 아이러니하기 그지 없으며, 그 아이러니는 영화 전반의 주제를 담당하고 있다. 영화 속 마크 주커버그는 한마디로 인간 관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사람에게 어떻게 대할지도 ..

Blue Valentine 예고편.

블루 발렌타인 감독 데렉 시안 (2010 / 미국) 출연 라이언 고슬링,미셸 윌리엄스 상세보기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노동자 계급 부부의 삶을 다룬 영화라는데, 음악이 그리즐리 베어라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가 순식간에 기대작으로 오른 영화입니다. 미국 개봉은 2010년이 끝나는 날, 네 12월 31일입니다. 일단 '선댄스-뉴욕-인디-드라마 영화' 범주에 속하는 어찌보면 좀 뻔한 영화지만, 예고편 느낌은 좋습니다. 간결하지만 영화의 방향과 분위기, 내용을 제대로 잡아내고 있는 좋은 예고편입니다. 분위기도 인디 영화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젠체하는게 아니라 정말 현실의 질감과 고통, 감정이 담겨 있을 것 같아서 더 기대됩니다. 언론과 미리 보고 온 사람들의 평들도 좋고요. 제가 입소한 뒤에 등급 판정이 떨어졌는데..

The Social Network vs. 소셜 네트워크

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비드 핀처 (2010 / 미국)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앤드류 가필드,저스틴 팀버레이크 상세보기 .... ....딴에는 감각적으로 하려고 한 것 같은데, 정말 '딴에는'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한국 포스터입니다. 영화는... '데이빗 핀처'가 '이런' 소재로 '드라마' 영화를 만들다니 좀 뭐랄까 당황스럽습니다. 화면을 매만지는 감각은 그답긴 하지만요. 일단 평은 무척 좋다니 개봉하면 보러 갈 예정입니다. 11월 18일이면, 제가 퇴소한 뒤 1주일 뒤에 개봉하는거니 괜찮겠네요. 그나저나 2003년도 회고의 대상이라니 정말 눈물 납니다 어헝 ㅠㅠㅠㅠㅠㅠㅠ 난 그때 즐중딤이였는데!

소피아 코폴라의 썸웨어, 황금사자상 수상 (+예고편)

기사 링크 섬웨어 감독 소피아 코폴라 (2010 / 미국) 출연 스티븐 도프,엘 패닝 상세보기 한국 영화가 출전하지 않으면 한국 한정으로 존재감이 낮아지는 (... 베니스 영화제가 어느새 폐막을 했다는군요. 개막작은 포스팅한 적 있는 블랙 스완였고... 아무튼 이번 황금사자상의 영예는 소피아 코폴라의 썸웨어에게 돌아갔습니다. 2000년대부터였던가, 아무튼 그 이후로 베니스 경쟁 부분은 참 여러모로 파격적인 선택을 해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곤 사토시나 오시이 마모루 처럼 다소 오덕 돋는 선택부터, 미이케 다케시가 갑자기 경쟁 부분에 두 번씩 (올해 포함) 오르지 않나, 칠드런 오브 멘 같은 걸출한 SF 영화를 포함시키지 않나, 아르노프스키에게 대상을 안겨주지 않나... 여러모로 꺤다라고 할만한 행보를 보여..

Black Swan Trailer.

블랙 스완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2010 / 미국) 출연 나탈리 포트만,뱅상 카셀,밀라 쿠니스 상세보기 대런 아르노프스키의 신작 블랙 스완 예고편입니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 갈 줄 알았는데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경쟁으로 틀어버렸더라고요. 평은 호오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만. 어 그런데.. 솔직히 예고편 보고 당황했습니다. "두 발레리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이코 스릴러"라는 내용만 듣고 고작 [퍼펙트 블루]처럼 개인의 정신이 헤까닥 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스릴러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건 뭐 완전 발레판 [플라이] 혹은 [비디오드롬]이네요. 혐짤에 육박하는 포스터나 후반부의 ** 보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레퀴엠]의 편집증적인 분위기로 회귀한듯한 느낌인데, 과연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