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phone Music 629

Where the Story Ends - Shocking Pink Rose

얄개들에 이어 정말 오래간만에 한국산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사실 웨어 더 스토리 엔드는 음반 모으기 시작하면서 관심의 대상이긴 했는데, 그렇게 막 당장 사고 싶다! 할 정도로 끌리지 않아서 미뤄져 있다가 이 곡을 듣고 지금에서야 두번째 앨범 [W] (2005) 사게 됬습니다. 일단 이 분들 소속이 플럭서스인데, 개인적으로 이들이 같은 소속인 클래지콰이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부야 계의 영향을 받은 일렉 가요을 기조로 하지만, '만화가의 사려깊은 고양이'나 '은하철도의 밤'같은 곡에선 드럼 앤 베이스 같은 대담한 장르 도입, 세밀한 음에 대한 촉과 (다소 일빠풍이지만) 서늘한 감수성으로 가득한 앨범입니다. 확실히 2005년 한국 가요의 발견이라 할만합니다. 앨범에서 제일 꽃힌 ..

룩앤리슨 / 얄개들 싱글 간단 리뷰.

사실 싱글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정말 오래간만에 싱글이라는 걸 사봤기 때문에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룩앤리슨의 음악은 펑크입니다. 다만 이 펑크라는게 섹스 피스톨즈나 클래시처럼 단순과격한 쓰리 코드에 선동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는 펑크가 아니라, 오히려 그 뒤에서 물러나 팝이 팝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신 모드 종자 (예를 들면 더 잼 이라던가, 버즈콕스라던가)에 가깝습니다. 'Superman' 곡 해설에서도 알 수 있죠. 훅이 강한 여성 펑크라는 점에서는 슬리터 키니를 언급할 수 있을 겁니다. (본인들은 소년 나이프를 언급하더라고요.) 다만 슬리터 키니의 중요 요소로 차지하고 있는 페미니즘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적어도 이 싱글 내에서는 말이죠. 사실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Beat Happening - [Jamboree] (1988)

K 레코드는 솔직히 서브 팝처럼 막 대박으로 흥하거나 그런 인디 레이블이 아니였습니다. 아 물론 모디스트 마우스나 빌트 투 스필이 메이저 정벅을 하긴 했지만 (솔직히 빌트 투 스필은 안 짤리는게 신기함 (...) 역시 워너는 이런 면에서 똘끼가 넘쳐요.), K 레코드는 전설이 된 지금도 여전히 컬트적인 팬덤에 만족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가보셨습니까, 완전 동네 구멍가게 홈페이지 포스입니다. 잠시 시간을 1980년대로 돌려보겠습니다. 하드코어 펑크 폭풍이 한바탕 지나간 후, R.E.M.과 소닉 유스, 미트 퍼펫츠, 허스커 듀 같이 구석에서 조용히 암약하던 괴짜 밴드들이 하드코어 펑크의 절규를 대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서로 별다른 공통점이 없이 자기만의 음악을 했지만 (버즈을 우상시 하..

나는 어떻게 음반을 날려먹게 되었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돈에 관련된 실수를 하게 되면 엄청난 데미지를 받게 되죠. 진짜 돈이 걸린 문제에 실수를 하게 되면 무지막지하게 까이고,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서두를 던져놓는가 하면.... 해외주문을 했는데, 주소를 잘못 적은데다 일반 우편으로 주문 신청을 해서 영구분실 거기서 끝났으면 정말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된 음반이 3장 나가 뒤져야지.... *또 한 장은 싼 값에 시켰다가 배송자가 먹튀해버렸습니다. 젠장!

The Youngbloods - Sunlight

영블러드 (발음이 유사한 모 힙합 그룹은 Youngbloodz입니다.)는 보스턴 출신의 1960년대 포크 록 밴드입니다. 웨스트코스트를 강타했던 'Get Together' 빼곤 변변한 차트 성적을 올리지 못한 그룹이였고, 그나마 1960년대도 넘지를 못하고 흐지부지해졌지만, 이후 등장할 웨스트코스트의 AOR에 단초를 남긴 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들을 이야기하려면 버즈와 밥 딜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버즈의 쟁글쟁글 포크 록 핵우산에 들어가 있는 밴드고, 작곡 방식에서도 포크와 컨트리, 블루스의 어법들이 많이 느껴집니다. (2집의 'Statesboro Blues' 커버는 꽤 노골적이죠.) 다만 영블러드는 몽글몽글한 피아노를 무기로 재즈와 틴 팬 앨리 팝스 같은 장르를 끌어들여 ..

Lalo Schifrin - [Piano Strings And Bossa Nova] (1962)

랄로 쉬프린은 영화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사람입니다. 특히 영화광들 사이에서 블리트와 미션 임파서블, 더티 해리의 사운드트랙은 꽤나 유명하죠. 긴박감과 훅이 넘치는 테마와 그와 대조되는 깔끔한 편곡과 풍윤한 오케스트라 연주는 헨리 만시니와 버나드 허먼에서 시작된 헐리우드 영화 사운드트랙 계보를 잇고 있으면서 동시에 존 윌리엄스와 한스 짐머같은 정통파 작곡가부터 대니 알프만이나 욘 브리온 같은 개성 넘치는 작곡자 같은 후배 영화 음악 감독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랄로 쉬프린이 본격적으로 영화 음악에 뛰어든 시기는 클래식 할리우드가 끝나가던 1960년대였는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스타 워즈가 출현하기 이전까지) 한동안 할리우드는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

Nine Inch Nails - Head Like a Hole

나인 인치 네일스 강화 주간으로 소셜 네트워크 사운드트랙부터 리마스터된 나인 인치 네일즈 1집 [Pretty Hate Machine]까지 모조리 구해버렸습니다. 이게 작년 말에 나온 거였는데 수입은 이제서야 됬더라고요. 헤비메탈의 무거운 비트와 스래쉬 기타 등 소리의 층들을 촘촘히 배치하고 거칠게 뒤섞어 로킹한 연출을 시도한 2집과 달리, 1집은 로킹한 연출들이 적은 대신, 일렉트로닉한 뼈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The Downward Spiral]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나인 인치 네일즈의 뿌리는 스로빙 그리슬, 아인슈튀르젠데 노이바우텐, 카바레 볼테르 같은 철제 퍼커션을 운용해 만드는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하지만 생기는 철저하게 제거된) 리듬과 전통적인 악기와 연주 방법을 배격하고 이질적인 배음을 ..

Manic Streets Preachers - [The Holy Bible] (1994)

절망과 탐미의 성경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의 [The Holy Bible]은 매닉스의 최고 앨범을 꼽으라면 [Everything Must Go]와 함께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앨범이다. 이 두 앨범 이후로 매닉스는 그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느라 애를 써야 했다. 그만큼 이 두 앨범은 매닉스에게 일종의 금자탑이자 벽으로 자리잡고 있다. [The Holy Bible]이 담고 있는 감정은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로 즐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매닉스가 그 절망을 표출하는 방식은 철저히 우화적이고 탐미적이다. 조이 디비전, 갱 오브 포, 와이어,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 같은 까끌까끌한 포스트 펑크와 헤비 메탈의 에너지, 글램 록의 능수능란한 코드를 결합한 매닉스의 음악은 영향받은 선배들과 달..

Scott Walker - Jackie

인디 키드에게 스콧 워커는 펄프 프로듀서 혹은 짐 오루크와 놀면서 음침한 고딕풍 실험 음악으로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콧 워커의 본령은 프렌치에 발을 걸친 바로크 풍의 오케스트라/챔버 팝스였습니다. 4집 말아먹고 워커 브라더스 재결성하기 이전 내놓은 4장 모두 그 본령에 충실한 앨범이였습니다. 프렌치에 발을 걸친,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콧 워커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샹송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스콧 워커의 음악은 샹송 같은 채널 해협 넘어 유럽 문화의 향취가 많이 느껴집니다. 6-70년대 활동하는 동안 가장 알려진 곡인 이 곡은 그런 본령을 확인하기에 딱 좋습니다. 이 곡 샹송 벨기에 출신의 샹송 가수인 자크 브렐의 곡을 커버한 곡인데, 원곡의 프랑스어 특유..

Yann Tiersen - [L'absente] (2001)

얀 띠에르상이라 하면 다소 아리까리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곡을 들어보면, 대부분 아!라고 하실 겁니다. 네 그렇습니다. 오드리 투드를 일약 세계의 여동생으로 만든 영화 [아멜리에]에 쓰였던 곱디고운 동화적 감수성으로 가득한 테마 트랙를 만든 사람이죠. 다소 조급한 박자로 힘차게 나아가는 멜로디가 맑게 울리는 차임과 하프시코드의 소리의 질감으로 채색된 이 곡은 당 앨범 [L'absente]에서도 여는 곡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1분 정도 길어진 풀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작 이 앨범은 (어두운 채도로 이뤄진 앨범 커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화적 감수성하고는 떨어져 있습니다. 오히려 깊고 쓸쓸한 앨범입니다. 이어지는 리자 저메이노의 우울한 보컬이 깔리는 'La Parade'와 비장한 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