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10시 27분 이후부터, 우리는 이렇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2016.11.29 - [I'm Not There/생각] - 20161126 박근혜 즉각 퇴진 5차 범국민행동 2024년 12월 3일 10시 27분 윤석열 내란수고의 계엄령 선포 이후, 우리는 앞으로 이렇게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추운 거리로 나섰고 촛불과 응원봉, 깃발을 들었다.그렇기에 새해인 2025년 대한민국은 좀 더 밝은 곳이 되리라. *2024년 12월 29일, 그날 사고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I'm Not There/씹어주기 2024.12.31
당나귀 EO [EO] (2022) 예지 스콜리모프스키의 〈당나귀 EO〉는 번쩍거리는 붉은 조명 아래에 있는 두 피사체에서 시작한다. 움직이는 것은 사람 카산드라이며 엎어져 움직이지 않는 것은 서커스 당나귀 EO다. 카산드라는 당나귀에서 인공호흡을 하듯 숨을 불어넣는 행동을 하고, 그 순간 EO는 되살아나는 척 연기한다. 붉은 조명이 꺼지고 관중들이 환호한다. 다시 붉은 조명으로 점멸하고, 저속 촬영된 샷에서 카산드라는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춘다. 그다음 샷에서 EO는 가만히 있지만, 카메라는 EO 주변을 회전하고 마침내 EO의 얼굴이 좌우로 반복해 흔들리는 장면을 포착한다. 이 오프닝에서 스콜리모프스키는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당나귀라는 동물을 영화적 주체로 삼을 수 있을까? 그저 감독인 자신이 카메라의 움직임과 편집을 통해 영화적 주.. Deeper Into Movie/리뷰 2024.12.31
2024년 새해 인사 사실 부끄럽게도 블로그 새해 인사를 빼먹은 적이 많습니다만, 그래도 방문객 여러분들의 새해 복을 안 바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SIGNAL 2024.01.03
파벨만스 [The Fablemans] (2022) 스티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는 지금껏 경력에서 암시로 머물렀던 영역에 성큼 들어선다. 바로 자신의 ‘가족사’다. 스필버그는 지금껏 가족 이야기를 다뤄왔지만, 정작 자기 가족으로 영화로 만든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스필버그의 복잡한 가정사에 대한 한 단면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많은 평론가가 지적했듯이 스필버그는 기본적으로 가족 간의 정에 대해 호의적이고, 혈육 가족과 유사 가족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해피 엔딩으로 인도하는 감독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 간의 불화와 불안정한 관계에 대해 파헤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스필버그가 가족애를 얘기할수록 거기엔 어떤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순수한 나머지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모성애의 갈구와 좌절, 충돌과 염원을 다룬 [A.I], 이미.. Deeper Into Movie/리뷰 2023.12.10
안녕, 3대 이쁜이 *제가 블로그에서는 개인적인 얘기는 잘 안 하려고 하고, 여러모로 트위터에 집중하느라 뜸해진 감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이번 일은 블로그에 적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렇게 적어봅니다. 저희 가족이 키우고 있던 퍼그 이쁜이가 2023년 11월 26일 6시 20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이도 16살에 지난 한 달 사이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두긴 했지만, 좀 더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떠나버렸네요. 특히 2022년 여름부터 제가 부모님과 이쁜이랑 떨어져 살게 되었기에 세상을 떠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이 대신 지켜봐 주긴 했습니다. 이번에 무지개 다리를 건넌 이쁜이는 3대째입니다. 2대가 집을 나가 사라진 후, 힘들어하던 가족들이 유기견 센터에서 발견하.. Long Season/일상/잡담 2023.11.27
TAR 타르 [Tár] (2022) 토드 필드의 『TAR 타르』는 고전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몰락 비극 서사를 다루는 영화다. 인물이 내적 결함으로 몰락한다는 점에서는 고전적이지만 그 몰락의 과정이 SNS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동시대적이기 때문이다. 클래식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몰락기는 온갖 문학적 상징성과 알리바이로 가득하다. 리디아 타르는 레즈비언 여성으로서 남성의 영역이었던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성공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또는 정체성 정치의 성공 사례로 내세울 만한 캐릭터다. 하지만 동시에 권력자로서 타르는 현실의 남성 권력자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비서를 하대하며, 학생들을 조롱하면서도 성적으로 유혹하려는 타르의 모습은 분명 미투 가해자로 언급할 수 있는 해로운 권력자다. 토드 필드는 음영을 명백히 .. Deeper Into Movie/리뷰 2023.07.10
포제서 [Possessor] (2020) 브랜던 크로넨버그의 두 번째 영화 『포제서』는 전형적인 B급 SF/호러 영화의 콘셉트에서 시작한다. 타인의 인격을 빼앗아 살인을 저지르는 청부살인업자라는 설정은 SF나 호러 장르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인격 해킹을 다루는 방식에서 『포제서』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포제서』의 인격 해킹은 주술이나 마법 같은 비논리적으로 기운 방법론이나 데이터로 치환한 전뇌 같은 중간자적인 매개체를 활용한 방법론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인간의 신체/의식을 연결해 바꿔치기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는 자연과학의 영역에 속하면서도 막상 신체를 관장하는 정신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모순된 정체성에 놓여 있는데, 브랜던은 정체성 연기와 혼입 몽타주, 그리고 질감이라는 .. Deeper Into Movie/리뷰 2023.05.25
트위터가 망하면 어쩌나 첨단 자본주의의 음험한 폐기물 멜론 어스크가 트위터를 강제 점유한 이후로는 트위터도 예전 같지 않네요. 트위터가 생긴 이후로는 일상 잡담은 전부 그쪽에다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라 블로그가 많이 뜸해지기도 했습니다. 블로그에 긴 글 쓸만한 기력이 좀체 나지 않기도 했고, 그렇다고 내밀한 글을 쓰기엔 어느정도 열려있는 공간이라 이래저래 계속 손을 놓고 있었네요. 제가 지금까지 아마추어로서 글을 쓰고 있다면 어떻게든 블로그를 살려볼 것 같긴 한데, 애매한 입장이 되어버려서 블로그를 살리기 미묘한 것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트위터가 진짜로 망하면 여기가 다시 제 전초기지가 되겠죠. 블x스x이나 마x토x 계정을 만들긴 하겠지만 거의 17년을 써온 블로그이다 보니, 일단은 여기서 관망할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평생.. Long Season/일상/잡담 2023.03.13
비디오 게임의 효과음은 어떻게 게임 속 가상의 육체와 상호작용하는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허구와 '재현 불가능한 것': 모든 영화는 무성영화의 변주에 불과하다’라는 영화 음향에 대해 급진적인 주장을 한다. 하스미는 이 글에서 유성 영화의 도래 이후로도 영화의 기본 형태와 진행 방식은 무성영화에 머물러 있으며, 영상과 음향은 최근까지도 분리되어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대한 논거로 그는 유성 영화 기술이 발명된 이후로도 슬레이트 및 녹음 같은 도구들을 인공적인 사후 녹음 및 동기화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영화 제작 현장에서 녹음은 촬영보다 뒷순위에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21세기 들어 촬영과 녹음이 동시에 가능한 디지털 자기 테이프가 들어서야 이 장벽이 낮아지고 새로운 방법론이 등장했지만, 그럼에도 하스미는 영화가 ‘시청각’ 예술이라는 개념을 .. Fight Test/단상 2023.01.07
전후 현대 영화 속 소외자/소수자의 “질주하는” 신체에 대하여:『네 멋대로 해라』, 『400번의 구타』, 『장거리 주자의 고독』, 『황해』, 『밤의 다이아몬드』, 『이센셜 킬링』을 중심으로 1872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설립자 릴랜드 스탠퍼드는 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스탠퍼드는 달리는 말이 네 발이 지면에서 모두 떨어지는 순간이 언제인지 직접 확인하기로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스탠퍼드가 선택한 방식은 사진이었다. 풍경 사진가 에드워드 J. 머이브리지에게 말이 달리는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해달라고 요구했고 머이브리지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1878년 스탠퍼드가 소유한 경주 트랙에 카메라를 여러 개 설치하고, 셔터에 실을 달아 말이 달리는 순간마다 끊게 만들어 사진을 찍게 했다. 이 사진은 곧 『움직이는 말 The Horse in Motion』이라 불리게 되었고. 머이브리지는 이 실험을 종합해 1879년 주프락시스코프라는 말이 달리는 이미지를 연속으로 보여주는, 초창기 영사기를 발명.. Deeper Into Movie/단상 2023.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