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부모 바보》는 카모플라쥬 내지는 마트료시카처럼 자신의 서사와 정체성을 위장한다. 가족 간 문제와 복지의 사각지대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의 제재와 도입부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 영화만의 특수성을 지녔다고는 보기 힘들다. 오히려 다르덴 형제나 켄 로치 영향 아래 있는 한국 사회파 영화들이 이미 많이 다뤄왔던 소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 바보》는 이런 사회 문제를 직설적인 이미지와 맥락으로 구체화해 어떤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완강히 거부한다. 우리가 《부모 바보》를 보면서 생각해야 할 지점은, 이정홍의 《괴인》이 그렇듯이 차라리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뿜어내는 낯섦과 불쾌함, 불만족이 서사의 안정성과 영화 구조를 뒤흔들어놓는 과정과 결과다. 《부모 바보》는 그 점에서 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