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37

심플 맨 [Simple Men] (1992)

심플맨 Simple Men 6감독할 하틀리출연로버트 존 버크, 빌 세이지, 카렌 실라스, 엘리나 뢰벤존, 마틴 도노반정보드라마, 공포, 코미디 | 영국, 이탈리아, 미국 | 105 분 | - 할 하틀리은 왜 몰락했을까? 물론 지금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감독에게 몰락이라고 단어를 붙여주는 건 굉장한 모욕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이자벨 위페르를 비롯한 괜찮은 배우과 작업하며 미국 영화를 이끌고 갈 거라고 기대받은 감독의 현재는 그렇게 밝질 못하다.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헨리 풀]의 정점으로 할 하틀리는 위트 스틸먼과 함께 제임스 그레이, 폴 토마스 앤더슨, 웨스 앤더슨, 소피아 코폴라, 데이비드 O. 러셀 같은 이름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가 리처드 링클레이터처럼 주류에 투신한 것도 아니..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Le Passe / The Past] (2013)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2013)The Past 8.2감독아쉬가르 파르하디출연베레니스 베조, 타하 라힘, 알리 모사파, 폴린느 뷔를레, 엘리 아귀정보드라마, 미스터리 | 이란 | 130 분 | 2013-12-26 *누설이 있습니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의 시작엔 대사가 없다. 손목을 다친 여자가 공항에서 누구를 향해 손짓을 한다. 여자가 반기는 누군가가 누군지 관객들이 궁금해하면 카메라는 곧 남자를 보여준다. 하지만 남자는 카메라 쪽에 있는 여자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여자는 남자 곁에 있던 타인의 관심을 끌어 간신히 만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만남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영화의 여주인공인 베레니스 베조의 대표작인 무성영..

문라이팅 [Moonlighting] (1982)

2012/10/24 - [Deeper Into Movie/리뷰] - 딥 엔드 [Deep End] (1970)2012/11/06 - [Deeper Into Movie/리뷰] - 외침 [The Shout] (1978)2013/06/28 - [Deeper Into Movie/리뷰] - 에센셜 킬링 [Essenstial Killing] (2010) 달빛 아래서 Moonlighting 10감독예르지 스콜리모브스키출연제레미 아이언스, 유지니우스 해크지에빅, 렌누 세트나, 지리 스태니슬라브, 에드워드 아서정보드라마 | 독일, 영국 | 97 분 | -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문라이팅]의 시작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번쩍번쩍하는 조명 아래에서 머리를 다듬으며 기괴한 억양으로 안내를 하는 여성 안내원의 클로즈업된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そして父になる / Like Father, Like Son] (2013)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Like Father, Like Son 8.4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출연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니노미야 케이타정보드라마 | 일본 | 121 분 | 2013-12-19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극히 정갈하고도 고도의 양식미를 보였던 [환상의 빛] 이후 반대로 다큐멘터리적인 뿌리로 회귀해 즉흥적인 구조를 취해 영화를 만들어왔으며 [아무도 모른다]까지 그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런 그가 [걸어도 걸어도]로 한번의 전환기를 맞이하는데 즉흥성은 줄어든 대신 그가 항상 존경을 표해왔던 나루세 미키오나 야마다 요지 같은 선배 영화 감독들의 홈드라마에 대한 존경심이 드러난다고 평가 받고 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그런 [걸어도 걸어도] 이후 고레에다 ..

머드 [Mud] (2012)

머드 (2013)Mud 8.2감독제프 니콜스출연매튜 매커너히, 타이 셰리던, 리즈 위더스푼, 제이콥 로플랜드, 마이클 섀넌정보드라마 | 미국 | 131 분 | 2013-11-28 만약 당신이 제프 니콜스 감독의 전작 [테이크 쉘터]의 평온하지만 그 아래엔 불길하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계를 기대하고 [머드]를 선택했다면 실망할수도 있다. [머드]의 세계는 [테이크 쉘터]의 암울함하고는 거리가 먼, 사랑과 희망에 대한 신화를 들려주는 전통적인 영화이니깐. 하지만 [머드]는 사실주의적인 배경과 캐릭터에 시적인 정념을 섞는 독특한 재능을 통해 남부 촌뜨기들이 펼치는 사랑에 대한 믿음과 드라마를 진솔하면서도 뚝심있게 설득하는 영화다. 제프 니콜스는 매우 미국적인 영화를 찍는 사람이라 할 수 있는데, 첫 두..

과거가 없는 남자 [Mies Vailla Menneisyytta / The Man Without A Past] (2002)

과거가 없는 남자 (2005)The Man Without a Past 8감독아키 카우리스마키출연마르쿠 펠톨라, 카티 오우티넨, 후아니 니에멜라, 카이하 파카리넨, 사카리 쿠오스마넨정보코미디, 드라마 | 핀란드, 독일, 프랑스 | 97 분 | 2005-10-14 아키 카우라스마키의 [과거가 없는 남자]는 시작하자마자 캐릭터의 소개 대신 캐릭터의 정체를 지워버리는 것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내내 이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끌고 간다. 허나 영화는 그 대답을 계속 유보하면서 이 정체 없는 남자가 어떻게 밑바닥 생활에서 살아남는지를 주목하게 한다. 먹고 살기 위해 막노동부터 시작한 이 남자는 구세군에 속한 노처녀 이르마를 만나 연애 비스무리한 것을 시작하게 되고, 여러 일들을 거..

사랑에 빠진 것처럼 [Like Someone in Love] (2012)

사랑에 빠진 것처럼 (2013)Like Someone in Love 6.6감독압바스 키아로스타미출연타카나시 린, 오쿠노 타다시, 카세 료, 덴덴정보드라마 | 프랑스, 일본 | 109 분 | 2013-10-17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사람들로 가득한 도쿄의 바를 보여주면서 누군가가 전화로 다투는 소리가 깔리면서 시작한다. 자연스레 우리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화면을 탐색하게 되는데 키아로스타미는 관객들이 소리의 주인공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고 화면 밖에 있는 캐릭터가 말한다는걸 알아차리고, 대화에서 언급한 나기사가 카메라 앞에 앉는 그 순간 컷을 전환해 목소리의 주인공, 아키코를 보여준다. 키아로스타미는 이 화면과 소리의 불일치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섬세하게 짜여진 영화의 층..

올 이즈 로스트 [All is Lost] (2013)

올 이즈 로스트 (2013)All is Lost 8.7감독J.C. 챈더출연로버트 레드포드정보액션 | 미국 | 106 분 | 2013-11-07 [마진 콜] 감독 J.C.챈더의 신작 [올 이즈 로스트]는 극도로 [마진 콜]에게서 멀어지려고 하는 영화다. 우선 대도시 증권회사였던 무대가 바다로 옮겨졌고 앙상블 극에서 1인극으로 변해 사실상 로버트 레드포드가 혼자서 이끌고 간다. 하루 정도로 집약되었던 시간은 제법 길어졌으며 금융 상품을 놓고 다루던 유식한 대화들은 생존의 투쟁을 향한 개인의 말없는 투쟁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장르 역시 느와르에서 모험물로 바뀌었다. 냉소적으로 보면 자신의 능력을 제작자들에게 확인시켜주는 쇼케이스용 작품이라 폄하할 수도 있을텐데 막상 영화를 보면 [올 이즈 로스트]는 그런 냉소..

그래비티 [Gravity] (2013)

그래비티 (2013) Gravity 8.1감독알폰소 쿠아론출연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폴 샤마정보SF, 드라마 | 미국 | 90 분 | 2013-10-17 [그래비티]의 시작은 우주에서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자막이다. 그리고 그 생존이 불가능한 공간을 활보하는 라이언과 맷, 샤리프, 관제소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어떤 캐릭터인지 설명한 뒤 곧바로 그들을 처절한 생존의 장으로 밀어넣는다. 생존이 불가능한 공간에서 생존을 한다는 점에서 [그래비티]는 공간이 캐릭터와 대립하는 유형의 영화다. 그 점에서 영화는 우주라는 공간을 어떻게 묘사해야 하는가라는 화두에 대답해야 하는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 대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먼저 [그래비티]가 다루는 우주라는 공간은..

새드 배케이션 [サッド ヴァケイション / Sad Vacation] (2007)

새드 배케이션 (2008)Sad Vacation 7.2감독아오야마 신지출연아사노 타다노부, 이시다 에리, 미야자키 아오이, 오다기리 조, 이타야 유카정보드라마 | 일본 | 136 분 | 2008-03-13 아오야마 신지의 [새드 배케이션]은 짧게 [헬프리스]의 사건을 뉴스 기사처럼 건조하고 딱딱하게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는 어둠 속에서 사내들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곧이어 켄지는 중국인 아이인 아춘을 데리고 도망친다. 그가 집에 도착했을때 우리는 그가 자막에 등장했던 켄지와 유리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게 된다.이때 아오야마는 키타큐슈 삼부작의 또다른 주인공인 [유레카]의 타무라 코즈에를 데려온다. 어린 나이에 혼자서 끔찍한 시간을 마주해야만 했던 그 소녀다. 다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