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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코 [寝ても覚めても / Asako I & II] (2018)

하마구치 류스케의 [아사코]는 도시 전경을 담은 마스터 쇼트에서 시작한다. 이 도시 마스터 쇼트는 초반부가 끝난 이후에도, 장소를 바꿔가면서 제시되는데 마치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어디서 진행하고 있는지 기억해달라는 것처럼 보인다. 중학생들의 불꽃놀이가 터지고 아사코는 미술관에 사진 전시를 보러 간다. 여기서 아사코가 멈춰서 보고 있는 사진은 두 명의 쌍둥이를 찍은 사진이다. 마치 같지만 다른 쌍둥이처럼, 같은 얼굴이지만 다른 정체성을 지닌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걸 예언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사코는 미술관에서 바쿠를 만나지만, 둘의 관계는 자기소개가 아닌 우연을 가장한 숨바꼭질 끝에 느닷없는 키스로 시작한다. 그리고 알고 봤더니 그들은 서로의 친구랑 아는 사이라는 '운명' 같은 기연이 이어진다. 아사코와 바..

아마도 악마가 [Le diable probablement / The Devil Probably] (1977)

로베르 브레송의 [아마도 악마가]는 처음부터 결말을 정해놓고 영화를 시작한다. 샤를은 친구의 손을 통해 자살한다. 아니면 살해당한다던가. 브레송은 샤를의 죽음이 가질수 있는 감정이입의 가능성을 건조한 기사와 글자 이미지로 막아버린다. 그런데 왜 샤를은 죽음을 선택해야 했을까? 브레송은 이를 위해 샤를과 그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명백히 브레송보다 어린 그들은 모든 것을 혐오하지만 새로운 대답을 찾지 못한다. 이를 대변하듯이 영화 도입부의 대사는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해 걷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얘기다. 그 말처럼 샤를과 친구들은 영화 내내 어느쪽이든 힘을 주지 못하고 걷는다. 이 불균형하고 무기력한 상황이야말로 [아마도 악마가]가 탐구하려는 정신적 상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데드 셀] 애니메이션 예고편

요새 얼리 액세스로 하고 있는 로그라이크 메트로베니아 게임인데,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난이도가 어려워서 매번 죽고 멘붕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실력이 늘면서 할만해지더라고요. 곧 정식 발매라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구매하셔도 괜찮을듯. 문제는 너무 더워서 제 방 컴퓨터로 하지 못하고 형 노트북이나 스트리밍으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냥 아이패드 스트리밍하고 Mfi 지원하는 컨트롤러를 살까 고민중이기도 하고....

Fight Test/잡담 2018.08.05

환송대 [La Jetée / The Jetty] (1962)

2017/03/01 - [Deeper Into Movie/리뷰] - 밤과 안개 [Nuit et brouillard / Night and Fog] (1956) 2017/09/05 - [Deeper Into Movie/리뷰] - 태양 없이 [Sans Soleil / Sunless] (1982) 크리스 마르케가 '병렬 편집'을 통해 사유했던 것은, 전쟁 이후인 현재에서 과거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여기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무언가 일어났다. 이 불연속적인 두 문장 사이의 간극을 채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알랭 레네는 그것을 편집이라고 보았다. 상이한 두 요소를 하나의 영화로 조형하는 작업이 바로 편집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어붙인다고 해서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상이한 것에..

Caetano Veloso - If You Hold A Stone

5월말에 사서 잘 들었던 앨범... 일본에서 카에타누 벨루조 앨범들이 새 마스터를 써서 SHM-CD로 재발매된지라 (염가 재발매 포함) 좀 구해기 쉬워졌더라고요. 아직 2집 (화이트 앨범)이나 갈 코스타랑 같이 작업한 데뷔작, 문제작 Araca Azul은 구하지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구할 생각이긴 합니다. 앨범에 대해 적자면, 1집의 쾌활함이 많이 줄어들고 좀 다운된 느낌이긴 합니다. 당연한게 이 앨범 녹음 당시 벨루조는 망명 생활 중이었으니깐요. Maria Bethania랑 이 곡 정도가 예외적으로 특유의 밝음이 남아있긴 한데... 그래도 어딘가 애잔함을 안겨주는게 영국의 추적추적거리는 날씨가 트로피칼리아의 들썩이는 감수성에 녹아든 것 같은 독특함이 있습니다. Transa랑 Araca Azul을 들어..